[단독] “딴세상서 장사하세요?”…13년전 가격 돌아간 이 회사의 파격

김효혜 기자(doubleh@mk.co.kr) 2023. 8. 21. 1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파오, 가격동결로 고물가 고통분담
발열내의 ‘웜테크’ 2009년 출시가로 인하
플리스 자켓·스웨터는 13년째 가격 동결
스파오 명동점에서 계산을 기다리는 고객들 모습
물가상승과 더불어 옷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국내 토종 의류 브랜드 스파오가 주요 제품 가격을 오히려 내리거나 동결하기로 했다. 고물가에 힘들어하는 국민들과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 이미 여러 SPA(기획 생산 유통을 한 회사가 도맡는 방식) 브랜드들이 제품 가격 상승을 예고한 상황인만큼 스파오의 이같은 가격 정책이 더 눈길을 끈다.

21일 이랜드그룹과 패션업계에 따르면 스파오는 올해 가을·겨울 대표상품 중 하나인 발열 내의 ‘웜테크’의 가격을 기존 1만5900원에서 출시 당시(2009년) 가격인 1만2900원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대표 상품인 플리스와 울블렌드 스웨터도 올해 기존 가격인 2만9900원과 3만9900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제품들은 지난 2010년 출시된 이후 13년째 가격이 변하지 않았다.

스파오의 패딩 점퍼 ‘푸퍼’를 입은 강다니엘
스파오 히트 상품인 패딩점퍼 ‘푸퍼’도 올해 6만9900원으로 가격이 동결됐다. 푸퍼 가격 또한 2018년 출시 이후 5년째 변함이 없다.

특히 푸퍼와 플리스는 지난해에도 업계 최저가 수준이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갓성비(God+가성비의 합성어. 가성비가 높다는 뜻)’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푸퍼의 경우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겨울 아우터 숏패딩 부문 랭킹 1위에 올라 이미 누적 100만장 이상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또 스파오는 올해 신상품으로 선보이는 경량형 패딩 ‘라이트 재킷’의 가격을 5만9900원으로 책정해 내놓기로 했다. 이는 경쟁사 동일 제품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가격이다.

인건비와 원·부자재가가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 패션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스파오의 이같은 가격 정책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의류·신발 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8% 올랐다. 지난 5월 3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인 8.0%를 기록한 이후 두 달 연속 높은 상승세가 나타난 것.

이랜드 스파오 관계자는 “치솟는 물가로 힘들어 하는 국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원가 혁신을 이뤄 만든 결과”라며 “단순히 가격을 높여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원가와 재고관리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운식 이랜드 한·중 패션 총괄 대표이사의 결단이 이를 주도했다.

스파오가 이렇게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랜드 스파오 관계자는 “현지에서 직접 원·부자재를 수급하고 자체 생산공장을 이용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단을 직접 가져오는데다 자체 공장을 통해 생산하니 원가를 최대한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스파오 생산 담당자는 플리스 가격 유지를 위해 해외 20여 곳이 넘는 생산처와 원단 구매처에 컨택해 원가를 맞출 수 있는 업체를 찾아다녔다고 전했다.

스파오는 또 ‘2일5일 생산기법’을 통해 재고 관리를 개선해 재고율을 낮추고, 이익율을 크게 증가시켰다. 국내 생산기지에서 48시간 동안 200장 내외의 의류를 생산해 주요 매장에서 고객 반응을 테스트한 뒤 생산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반응이 좋은 제품은 베트남 등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120시간 안에 필요한 물량을 생산해 국내 매장 진열과 판매까지 완료한다. 사실상 무재고 경영이 가능한 생산기법이라는 게 이랜드측의 설명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