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을 사장님만 갖고 있어요”…폭염 속 ‘에어컨 갑질’ 백태

권나연 2023. 8. 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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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온도가 30℃를 넘는 폭염에 사장님만 리모컨을 가지고 있어요."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일하면서 폭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회사로부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속적으로 가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적절한 노동환경 조성에 대한 책임이 회사에 있음이 상식이 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며 "노동부는 '에어컨 갑질' 신고센터를 만들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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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제보 쏟아져
에어컨 없이 수업하다 탈진한 학원강사
사업주에 냉방 요구해 해고당한 사례도
“노동부, 신고센터 만들고 감독 강화해야”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실내온도가 30℃를 넘는 폭염에 사장님만 리모컨을 가지고 있어요.”

지속된 폭염으로 20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쏟아진 올해. 10명 가운데 2명꼴로 ‘실내’에서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다수의 실내 노동자들이 ‘에어컨 갑질’ 실태를 고발했다.

2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냉방을 요구해도 사업주가 비용절감을 이유로 무시하거나, 에어컨 가동기준을 제멋대로 설정하는 등 다양한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사무직 직장인 A씨는 “실내온도가 30℃를 넘었는데 사업주가 에어컨을 못 켜게 하고 리모컨을 자기만 가지고 있다”고 제보했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B씨도 “비가 계속 오고 날씨도 너무 더웠는데 공장에서 에어컨을 절대 틀어주지 않았다”며 “습도가 80%를 넘지 않아서 틀지 않겠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실내 적정습도가 40∼60%인 점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기준이다.

사업주에게 냉방을 요구하다 해고당한 사례도 있었다. C씨는 “30℃ 넘는 날씨에 사장님이 사무실 에어컨을 고쳐주지 않아 언쟁이 있었다”며 “이후 해고당했는데 일자만 기재돼 있고 사유는 아예 공란으로 비어 있었다”고 제보했다.

학원강사인 D씨도 에어컨 없이 수업을 강행해 탈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운 날씨에 에어컨이 고장난 상태로 7시간 동안 계속 수업하는 바람에 완전히 탈진했다”며 “원장이 평소에도 돈을 아껴 에어컨을 고쳐줄 것 같지 않은데 제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문의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을 시작한 5월20일부터 8월19일까지 집계된 환자 2484명 가운데 실내에서도 무려 518명이 나왔다. 실외 1966명보다는 적지만, 전체의 20.8%로 10명 가운데 2명꼴로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5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동식 에어컨 구매비용을 지원하고 기온이 35℃ 이상일 때 시간당 15분씩 쉬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권고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은 실정이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일하면서 폭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회사로부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속적으로 가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적절한 노동환경 조성에 대한 책임이 회사에 있음이 상식이 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며 “노동부는 ‘에어컨 갑질’ 신고센터를 만들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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