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인정 안됐지만 영업정지...엔씨-웹젠 소송 '리니지 라이크' 후폭풍은
저작권 침해 인정 안됐지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받아들여
기존 리니지 유사 게임 및 신작 출시 영향 미칠 듯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모바일 게임 'R2M'을 둘러싼 엔씨소프트와 웹젠의 1심 법원판결이 게임업계에도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8일 엔씨소프트가 웹젠의 'R2M' 게임이 자사의 '리니지M'을 표절해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R2M이 리니지M의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을 통해 종합적인 시스템을 모방했고, 이러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웹젠에 서비스 중단과 함께 손해 배상을 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핵심 쟁점이었던 '저작물 표절' 행위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엔씨소프트가 경쟁사들의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나온 첫번째 법원 판단이라는 점에서 향후 '리니지 라이크' 류 분류되던 타사 서비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리니지M 시스템 표현에 불과해…"창작성 개성 가진 저작물 아냐"
R2M 서비스 금지 가집행…'아키에이지 워' 등 리니지 라이크 타격 있을까
재판부는 R2M이 리니지M의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을 통해 종합적인 시스템을 모방했고, 이러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각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을 통해 리니지M에 구현된 시스템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하며 ▲이러한 시스템이 비즈니스 모델 내지 과금 모델로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 이와 달리 볼 수 없는 점 ▲R2M은 엔씨소프트 게임만의 특징적 요소들과 아인하사드 및 무게 아이콘 등과 같은 구현방식까지 거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등 모방의 정도가 강하다고 판단했다.
웹젠의 부정경쟁행위로 인해 엔씨소프트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어 서비스 금지를 주문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리니지M 내 각종 시스템을 무단 도용한 것이 저작권 침해로는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각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및 조합으로 나타나는 구체적인 표현 형식은 아이디어를 게임화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하나 공통적 또는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 등에 불과해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엔씨소프트가 주장하는 이 사건 각 구성요소의 선택·배열 및 조합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원고 게임 자체가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아인하사드 시스템 자체는 게임 규칙에 해당하는 아이디어로서 설령 여기에 독창성과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게임은 저작권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가 표절을 규정 짓는 잣대가 마땅치 않다. 최근 게임의 IP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게임의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이나 소송이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법원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적은 거의 드물었다. 게임 규칙이나 진행방식은 창작자가 만들어낸 '저작물'이 아니라 '아이디어'이며, 아이디어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이유다.
웹젠은 이번 1심 선고로 R2M 서비스 금지 위기를 맞게 됐다. 법원은 웹젠에 서비스 금지와 손해배상을 가집행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현재 게임 커뮤니티엔 서비스 종료를 우려해 환불을 요구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단, 웹젠은 항소심의 법원 판단이 마무리될 때까지 R2M의 서비스를 지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 18일 판결문을 해석한 뒤 1심 법원의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 웹젠 측은 "제1심 판결은 엔씨소프트가 제기한 2건의 청구 중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청구만을 인용한 것으로 제1심 재판의 주된 쟁점이었던 엔씨소프트의 저작권침해 주장은 기각됐다"라며 "1심 법원은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했는데, 이에 즉각 항소해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엔씨소프트의 일부 승소로 국내에 다수 출시되고 있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최대 쟁점인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성과물'로 인정해 서비스 금지 청구를 인용했기 때문이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카카오게임즈에도 같은 이유로 소를 제기했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접수했다.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소송 결과가 다른 게임사들이 리니지 라이크 게임을 새로 출시하거나 기존 서비스를 이어가는 데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엔씨소프트가 웹젠, 카카오게임즈와 법적 공방을 불사한 것도 게임사들에게 경고장을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와 유사한 MMORPG 신작 출시가 늘어나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깎였다.
이철우 게임전문 변호사는 "이번 1심은 리니지의 인터페이스나 시스템상 구조를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되는 성과로 판단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갖는 시스템들이 다 비슷하기 때문에 무단 도용에 해당될 수 있어, 게임사들이 업데이트 등을 통해 수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정준모 법무법인 다빈치 변호사는 "그동안 게임 판례에서 저작권 침해는 인정되지 않고,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청구를 받아들인 사례는 많았지만 서비스 금지까지 된 경우는 흔하지 않다"라면서도 "그렇다고 이번 소송의 결과가 타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 각 게임별로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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