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행? 웃기지 마라!" 또다시 부활한 류현진
국내 복귀 전망? 빅리그서 호투로 건재 과시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지난 시즌 부상의 덫에 걸려 오랫동안 빅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재활 과정을 차근차근 소화하며 부활을 노렸다. 하지만 수술 후 회복 기간에 이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어두운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올 시즌이 열리고 류현진이 재활 등판에 나서면서 복귀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그런 가운데 한화 이글스 복귀에 대한 전망도 고개를 들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나이, 예전과 같은 구위를 찾기 어렵다는 냉정한 판단, 부상 공백이 길어져 경기 감각이 떨어진다는 예상 등이 어우러져 국내 복귀가 점쳐지기도 했다.
당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한 전문가에게 류현진의 국내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웃기지 마라"였다. 류현진이 다시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제대로 알면 국내 복귀를 섣불리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의 주장이 맞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또다시 부활했다. 재활 등판에서 연이어 호투를 펼치며 빅리그 마운드에 다시 섰고, 단 4번의 등판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구위와 구속은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특유의 경기 운영 능력과 핀포인트 제구는 전성기 못지않다. 자신의 이름 뒤에 붙었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완전히 바꿔 놓았다.
2일(이하 한국 시각)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복귀전에서 5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다. 그래도 희망을 봤다. 경기 초반 흔들렸지만 곧바로 투구 패턴을 바꿔 강타선을 잘 요리했다. 6회 마운드에 올라 홈런포를 맞고 강판됐으나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8일 두 번째 등판에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상대해 4이닝 노히터 무결점 피칭을 펼쳤다. 타구에 맞아 부상했으나 투혼을 발휘하며 아웃카운트를 잡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물음표를 연하게 만들었다.
부상 후유증 우려를 딛고 14일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그리고 5이닝 비자책으로 토론토의 11-4 승리를 이끌었다. 보더라인 구석을 찌르는 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 커터를 섞어 던지며 상대 타선을 잘 요리했다. 21일 신시내티 레즈와 경기에 다시 선발 출전했다. 5이닝 비자책으로 10-3 승리의 주역이 됐다. 최고 구속이 시속 89.6마일(약 144.2km)에 그쳤으나 탈삼진을 7개나 뽑아냈다.
물음표가 확실히 느낌표로 바뀌었다. 명불허전 평가와 함께 '최고 에이스'라는 칭찬까지 나온다. 시속 90마일(약 145km)에 못 미치는 포심패스트볼로도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한다. 완벽한 완급 조절로 상대 타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1년 2개월 부상 공백으로 불안했던 입지를 단 21일 만에 견고하게 다졌다. 당당히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어 토론토의 후반기 대반격 히든카드 구실을 해내고 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부진과 부상이 겹쳤으니 여러 가지 어두운 전망이 나오기 마련이다. 길고 어두웠던 터널을 스스로 잘 빠져나왔다. 류현진이 또다시 부활에 성공했다.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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