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파생상품 가격으로 국가위험도 평가할 수 있죠
기업이나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에도 신용등급이 있습니다.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의 가격이 이 신용등급에 따라 달라집니다. 신용이 낮은 국가는 돈을 비싸게 빌려야 하고, 신용도가 높은 국가는 돈을 싸게 빌릴 수 있죠. 신용도라는 건 결국 그 국가가 처한 위험(리스크)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국가의 위험도는 누가 어떻게 평가하는 걸까요.
우선 국가의 지정학적 위험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GPR 지수(Geopolitical Risk Index, 지정학적 위험지수)가 있어요. 이 지수는 미국 중앙은행(Fed) 소속 경제학자 2명이 세계 주요 언론(10개) 기사에 나온 지정학 관련 기사를 바탕으로 각 국가의 지정학적 위험도를 측정한 결과입니다. 기사에 전쟁, 핵, 테러 등의 단어가 나오면 지수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식이죠. 안전한 국가처럼 여겨지던 북유럽 국가의 GPR 지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높아진 것이 한 예입니다.
GPR 지수는 세계 44개국의 위험도를 평가합니다. 일례로 제1차·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초기, 쿠바 미사일 위기, 9·11 테러 등 때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한국에서는 6월 민주항쟁, 김일성 사망, 개성공단 가동 중단, 북한 ICBM 발사 등에 따라 GPR 지수가 치솟았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는 외교나 군사 문제 등에 민감하게 움직였다면 이후에는 경제적 요인이 GPR 지수를 크게 움직이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국가의 위험도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로는 CDS 프리미엄이 있습니다. 2018년 9월 시행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국어에서 채권 관련 지문이 나오면서 언급된 개념이기도 합니다.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와프)는 채권을 발행할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파생 금융 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터키의 10년물 국채를 샀어요. 금리가 연 18% 넘어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가 10년 뒤 어떻게 될지는 몰라요. 그러면 금융회사를 통해 이 국채에 대한 CDS를 살 수 있습니다. 이 나라가 망해도 연 18% 금리를 보장해 달라는 거죠.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높은 것은 위험이 크다는 얘기이고, 그만큼 CDS 가격(프리미엄)도 높아집니다. 망할 가능성이 높다면 보험료도 많이 내라는 겁니다. 그 보험료의 값이 CDS 프리미엄입니다.
올해 8월 기준 CDS 프리미엄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러시아의 CDS 프리미엄이 1만3775bp(1bp=0.01%)에 달합니다. 일본(18bp), 미국(27bp), 한국(28bp)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죠. 이집트가 1451bp로 2위, 터키가 386bp로 3위입니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CDS 프리미엄은 실시간으로 바뀝니다.
그렇다면 GPR이나 CDS 프리미엄은 국가의 위험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는 걸까요. GPR 같은 지표는 후행적입니다. 일이 벌어지고 기사가 나오고서야 뒤늦게 지표에 반영되는 식이죠. 역사적 자료는 될 수 있어도 실시간으로 국가의 위험도를 파악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지표로 쓰기에는 부적절합니다. 지표 자체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셈이죠.
반면 CDS 프리미엄은 실시간 거래가 되기 때문에 민감합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실시간으로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식이죠. 하지만 반대로 위험이 크지 않은데도 CDS 프리미엄이 급증하면서 공포심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차익 거래를 노리는 투자자가 많기에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크죠. 오히려 한 국가나 기업에 대한 불안만 높인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CDS가 폭락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국가의 위험도는 어떻게 측정할까.
2. CDS 프리미엄은 어떤 파생 상품일까.
3. 국가의 위험도를 보여 주는 지표의 한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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