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OINT] 아시안컵까지 5개월...클린스만은 옳은 과정을 걷고 있는가

김대식 기자 2023. 8. 21. 15: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내년 1월 아시안컵 최종명단은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는 말과 "대표팀은 메이저대회를 준비하는 게 크다"는 발언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노릇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도 인간이다. 그한테도 주어진 시간은 모두와 똑같은 24시간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경기장을 방문하든, 영상으로 보든 선수를 파악하기 위한 시간은 한계가 있다.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를 곧바로 찾아서 자신의 전술의 적합한지, 대표팀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에도 시간이 벅차다. 외부 행사 일정과 외신 매체 인터뷰도 많은 '월클' 출신 감독'님'이라 선수 파악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은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시선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당장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해 이하 코칭스태프가 준비해야 할 대회는 내년 1월에 예정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우승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무려 60년 넘도록 한국이 우승해보지 못한 대회를 말이다.

아시안컵이라는 어려운 대회를 앞두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뤄낸 선수단을 대폭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클린스만 감독이 원하는 이상향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아니다. 축구에 있어서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정답은 있다. 기존 전력에 큰 문제가 없다면 체제를 유지하면서 부족한 부분만 채워서 넣으면 될 일이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에 갑작스럽게 변화가 이뤄진다면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다. 지금 당장은 클린스만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판단하기에 부족한 포지션에 있어서만 새로운 선수를 파악해 어떤 선수를 추가적으로 발탁할 것인지만 고려하면 된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선발한 소집은 지난 6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제는 아시안컵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대표팀 선수단이 완전체로 소집돼 아시안컵을 준비할 수 있는 경기는 많아야 6~8경기 남짓이다.

매일 함께 훈련하는 게 아닌 대표팀의 특성상 조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클럽팀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조직력을 갖추기도 모자랄 판에 수많은 포지션에 있어서 선수를 파악하는 건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에게는 시간 낭비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뿐만 아니라 U리그와 고등리그 오산고 경기도 봤다. 연령별 대표팀도 지켜보면서 한국축구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으며 대표팀 풀에 누구를 넣을지 파악하고 있다. 3월과 6월 A매치 명단을 살펴보면 많은 선수들이 바뀌었는데 앞으로 얼마나 바뀔지 알 수 없다. 변화는 지속될 것이다. 내년 1월 아시안컵 최종명단은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최대한 많은 선수를 보려 한다"고 직접 이야기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정녕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에게 적합한 프로세스일까.

많은 선수를 보면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건 아시안컵을 끝내고 진행해도 늦지 않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그때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면서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도 늦지 않다. 아시아 국가에 배정된 월드컵 티켓이 더 많아진 상황이라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실험은 최종예선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좋은 결과를 얻었던 메이저대회의 경험을 복기해봐도 똑같은 결론이 나온다. 2002 한·일 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 모두 대회를 앞두고는 선수단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다. 심지어 벤투 감독 시절에는 대표팀 자원의 풀이 폐쇄적이라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에 비해 TEAM 클린스만은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같은 핵심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어떤 선수가 선발 명단으로 나올 것인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어떤 선수가 선발될지는 클린스만 감독도 직접 자신이 모른다고 답했다.

"대표팀은 메이저대회를 준비하는 게 크다. 다가오는 아시안컵과 2026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현대축구의 흐름과 상대국들의 준비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답한 클린스만 감독이지만 정작 본인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감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클린스만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줄수록 비판의 시선은 대한축구협회(KFA)한테 향할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의 감독 커리어가 2016년에 끝났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2020년 헤르타 베를린 시절에 벌어졌던 SNS 사퇴 촌극은 감독 이력으로 추가하기 민망하다.

무려 6년 넘도록 감독으로서 부름을 받지 못한 버려진 전설을 비판 속에서도 데려온 건 KFA다. 현장감각과 전술 및 최신트렌드에 뒤떨어진 감독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도 KFA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밀어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이 어떠한 과정과 절차를 통해서 선임됐는지는 제대로 밝히지도 못했다. 억지스러운 과정을 거쳐서 온 감독이 납득하기 힘든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만약 클린스만 감독이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이재성, 오현규, 조규성 등 한국축구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세대를 데리고 아시안컵을 망쳐버린다면, 클린스만 감독을 믿고 2026 월드컵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KFA는 대회 실패에 대한 책임을 어디에 물을 수 있을까.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