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딜레마...경제 힘들다면서 기준금리 ‘찔끔’ 내린 이유
중국 지도부와 인민은행의 딜레마
“부동산·환율·경기 다 잡을 순 없다”
중국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시장 예상보다 작은 폭으로 인하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1일 1년 만기 LPR은 0.1%포인트 낮추고, 5년 만기 LPR은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1년·5년 만기 모두 0.15%포인트 인하하리라고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 결과다.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 매출 1위인 부동산 기업 비구이위안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촉발한 부동산·금융업의 위기 등 중국 경제 위기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인민은행이 금리를 크게 내려 시장에 돈을 풀 것이란 전망도 깨졌다. 중국은 무슨 자신감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아주 조금’만 한 것일까.
◇Q1. 중국은 왜 대출우대금리(LPR)를 찔끔 내렸나.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부동산 시장과 환율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내렸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관계자는 “중국은 중소기업 등의 자금난을 고려해 LPR 1년물의 금리를 소폭 낮췄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해 5년물(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은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구이위안 등 일부 부동산 기업의 자금난으로 중국 부동산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경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가파른 위안화 가치 하락(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상승)도 부담이다. 위안화 가치 급락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경기 부양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과감한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인민은행이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금리 인하 수단을 쓸 경우, 약세인 위안화 가치가 더 빨리 추락할 수 있다.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외국인 자금이 위안화를 달러 등 외화로 바꾸면서 추가 충격이 올 위험이 있다.
시중에 도는 돈이 이미 충분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금융회사 관계자는 “중국 지도부는 돈을 풀어봤자 은행에 자금만 쌓이는 상황에서 돈 풀기가 능사는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중국 내부에서 통화 정책으론 한계가 있고, 포괄적인 재정 정책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Q2. 중국 통화 정책이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중국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를 통해 주로 통화 정책을 펴는 미국과 다르다. 오히려 통화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란 평가를 받는 나라다. 기준금리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중앙은행의 영향력 또한 제한돼 있어 미국이나 한국처럼 명쾌한 통화 정책을 펴기가 어렵다. 이번에 공개된 대출우대금리도 엄밀히 말하면 중국 기준금리를 가늠하는 참고치일 뿐, 통화 정책의 절대적 도구라고 보긴 어렵다. 중국 금융권에선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LPR 금리를 ‘정책 금리 3종 세트’로 부르고, 이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통화 정책의 방향을 추정한다. 중국 금융기업 관계자는 “코뚜레(기준금리)가 없으니 통화 정책을 통일되게 끌고 가기 어렵다”고 푸념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1년 만기 MLF 금리를 2.65%에서 2.5%로, 7일물 역RP 금리는 1.9%에서 1.8%로 이미 낮췄다. 시중에 이 같은 방식으로 공급한 유동성이 약 111조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 매체 차이신은 “중국 지도부가 지방정부 부채 상환을 돕기 위해 1조5000억위안(약275조원)의 특별 융자채권 발행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여러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21일 LPR 금리는 크게 조정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Q3. 돈을 푸는데 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나.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어도 실물 경제가 침체된 탓에 이 돈을 쓰려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국유은행들은 인민은행이 돈을 찍어 내려보내도, 이 돈을 빌려주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는 형국이다. ‘우량 고객’인 국유기업들은 3%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가기 때문에 은행이 대출할 수록 손해고, 민간기업들은 불안해서 못 빌려주는 상황이다. 지난달부터는 대출 수요가 급감했다. 지난달 은행 신규 대출 규모는 3459억위안으로 6월에 비해 89%나 줄었다. 부동산·금융 시장이 흔들리고 소비·생산·수출 등 핵심 지표가 악화되자 민간 기업들도 대출을 꺼리기 시작한 것이다. 돈이 돌지 않고 경기가 식어가면서 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는 2년5개월만에 마이너스(전년 대비 -0.3%)를 기록했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 18일 거래 수수료 인하 등 증시 지원책을 발표했고, 금융기관들에 경제 회복을 위해 대출을 확대하라고 주문하는 등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인민은행은 20일 “금융감독관리총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지난 18일 회의를 열고 실물경제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며 “주요 금융기관들은 책임을 지고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시중에 돈이 무분별하게 풀리면 부작용이 속출할 것을 걱정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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