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전쟁' 앞서나가는 테슬라…인프라 장악에 '속도'
전기차 충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완성차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자사의 독자 규격을 내세운 테슬라가 충전 인프라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핵심 주도 테슬라에 힘을 실어주면서 충전 시장에서의 입지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21일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텍사스주는 최근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북미 충전 표준) 방식을 전기차 충전소에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켄터키주에 이어 두 번째다.
충전 방식의 표준화를 두고 북미를 중심으로 테슬라에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워싱턴주도 NACS 도입을 검토 중이다. 플로리다주 또한 내년 테슬라의 충전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혼다의 아큐라 브랜드도 최근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 충전에 테슬라의 NACS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아큐라가 선보일 첫번째 전기차 모델이 제너럴모터스(GM)의 얼티엄플랫폼을 기반으로 GM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기 때문에 충전 방식 역시 이에 따른다는 설명이다. GM은 2025년부터 생산차량에 NACS 포트를 넣기로 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충전 시장까지 입지를 넓히려 하면서 '충전기 전쟁'이 촉발됐다. 지난해 11월 자사의 독자 규격인 NACS를 다른 자동차 업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면서 가시화됐다. 전국에 깔린 충전기 이용률을 높이고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한 전략이다.
이에 주요 자동차 대기업들도 테슬라의 충전 규격에 편승하는 모양새다. GM을 비롯해 포드, 리비안과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스웨덴 볼보, 일본 닛산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대기업들이 NACS를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에서 테슬라는 NACS를, 타 업체들은 'CCS' 커넥터를 주로 사용해왔다.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미국 전체 공용 급속 충전기의 60%를 차지해 보급률이 높다. 충전기 시장에서의 호환성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고려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넓은 영토에 장거리 운전이 많은 북미 지역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 크다.
아직 테슬라의 NACS를 선택하지 않은 주요 전기차 제조사는 도요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현대자동차·기아 등이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은 NACS 도입을 두고 테슬라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충전동맹'을 맺고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기아, BMW, GM,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등 7개사는 협약을 맺고 미국 전역에 최소 3만개의 충전소를 설치, CCS와 NACS 커넥터를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충전 시장에서 고립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충전 인프라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크다. 시장 조사 업체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내년부터 10년간 연평균 1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34년 기준 시장 규모는 1230억달러(약 16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테슬라가 충전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면서 현대차그룹도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NACS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지난달 13일 영국에서 열린 아이오닉5N 공개행사에서 테슬라식 충전기 표준화에 현대차도 함께할 것인지를 묻자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NACS 네트워크에 합류하면 충전소 접근성 등은 용이해진다는 장점은 있지만 현대차에서 개발한 초급속 충전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테슬라로 고객 데이터가 넘어가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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