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김도윤 “항상 심드렁하던 아버지도 재밌게 보셨대요”[인터뷰]

이유민 기자 2023. 8. 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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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사진. 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항상 심드렁하시던 아버지도 집중해서 보셨대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출연한 배우 김도윤이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을 만나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는 개봉 7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정말 감사하죠. 이렇게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저희 아버지께서도 잘 보셨더라고요. 항상 심드렁하신 분이신데, 어머니께 ‘영화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말씀하셨대요. ‘전 연령대가 공감해서 볼 수 있는 내용과 메시지가 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김도윤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폐허가 된 서울,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아파트의 103동 809호 주민 ‘도균’ 역을 맡았다. 도균은 가구 디자이너로 얼핏 보면 아파트 내의 사회에 비협조적인 아웃사이더 같지만, 타락해가는 인간들 사이에서도 소신을 지키는 올곧은 성품의 인물이다.

김도윤 사진. 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도균을 생각하면 ‘양심’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했다.

“도균은 처음에 외부인들을 내보내자는 의견이었는데, 그 선택을 계속 양심에 걸려해요. 또 어린아이들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인류애가 있는 인물이죠. 재미를 주기 위해 영화에서는 모호하게 표현했을 수 있지만, 도균은 원래 양심적인 인물입니다.”

도균은 황궁아파트 내의 감시를 피해 외부인들을 몰래 자신의 집에서 지켜주기도 한다.

“도균의 집에 설계도면이 걸려 있는데, 설계도를 그린 사람이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라는 사람이에요. 그분이 인간 중심적인 사상을 중요시했다고 해요.”

김도윤 사진. 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모든 등장인물에 공감가

그는 엄태화 감독의 엄청난 팬이었다며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모든 인물에 공감이 간다는 게 쉽지 않은데, 대본을 읽으니 모든 인물에 공감이 갔다”고 했다.

“저는 ‘콘크리트 유토피라’를 3번 봤는데요, 볼 때마다 공감 포인트가 달랐어요. 첫 번째는 관객들 반응과 제 연기를 중심으로 봤고, 두 번째는 민성(박서준)과 명화(박보영) 부부의 안타까운 상황을 생각하며 봤고, 마지막은 영탁(이병헌)이라는 인물에 집중해서 봤어요. ‘영탁(이병헌 분)은 도대체 왜 저렇게 저 집에 집착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탁이 쓸쓸해 보였거든요. 저는 영탁에게서 우리들의 아버지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

‘콘크리트 유토피아’에는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등 명배우가 대거 등장한다. 그는 “이병헌 연기가 워낙 무시무시해서 힘들었다”고 눙을 쳤다.

“계속 무서웠으면 모르겠는데, 카메라 밖에선 이병헌 선배가 장난도 많이 치고 분위기도 환기하셨어요. 그러다 카메라가 돌면 갑자기 정색하시더라고요. ”

김도윤 사진. 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연기는 외로움과의 싸움

김도윤은 2016년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에서 양이삼 부제 역할로 출연하며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2020년 영화 ‘반도’에 이어 넷플릭스 ‘지옥’에서는 화살촉 리더역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다.

“운좋게 다양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어요. 장르적인 작품들을 많이 했는데,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현실적인 캐릭터로 리얼리티를 만드는게 저의 장점이 아닐까 해요. 저를 통해서 연기가 표현되지만, 극 중 인물을 저와 동일시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평상시엔 거리를 뒀다가 카메라가 돌면 집중하죠. 비결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극 중 인물과 나를 동일시 못 하는 것에 쾌감을 느껴요. 이상한가요? (웃음)”

서른살이 넘어 데뷔한 늦깍이 배우지만, ‘연기’에 진심인 삶을 살며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 그다. 그에게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지 물었다.

“항상 힘들었어요. 처음 촬영 현장에 나갔을 때가 제일 힘들어요. 낯선 스태프와 낯선 현장에서 오만가지 감정이 들죠. 내가 준비해 온 것이 ‘맞나?’ 계속 의심 들고요. 연기를 시작하고 매일 생각한 것이 ‘나는 재능이 있나? 재능이 있을 수도 있어. 아니야 재능 없어’ 이것의 무한 반복 이었습니다. 연기는 외로움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이유민 온라인기자 dldbals525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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