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들이 ‘왜 전 국민이 사과하냐’ 해요”…잼버리 파행 속 빛난 민간 외교관들의 활약
서울 맛집·핫플레이스 지도 만들어 배포, 직접 인솔도
영국 잼버리 대원에 시민들 다가와 “쏘리” 사과해
40명 식사비 내준 시민, 음식 쿠폰·놀이기구 티켓 선물도
노래방·다이소·문구용품 등에 엄지 척…“또 오겠다”
예진씨에게 “명예대원 되어달라” 스카우트 스카프 선물
지난 11일 막을 내린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부실한 운영으로 국가적 망신을 샀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특히 오랜 준비와 기대를 안고 참여했다가 폭염과 열악한 환경에 고생하고 떠난 각국 청소년들이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씨처럼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한 국민들 덕분에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는 해외 잼버리 대원들의 경험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당시 아이들은 모두 벌레에 잔뜩 물린 상태였지만 현장에서 받은 약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그중 한 명은 채식주의자였는데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었고, 샤워실 등의 위생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도망치듯 나왔다고 토로했다.
지도를 받은 영국 대원들은 다음 날 바로 서울숲으로 가서 사진을 찍어 이씨에게 보내 줬다. 하지만 이틀 후 태풍이 와서 발이 묶였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줄 몰라서 매일 맥도널드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결국 영국팀 대장이 이씨에게 영국 단원 40명이 갈 수 있는 식당 추천을 부탁했고, 이씨는 한식당을 예약한 후 ‘한국어로 주문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식당 측 요청에 태풍을 뚫고 식당으로 갔다. 이씨 어머니도 두 팔 걷고 나서서 한국의 맛을 알리고 4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들을 섭외해 줬다.
지난 13일에는 홍대의 한 고깃집을 예약해 숙소에서부터 함께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40명이 함께 움직이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씨는 또다시 홍대에서 갈 만한 곳을 온라인 구글 지도로 만들고,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에서 길을 잃을까 봐 직접 40여장을 인쇄해서 나눠 줬다.
“노래방을 처음 가 봐서 그런지 신기해하며 좋아했어요. 쇼핑을 특히 많이 했는데 여학생들은 옷과 다꾸(다이어리 꾸미기)할 스티커와 펜, 연필을 잔뜩 사고, 남학생들은 재밌어 보이는 간식을 많이 샀어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떠나려던 순간 이씨의 테이블로 대원들이 갑자기 몰려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씨는 “개인적으로 아주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 봉사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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