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차' 복원 나선 기아…"브리사에 삼발이까지 살렸다"
79년 역사 되짚는 헤리티지 프로젝트 본격 착수
다음달 브랜드 헤티티지 사업 담당할 직원 채용 예정
'2인자' '동생' 이미지…현대차와 차별화 이끌어 낼까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기아가 브랜드의 출발점이 됐던 삼륜자동차 T-600과 브리사를 복원하며 헤리티지 프로젝트(옛날 차 복원)에 시동을 걸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차량들을 되살려 기아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 모빌리티 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기아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브랜드 체험관 '기아 360'에서 삼륜차 T-600과 자사 최초 후륜구동 승용차 브리사의 복원 모델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이 전시는 21일부터 내년 5월까지로 '무브먼트 위드 피플'(Movement with People)을 주제로 열린다.
기아는 지난해부터 옛 차량을 복원하는 헤리티지 사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을 되살릴 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기아의 대표 차종인 브리사가 유력한 모델로 물망에 올랐다. 그러다 지난 6월 정의선 회장이 기아의 헤리티지 사업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기아가 이번에 선보인 T-600와 브리사는 브랜드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대표 차종이다. 기아는 연구소에 보관했던 T-600과 브리사를 활용해 두 차량의 과거 사진과 출시 카달로그에 대해 내외장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79년 기아 역사 되짚는 T-600과 브리사
하지만 잦은 전복 사고로 1972년 정부가 고속도로 통행과 운전면허 시험을 전면 금지 시키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역사적 가치를 높이 받아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 400호 등록됐다. 2012년에는 중고차 사이트 보배드림에 10억원 가량의 매물로 등장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브리사는 기아 광명 오토랜드의 전신인 소하리 공장에서 생산된 첫 양산형 승용차로 현대차 포니와 함께 한국 자동차 역사의 기념비적인 모델로 꼽힌다. 처음에는 일본 마쓰다 자동차의 패밀리아 3세대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이었지만 이듬해 세단으로 모습을 바꿨다.
1976년 90%의 국산화율을 달성한 브리사는 석유 파동 당시 우수한 경제성을 토대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영업용 택시로도 많이 이용됐다. 그러나 현대차 포니의 등장으로 판매량에 타격을 받았고 1981년 정부의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로 브리사는 단종의 길을 걷게 됐다.
스포티지 전시회로 맛보기한 기아, 현대차와 차별 성공할까
플랜 S는 기아가 2021년 1월 발표한 경영전략으로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선제적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골자다. 기아는 다음달 브랜드 헤리티지 담당 직원을 최종 선발해 자사 역사를 되짚는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전동화 전환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기아가 과거 모델을 복원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 자사의 헤리티지를 공유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기아는 1944년 경성정공으로 시작에 1952년 기아 산업, 1990년 기아자동차, 2021년 기아로 이름을 바꾸며 성장했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후 국내 2위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일각에선 기아만의 독보적 색깔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못지 않은 역사와 다양한 차종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2인자'라는 이미지가 있다"며 "전기차 시대에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통해 기아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아보다 헤리티지 사업에 먼저 뛰어든 현대차는 한국 최초 독자 개발 차량인 포니를 앞세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5월 포니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함께 49년 만에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하고, 지난 6월에는 포니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는 1주일 만에 5000명 넘는 방문객이 몰릴 만큼 흥행했다.
기아는 지난달 사전 작업격으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 헤리티지 전시회를 열었다. 1993년 출시된 1세대 스포티지와 5세대 스포티지 30주년 기념 모델을 전시했다.
업계에선 기아가 헤리티지 사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현대차와 차별화를 둘 지 주목하고 있다. 자칫 레트로 마케팅에 맞물려 일시적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과거 차량을 복원하는 방식이라면 헤리티지 사업에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기아가 품은 유산의 지속가능성, 경쟁력, 철학 등에 차별성을 두어야 고유의 정체성를 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혜경 벌금형 선고에…이재명 "아쉽다" 민주 "검찰 비뚤어진 잣대"
- '마약 투약 의혹' 김나정 누구? 아나운서 출신 미스맥심 우승자
- "김병만 전처, 사망보험 20개 들어…수익자도 본인과 입양딸" 뒤늦게 확인
- 채림, 전 남편 허위글에 분노 "이제 못 참겠는데?"
- "패도 돼?"…여대 학생회에 댓글 단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단독]'김건희 친분' 명예훼손 소송 배우 이영애, 법원 화해 권고 거부
- "월급 갖다주며 평생 모은 4억, 주식으로 날린 아내…이혼해야 할까요"
- 배우 송재림, 오늘 발인…'해품달'·'우결' 남기고 영면
- 이시언 "박나래 만취해 상의 탈의…배꼽까지 보여"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