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챗봇·콜봇, 고객 응대·상담정리…어르신 이용 불편은 해소해야
국내 시장 2030년 4700억 규모 성장
신입사원 교육 8개월→4개월 단축
정보소외계층 “AI 도입 두려움 느껴”
정치권, 진흥법·규제 대응 신중모드
한국 콜센터 종사자는 현재 약 18만명 정도다. 콜센터는 대표적인 노동 집약 산업으로 종사자 수가 다른 산업에 비해 많다. 하지만 최근 AI가 빠르게 산업에 적용되며 콜센터 풍경이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2030년 한국 콜센터 AI 프로그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3억5000만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용 불편은 늘고 있다. 비대면 터치 방식 또는 AI 도우미 사용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와 기업들의 투자와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국내 콜센터 AI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0년 4214만달러였다. 현재는 이통 3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T는 서울시와 협업해 AI 안부전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KT도 자체적으로 솔루션을 만들어 상담원 업무처리를 지원하는 AI 어시스턴트를 보급했다. LG 유플러스도 약 900개 고객사들과 협업하고 있다.
AI가 도입되면서 상담원 업무 환경도 변화했다. 인재육성부터 관리까지 단계적으로 다방면에서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양승만 KT CS운영 분야 직무전문가는 “과거 업무 강도와 난이도 때문에 신입사원을 업무에 적응하게 만들려면 약 8개월 정도가 필요했다. 하지만 AI를 이용한 업무환경과 교육 프로그램들 덕분에 약 4개월 정도로 그 기간이 줄었다”고 밝혔다. AI가 상담원들 평소 상담을 텍스트로 빠르게 바꿔주기 때문이다. 상담원 교육 시나리오 제작 등이 용이해졌다. 신입사원은 이를 보고 업무를 보다 편하게 배울 수 있다.
숙련된 상담원도 업무를 보다 쉽게 수행한다. 예컨대 숙련된 상담원이라도 상담이 길어지면 이전에 했던 말 등을 까먹거나 고객 요청사항을 잊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때 AI가 텍스트로 정리한 상담 내용을 돌아보며 잊은 요청사항 등을 빠르게 체크할 수 있다.
AI가 발전해 말을 텍스트로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 덕에 관리자도 상담원 업무 수행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고객이 상담 진행 도중 불만이 생겨도 관리자가 빠르게 문제점이나 원인 등을 파악해 피드백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존 기억에 의지했던 업무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텍스트로 기록하고 정확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빠른 사업 변화에 고객들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콜센터 산업은 빠르게 변화했다. 전화를 걸면 AI가 응대하는 경우나 AI챗봇 등은 이미 흔해졌다. 실제로 콜을 다른 상담원에게 전환하는 업무도 AI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일부 상담원들은 실제 업무 강도에선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SKT와 AI 안부서비스 협업을 하고 있는데 한 서울시 동사무소 AI 안부서비스 담당 직원은 “업무는 크게 달라진 게 없고 AI를 전적으로 믿기 힘든 점도 있다”라며 “AI 안부서비스로 업무 강도가 전과 유의미하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서울시 직원은 “모든 고독사 위험군을 AI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으며 신청자에 한해 관리하고 있다”며 “달라진 부분은 있지만 크게 달라지진 않았고 실제로 AI 서비스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서비스 중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AI 안부서비스는 서울시와 SKT가 협업해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AI 안부서비스는 고독사 위험군을 관리하는 담당 직원 업무 강도를 낮추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AI가 발전하면서 노인 계층 등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과 다르게 특히 노인 계층은 무기력함 등을 느끼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노인들이 AI 발전에 따라 무기력함과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80세 정모씨는 “은행 업무를 볼 때 기계음이 필요한 업무를 말하라고 하면 잘못 말했다가 개인정보가 나갈까 봐 두려워 자식들한테 부탁하는 상황”이라며 “자식들한테 매번 부탁하기도 미안하고 눈치도 보이면서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들도 매번 부탁을 들어주면서 지치고 나도 무력함을 느끼면서 서로 갈등이 생길 때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인들을 위한 교육 등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정모씨는 “세상은 발전하지만 그 속도를 못 따라가 불편함을 크게 느끼고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노인을 배려하는 정도가 많이 낮은 거 같다”고 지적했다.
노인들은 전화로 은행 업무를 볼 때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AI로 인해 콜센터 전화 대응이 낯설게 달라져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마포구에 사는 67세 이공숙 씨는 “세상이 변화하면서 인공지능 뉴스를 볼 때마다 두렵다”라며 “전화로 업무를 볼 때도 기계음이 들리면 개인정보 같은 게 나도 모르게 빠져나가 악용될까 봐 두렵다”라고 말했다. 63세 이모씨도 “뉴스를 볼 때마다 세상에서 뒤처지고 소외된다는 느낌을 매번 받는다”라고 호소했다.
서영길 한국복지통신협의회 대표는 “한국복지통신협의회는 노인분들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래도 다른 노인들보다는 AI에 많이 두려워하지 않지만 기업들이 발전할 때 노인들을 배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낀다”라고 밝혔다. 서 대표는 “지금은 과도기적인 측면도 있지만 노인들이 AI 등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AI 발전에 따라 작은 콜센터들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규빈 상상모빌리티 대표는 “대기업들이 시장에 들어오면 작은 기업들이 망하는 게 이치이지만 AI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입해서인지 더 빠르게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라며 “매출이 5년 사이 30% 넘게 빠지는 데 이는 다른 작은 콜센터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뚜렷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홍석준 의원실 관계자는 “AI 발전으로 콜센터도 변화하면서 노인들과 같은 정보소외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관련해서 준비하고 있는 법안은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AI 분야 후발주자이기에 규제 등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규 의원실 관계자도 “AI 관련해서는 한국이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서는 발전되지 않아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고 아직 진흥법이 필요한지 규제가 필요한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민간 영역에서 노력이 필요하단 이야기도 나왔다. 민형배 의원실 관계자는 “AI 분야는 자체가 모호하기도 하고 민간 영역이라 기업 등 민간에서 정보소외계층을 배려하면서 AI를 발전시키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우찬 기자 uch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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