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황 TBS 이사장 취임하자마자 "구조조정" 예고
TBS 양대 노조, 박 이사장 구조조정 발언 비판 "기초적 이해도 없어"
연합뉴스TV 노동조합, 방송 전문성 의문 제기… "조직 발전 원동력 정체"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연합뉴스·연합뉴스TV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는 박노황 씨가 미디어재단 TBS 이사장으로 선임된 뒤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이에 TBS 내부 구성원들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박 이사장이 타 방송사보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TBS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TV 노동조합은 박 이사장이 방송 경영 전문성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서울시는 18일 박노황 전 대표이사를 TBS 이사장을 선임했다. TBS는 박 이사장 선임 소식을 알리는 보도에서 “재단 운영에 대한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TBS의 실효성 있는 혁신안 마련과 신뢰받는 방송 이행, 시의회 소통, 수익원 다변화를 통한 자체 수입 확대 등 TBS의 시급한 현안 해결을 지원할 적임자로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비대해진 조직을 구조조정 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히고, 방송인 김어준 씨에게 거액의 출연료를 준 전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TBS 양대 노조는 21일 입장문과 성명을 내고 박 이사장의 구조조정 언급을 비판하고 나섰다. TBS노동조합은 입장문에서 “구조조정은 직원들의 정신적, 경제적 안정을 위협하고 방송의 질과 다양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TBS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며, 그 내부에는 수많은 직원들의 열정, 노력, 그리고 가족들의 기대가 함께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직원들의 권리와 복지를 침해하는 일이 있으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TBS노동조합은 “이사장 선임은 회사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지만, 그 시작이 불안과 두려움의 연속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단순히 회사의 정상화를 위한 방향성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불안과 고민을 해결하는 방향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성명을 통해 “언론계에서 쌓아온 그의 행적에 대해서는 차치하고, 불투명한 신임 이사장 임명 과정과 임명 후 가진 인터뷰만을 보고서도 단순한 우려를 넘어 좌절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TBS지부는 “지부는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전 직원 임금 반납을 노동조합 차원에서 수용했으며, 경영 정상화에 힘을 보태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박 이사장의 인터뷰는 그동안 참아왔던 조합원의 분노를 깨우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했다.
TBS지부는 박 이사장이 TBS를 두고 '비대해진 조직'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타 방송사 대비 적은 제작비 속에서 꾸준히 제작을 해왔으며, '제작비 제로'라는 최악의 방송 제작 환경을 맞았어도 시민을 위한 공영방송 제작이라는 사명감으로 제작에 매진했다. 이런 TBS노동자에게 '비대한 조직'을 언급하는 것은 현 상황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조차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을 입에 올릴 것이 아니라 TBS가 지역 공영방송으로서 시민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공적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 먼저 언급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의문 제기되는 방송 전문성… “조직 발전 원동력 정체됐다”
이런 가운데 연합뉴스TV 구성원들 역시 박 이사장 선임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TV지부는 미디어오늘에 “연합뉴스TV 사장을 겸직했다고 방송 전문성을 갖췄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장 겸직 당시 대부분의 사항을 임원들에게 일임했고, 크게 관심을 가지 않았기에 조직 발전의 원동력이 정체되었다고 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TV지부는 “방송 경영의 전문성은 단순한 지식 외에 의사결정능력, 조직관리능력 등을 포함할 것”이라며 “현재 연합뉴스TV가 가지고 있는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들, 최대주주와의 불공정 관계·인사제도·임금격차 등은 박 이사장이 경영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초기에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박 이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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