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덜 아문 상처'···새 학기 맞이한 서이초 가보니

이승령 기자 2023. 8. 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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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12시30분, 육중한 학교 정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님에게 가방을 맡기는 저학년 아이들, 친구들끼리 그 옛날 유행가를 부르며 들뜬 2학기 첫 하교길을 만끽하는 고학년 아이들까지, 학교 앞에 늘어 선 조화들의 엄숙함이 오히려 아이들의 해맑음에 가려지는 듯했다.

학교 정문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오늘 아침에도 기자들이 학교에 와서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고 해서 걱정돼 데리러 나왔다"면서 기자의 질문을 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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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교사들이 보낸 조화 가득
숨진 교사 담임이었던 1학년 6반
신관 2층으로 자리 옮겨 새출발
하교길 아이들 데리러 온 학부모들
추모 공간은 5시 이후에만 개방
여전히 사건 이야기는 조심스러워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이 아이들의 하교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승령 기자
[서울경제]

“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 나도 한 번 불러본다”

12일 오후 12시30분, 육중한 학교 정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님에게 가방을 맡기는 저학년 아이들, 친구들끼리 그 옛날 유행가를 부르며 들뜬 2학기 첫 하교길을 만끽하는 고학년 아이들까지, 학교 앞에 늘어 선 조화들의 엄숙함이 오히려 아이들의 해맑음에 가려지는 듯했다.

21일 서울 서이초등학교로 배달되는 조화를 실은 차량이 정문 앞에 주차돼있다. 이승령 기자

젊은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급히 방학을 하루 앞당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가 한 달 여의 방학을 마무리 하고 2학기 학사일정을 시작했다. 그동안 전국에서 학교로 배달된 조화들을 지난주에 정리했지만 이후 학교로 배송된 조화들이 여전히 학교 정문 양 옆으로 늘어서 있었다. 서이초등학교 보안관은 “지난주 학교와 구청에서 한 번 정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찰 조사의 중간 결과가 나오고 나서 다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21일 서이초등학교 정문 앞에 교사들이 보낸 조화가 늘어서 있다. 이승령 기자

지난 14일 경찰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관련 학부모 등을 조사한 결과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교사들의 분노를 다시 한 번 자아냈다. 이에 조화에 붙은 추모 문구 중에서는 경찰 조사를 비판하거나 숨진 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른바 ‘연필맘’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내용도 다수 눈에 띄는 상황이었다.

21일 서이초등학교 정문 안으로 새로 세워진 건조물이 막바지 공사를 앞두고 서있다. 이승령 기자

정문 너머로 보이는 학교 내부에는 작은 변화가 눈에 띄었다.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마주할 수 있었던 추모공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검은색 가건물 형태의 건조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이초 학교 보안관의 설명에 따르면 이 건물은 향후 과학실과 교사연구실 등 용도로 사용된다. 사고가 발생한 1학년 6반과 옆 반인 5반이 위치를 옮기면서 그 자리에 있던 시설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현재 1학년 6반과 5반은 학교 건물 서측 1층에서 학교 신관 2층으로 위치를 옮긴 상태다.

당초 숨진 교사는 자신이 담임으로 있던 1학년 6반이 학교 건물 일부에 가려 어둡고 환기도 잘 되지 않는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에서 교실 위치를 변경한 이유도 이러한 문제제기에 따른 후속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2학기 첫 하교를 하는 아이들은 밝고 명랑한 모습이었지만 어른들은 여전히 사건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학교 정문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오늘 아침에도 기자들이 학교에 와서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고 해서 걱정돼 데리러 나왔다”면서 기자의 질문을 피하기도 했다.

서이초 교내에는 숨진 교사를 위한 추모공간이 이전되기 전 1학년 6반 교실 밖에서 여전히 추모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방학 기간 동안 학교 운영시간 내내 개방됐던 추모 공간은 이제 아이들이 학교를 완전히 떠난 시간인 오후 5시부터 방문 가능하다.

한편 오는 9월4일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기해 전국 교사들이 교권 보호를 위한 각종 법안 통과 및 개정을 요구하며 집단 연가를 낸 채로 집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어 파업 형태의 대규모 집회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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