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잼버리’ 전북도 감사 시작…김관영 지사는 “국정조사가 공정”
“영국 대표단 철수 정당화하려 화장실 얘기 부각”
“참가자들이 사진 찍어 부모에게 보내 이슈화” 구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파행 운영된 것과 관련해 감사원이 21일부터 전북도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원은 전북도가 잼버리를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에 활용했는지 등을 집중 감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회 유치 단계부터 조직위 운영 실태, 예산 집행 내역 등 전 분야에 걸쳐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만금 세계잼버리 집행위원장이었던 김관영 전북지사는 “감사원 감사보다 국회 국정조사가 더 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감사 결과를 놓고 충돌도 예상된다. 김 지사는 대회 초반 부각된 화장실 부족과 위생 문제를 가장 먼저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대표단 탓으로 돌리거나, 잼버리 대원들의 소셜미디어(SNS)가 논란을 키웠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화장실·샤워실은 조직위가 결재 라인, 명확하게 조직위 업무”
새만금 세계잼버리가 초기에 파행 운영된 책임을 영국 스카우트대표단과 청소년인 잼버리 대원들에게 돌리는 발언은 대회 폐영(12일) 이틀 만에 나왔다.
김 지사는 지난 14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껏 전북은 개최지로서 짊어져야 할 짐을 마다하지 않았다”면서 “전북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책임도 지겠다”고 했다. 대회가 파행한 책임은 세계잼버리조직위원회와 정부 부처에도 있다는 취지다.
조직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세계잼버리 총 사업비는 1171억원이다. 조직위가 870억원, 전북도가 265억원, 부안군이 36억원을 투입했다. 전북도는 상·하수도와 주차장, 하수처리장과 대집회장, 강제배수시설을 설치했다. 부안군은 직소천 활동장을 조성했다.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장 등은 조직위 소관이라는 게 전북도 입장이다.
김 지사는 “화장실과 샤워실 등이 문제였는데, 조직위 시설본부와 사무총장, 조직위원장(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그 (결재) 라인”이라며 “이번에 문제가 된 음식, 의료, 화장실, 해충 이런 것들은 명확하게 조직위 업무”라고 했다. 또 “화장실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청결 문제였는데 조직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전북도가 맡겠다고 했다”며 “청소용역 업체와 공무원 등을 동원해 긴급하게 나섰다”고 말했다.
다만 화장실 위생 상태가 불량해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대원 조기 퇴영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서는 책임을 돌렸다. 김 지사는 “영국 대표단이 철수하면서 정당화하기 위해서 더더욱 화장실 얘기를 부각시킨 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초반에 문제가 있을 때 참가자들이 바로 SNS에 올리고 사진 찍어 부모에게 보내 금방 이슈화됐다”고도 했다.
전북도는 잼버리 부지 배수를 담당했는데, 야영장에 물이 고여 있어 대회 첫날부터 문제가 됐다. 김 지사는 “7월 30일 소나기가 오면서 16~18영지에 물이 안 빠졌다”며 “그러나 텐트를 치는 데는 문제가 안 됐다. 8월 1일까지 배수 작업을 완전하게 해서 물을 제거했고, 이후 폭염으로 전혀 배수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항 부실, 새만금 공항만 이야기하는 건 전북에 대한 공격”
전북도가 새만금에 도로와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려 세계잼버리를 유치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전북도는 2018년 발간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유치활동 보고서’에서 “2010년 새만금방조제 완공 후 사회간접자본(SOC) 등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었다. 전북도는 국제공항 건설 및 SOC 구축 등 새만금 내부 개발에 박차를 가할 명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전북이 잼버리 대회를 이용해 수십조원의 예산을 끌어왔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주장해 전북인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주고,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지사 주장은 도로와 공항은 잼버리 유치와 무관하게 추진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7월 완공된 새만금 남북2축 도로에 대해 “2011년 새만금 기본계획에 반영됐고, 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가 완료된 사업”이라고 했다.
군산공항에서 서쪽으로 1.3㎞떨어진 갯벌을 매립해 새만금국제공항을 짓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전북 정치권에서는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이 신공항으로 도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2019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를 받았다. 2019년 실시된 새만금국제공항 비용 편익분석(B/C)은 0.479로 사업 추진 요건(1.0)에 크게 미달했다.
김 지사는 잼버리와 무관하게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 면제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경북 신공항을 거론하며 “공항 부실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새만금 공항만 이야기하는 것은 전북과 새만금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잼버리 대회장을 새만금 내 매립이 완료된 부지가 아닌 갯벌로 정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새만금이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된 2017년 8월 새만금은 전체 용지조성 계획 부지 291㎢ 중 35% 수준인 103.2㎢를 조성 또는 매립 중이었다. 그러나 잼버리 부지는 2020년에서야 매립이 시작됐고, 대회를 8개월 앞둔 지난해 12월에야 준공됐다. 김 지사는 “양질의 상수도를 끌어올 수 있는 지역이 부안댐에 가까이 있는 현재 영지였다”고 했다.
◇”공정한 감사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野 주장 국정조사에 동조
김 지사는 감사원이 잼버리 파행 운영과 관련해 전북도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잼버리와 관련된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도 이번 감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게 김 지사 입장이다.
김 지사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 감사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고 교훈을 얻는 감사가 되었으면 한다’며 “목표를 정하거나 희생양을 삼는 감사가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또 “그동안의 감사원의 행태에 비춰봤을 때 공정한 감사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정조사는 진행 과정 전체가 공개되고 국민의 궁금증을 국회를 통해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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