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지자체 17곳 중 '갑질 피해자 분리조치' 조례 4곳뿐

최나실 2023. 8. 21. 15: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저를 계속 못마땅하게 여기던 주무관이 '다들 싫어하니 타 지역으로 전출 가라'고 하거나 연장근무 때 저 빼고 저녁을 먹는 등의 방식으로 괴롭혔습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은 조사기간 동안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명령 등 피해자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이 없는) 광역지자체들은 신속히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장갑질119 '광역시도 갑질 보고서'
'지체 없이 조사한다' 조항 절반 불과
대전시청 공무원이었던 故 이우석 주무관의 어머니 김영란(오른쪽 두 번째)씨가 지난 2021년 10월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아들의 죽음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년 1월 대전시청에 발령받은 새내기 공무원이었던 이 주무관은 그해 7월 새 부서로 발령받은 뒤 직장 내 따돌림, 갑질을 당한다고 호소하다가 9월 26일 25세 나이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뉴스1
저를 계속 못마땅하게 여기던 주무관이 ‘다들 싫어하니 타 지역으로 전출 가라’고 하거나 연장근무 때 저 빼고 저녁을 먹는 등의 방식으로 괴롭혔습니다. 참다못해 문제를 제기하자 팀장은 저보고 ‘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드냐. 당사자끼리 알아서 해결하라. 내가 해줄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직장갑질119에 올해 6월 제보된 한 '공무원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정부의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 대책'이 발표된 지 5년째이지만,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갑질 대책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갑질 대응 조례는 거의 마련된 상태지만, 구체적 조항을 살펴보면 피해자 보호나 실태조사 등 여러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1일 '2023년 17개 광역시도 직장갑질 보고서'를 펴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실을 통해 17개 광역지자체에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2018년)과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2019년) 이행 상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내용이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2019년 7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고용노동부는 공무원은 이 조항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국가공무원노조는 공무원에게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종합대책'과 '가이드라인' 내용이 갑질당한 공무원들이 기댈 구석인 셈이다.

우선 '법령·조례 등 자체 가이드라인 마련' 측면에서는 17개 광역지자체는 대체로 양호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구·대전·울산·충남·전북·경남 등 7곳은 △조례 △규칙·훈령 △지침·매뉴얼을 모두 갖추고 있었고, 여타 지역도 양호 평가를 받았다. 다만 조례만 갖춘 전남과, 유일하게 조례 없이 훈령·매뉴얼만 갖춘 제주는 보통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례 내용을 뜯어보면 한계가 명확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명시된 대로 갑질 피해 신고 접수나 인지 후 '지체 없이 조사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곳은 8곳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는 "모범 사용자 역할을 해야 할 광역지자체 17곳 중 9곳의 조례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사 기간 동안 피해자를 분리한다'는 보호 조치 내용이 포함된 곳도 4곳(부산 인천 울산 제주)뿐이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은 조사기간 동안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명령 등 피해자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이 없는) 광역지자체들은 신속히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 방침에 따르면 반기마다 갑질 실태조사를 해야 하지만, 대개 1년 단위로 조사를 실시했다. 세종·전남·강원은 지난 5년간 한 번도 실태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