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채 상병 사망 "'특정인 혐의 제외' 지시한 적 없어"
"前수사단장 항명 중대한 군기 위반… 적법하게 처리할 것"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고(故) 채모 상병 사망사고 조사결과를 보고받았을 당시 임성근 제1사단장 등 특정인을 혐의대상에서 제외하란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21일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채 상병 사고 처리과정을 둘러싼 외압 등 논란에 대해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그 누구도 '특정인을 제외하라'거나 '특정인들만 포함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해병대 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대령은 지난달 30일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를 이 장관에게 대면 보고한 뒤 이달 2일 경찰에 관련 서류를 인계하는 과정에서 '보류' 지시가 있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단 이유로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돼 현재 '항명'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된 상태다.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보고서엔 '임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 대령은 이 장관 보고 뒤 채 상병 사고 조사 기록을 경찰에 보낼 때까지 그 '보류'를 명시적으로 지시받은 적 없으며, 오히려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특정인을 혐의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박 대령의 보고를 받았을 때) 난 '하천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한 여단장과 현장에서 함께 작전했던 초급간부들이 왜 범죄 혐의자인지 질문했고, 전 수사단장(박 대령)은 이에 대해 설명했다"며 "배석한 한 참모는 '8명 모두 범죄혐의자로 적시하는 게 타당한가'란 문제 제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난 당일(7월30일) 해병대 수사단 차원의 조사라는 점을 고려해 보고서에 결재했고, 다음날(7월31일) 보고 간 제기된 의견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국회·언론 설명 취소와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런 지시는 해병대사령관과 부사령관을 통해 명확히 하달됐고, 해병대사령관이 수사단장에게 직접 이첩 보류를 지시한 걸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조사본부는 이날 공개한 채 상병 사망사고 관련 재검토 결과에서 해병대 수사단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던 군 관계자 중 대대장 2명에 대해서면 해당 혐의를 유지한 채 경찰에 이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사본부는 임 사단장 등 4명은 "범죄 혐의를 특정하는 게 제한된다"는 이유로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송부하기로 했고, 다른 하급간부 2명은 아예 혐의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 장관은 "(국방부조사본부의) 이런 재검토 결과는 해병대 수사단 사건기록 일체와 함께 경찰에 이첩·송부될 것"이라며 "향후 경찰 등의 수사를 통해 이번 사고의 진상이 철저히 규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행동은 해병대사령관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한 중대한 군기위반 행위이자, 군의 지휘권을 약화시키고 기강을 문란하게 한 것"이라며 "앞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번 항명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번 사고(채 상병 사망)는 군이 국가 재난 복구를 긴급히 지원하는 작전 수행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잘못을 엄중히 처벌해야 하지만, 죄 없는 사람을 범죄인으로 만들어서도 안 되는 게 장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국방부는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 판단을 존중하고 적극 협조할 것"이라면서 "필요한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만들어보다 안전하고 강한 군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안타까운 사고로 순직한 해병 전우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도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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