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주민 편의 공공주차장인데"…수출용 중고차가 점령

창원스포츠파크 무료 주차장 2천155면 중 약 10％ 번호판 없는 중고차
민원 잇따라…공단, 차량 운반 트레일러 진입 막는 높이 제한 시설 설치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정종호 기자 = 주민 편의를 위해 마련된 공공 주차장에 중고차 업체 차량이 수개월간 무단 점령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2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스포츠파크(이하 파크) 주차장에는 파크 관리소장 명의로 된 '장기 무단 방치 차량' 경고장이 부착된 차 수십여대가 관찰됐다.

이 주차장은 창원종합운동장, 실내 수영장, 시민광장 등 파크 이용객을 위한 공간이며 무료로 운영되는 곳이다.

이곳에 번호판조차 없는 차들이 방치된 것은 오래전부터인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 전면 유리에는 '귀하의 무단 주차는 다른 사람의 차량 통행에 불편 또는 위험을 초래합니다', '견인과 강제 철거를 하겠다' 식의 노란색 경고장이 부착돼 있었다.

대부분 지난 6월에 부착된 것이었다.

일부 경고장은 부착 시기가 오래돼 빛이 바래기도 했다.

창원시설공단과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번호판 없는 차 다수는 중고차 업체의 수출용이라고 설명했다.

중고차 딜러 출신 한 30대는 "파크 안에 차량등록사무소가 있어 등록·말소가 용이하고 주차비도 무료라 업자들이 이곳에서 (중고차를) 많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강 모(47) 씨는 "일주일에 3번 찾는 탁구장 주변에 (번호판 없는) 차가 많이 방치돼 주차할 자리가 없어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한다"고 하소연했다.

주차장 기둥에 부착된 성산구청장 명의의 경고 스티커에는 '중고차 매장 아니다. 이것부터 처리하라'라고 작성된 시민 메모도 보였다.

한 40대 시민은 "버려진 양심이 주차장에 주차됐네"라며 토로했다.

주차장 관리처인 창원시설공단에도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번호판 없는 차량 조처를 해달라는 내용 등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20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공단이 파악한 방치 차량은 200여대에 달한다.

이는 전체 주차장 2천155면 중 약 10％ 수준이다.

공단 관계자는 "견인할 권한이 없어 경고장이나 안내문을 붙이는 것밖에 할 수 없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방치된 것으로 확인되면 성산구에 견인 조치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자동차관리법상 2개월 넘게 일정한 곳에 방치된 차는 강제 견인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 조치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다.

구에서 견인을 위해 현장을 방문해도 그사이에 차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면 조처 권한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구 관계자는 "강제 견인을 들어가는 사이 중고차가 다른 곳에 팔리는 경우도 빈번해 실효성 있는 단속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단은 우선 차량 운반 트레일러 등 각종 대형 차량 진입을 막는 2.5ｍ 높이 제한 시설을 오는 25일까지 설치한다.

공단 관계자는 "(구역 내) 차량 운반용 트레일러 주차를 제한하면 수출용 중고차 방치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해당 주차장 10㎞ 내외에는 중고차 매매단지 3곳 이상이 있다.

jjh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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