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코넬대 ‘스타벅스 보이콧’·한국 ‘SPC 불매’…새로운 바람 만들어낼까
“코넬은 노동법 위반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이타카에 있는 코넬대가 노동계가 주목할 만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코넬대는 스타벅스와 맺은 커피 공급 계약(파트너십)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계약이 만료되는 2025년 6월 이후 갱신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코넬대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엔 스타벅스의 ‘노조파괴(Union Busting)’가 있습니다.
2021년 말 뉴욕주 버팔로시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첫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미국 전역 350개 이상 매장에 노조가 들어섰습니다. ‘스타벅스 노조 바람’은 이타카도 비켜 가지 않았는데요, 지난해 4월 이타카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3곳 모두에서 노조가 조직됐습니다. 지역 내 모든 매장에서 노조가 설립된 미국 내 첫 도시가 이타카였습니다.
스타벅스는 곧장 ‘보복’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6월 15년 이상 운영하던 대학타운 매장을 폐쇄했습니다. 이 매장 직원의 절반 이상이 대학생이었습니다. 지난 5월엔 나머지 매장 2곳도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코넬대와 스타벅스 간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학내에서 벌어졌고, 코넬대 학생회는 ‘캠퍼스 내 스타벅스 퇴출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스타벅스 노조는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스타벅스의 매장 폐쇄가 부당노동행위인지 판단해달라고 요청했고, NLRB는 노동자 손을 들어줬습니다.
코넬대 교지인 ‘코넬 데일리 선’은 “파트너십 종료 결정은 이타카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면서 노조 조직화에 찬성한 코넬대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NLRB 판정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노동계는 스타벅스에 대한 코넬대의 보이콧이 전국적으로 확산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다른 캠퍼스의 대학생들도 스타벅스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스타벅스 노동자들은 지난달 필라델피아 시의회가 공원에 있는 스타벅스를 노조가 있는 지역 커피숍으로 바꾸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전했습니다.
코넬대의 스타벅스 보이콧은 한국의 SPC 불매운동과 포개집니다. SPC 불매운동은 SPC그룹 계열사의 부당노동행위, 잇단 산재 때문에 시작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경기 평택시 SPL 평택공장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숨진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최근 경남의 한 고교생이 지난 6월 학교에 ‘급식소에서 나눠주는 아이스크림이 배스킨라빈스 (제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한 것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배스킨라빈스는 SPC그룹 계열사인 비알코리아가 운영합니다. 해당 고교생은 건의문에서 “불매를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공적으로 무언가 하는 자리에선 SPC그룹 같은 블랙기업(악덕기업)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건의 뒤 학생회 설문조사 결과 배스킨라빈스 제품을 구슬 아이스크림으로 대체하자는 의견이 78.7%이었습니다. 급식소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배스킨라빈스 제품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난 8일 SPC 계열사인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끼임 사고로 이틀 만에 숨진 50대 노동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SPC 불매운동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SPC그룹은 서울대 캠퍼스 내의 생활 속에서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관정도서관 근처의 파리바게뜨와 파스쿠찌, 여러 군데에 설치된 배스킨라빈스 자판기, 편의점에 진열된 삼립 제품들뿐만 아니라 아예 SPC의 이름을 내건 ‘SPC 농생명과학연구동’과 ‘허영인 세미나실’까지 보유하고 있다. (중략)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서울대가 정작 이토록 인권과는 거리가 먼 기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거듭되는 산재 속에서도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서울대의 실상을 떠올리게 한다.”
코넬대의 스타벅스 보이콧과 한국의 SPC 불매운동이 주목을 받는 것은 ‘노동자-소비자 이분법’에 균열을 내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노동자의 노동인권과 소비자 권리를 대립시킵니다. 뉴욕시는 2018년 말 우버·리프트 등 차량호출서비스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운전기사에 최저표준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이 제도에 반대하던 우버·리프트는 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도입 시 요금이 올라갈 것이라고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코넬대의 스타벅스 보이콧, 한국의 SPC 불매운동에서 보듯 소비자는 눈 앞의 편리함만 좇는 존재는 아닙니다. ‘노동자’이거나 ‘자신의 가치·신념에 맞는 제품을 사는 시민’이기도 합니다.
코넬대 학생이자 전 스타벅스 노동자였던 닉 윌슨은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스타벅스가 노조파괴로 치른 대가는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청년과 이타적 가치를 대변하는 코넬과 같은 기관이 기끼어 이런 입장(보이콧)을 취한다면 노동자들이 영향력을 얻을 수 있는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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