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하기 전에 나부터 구해야···괴물·영웅 아닌 인간의 이야기 ‘무빙’
류승룡·힌효주·조인성·류승범이 초능력자로
디즈니플러스 구원투수 될지 주목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초능력자들은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고 있다. 거대한 음모, 엄청난 악당에 맞서 지구를 지켜야 한다. 사명감으로 뭉친 이들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디즈니플러스 <무빙>에 나오는 초능력자 봉석(이정하)이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 하늘을 나는 능력을 남들에게 들키지 말 것. 초인간적인 오감을 가진 초능력자이자 봉석의 엄마인 미현(한효주)이 부여한 임무다. 봉석은 고3이 될 때까지 발목에는 모래주머니, 가방에는 원판을 넣고 다니며 열심히 비밀을 지킨다. 하지만 같은 반으로 전학 온 희수(고윤정)를 좋아하게 되면서 엉뚱하게 비밀이 들통난다. 그런데 희수 역시 무한재생능력을 가진 초능력자이고, 이는 아빠 주원(류승룡)으로부터 유전된 것이다.
<무빙>은 초능력을 가진 부모와 그 능력을 물려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다. 강풀이 2015년 발표한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46회짜리 웹툰이 20부작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강풀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무빙>은 우리에게 익숙한 히어로들의 인류 구원 서사와는 거리가 멀다. <무빙>의 초능력자들은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간다. 초능력자들을 옥죄는 것은 국가다. 1980년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각종 비밀 작전에 초능력자들을 활용한다. 아무도 초능력자들을 ‘히어로’로 대하지 않는다. 이들은 영웅이 아니라 국가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봉석의 아빠인 두식(조인성)과 미현, 주원도 안기부 직원으로 처음 만난다. 두식은 하늘을 나는 능력을, 주원은 괴력과 무한재생능력을 지녔다.
드라마는 현재 시점에서 주인공들의 과거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현 시점의 미현은 혼자 돈가스 식당을 운영하며 봉석을 키운다. 두식은 보이지 않는다. 주원도 혼자 치킨집을 운영하면서 희수를 키운다. 미현이 어린 봉석에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는 모습, 주원이 무언가에 쫓기듯 계속해서 이사를 다니는 모습에서 이들이 안기부 생활을 청산한 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아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스토리의 흐름은 웹툰과 유사하지만 달라진 점들도 있다. 전기를 다루는 능력을 가진 ‘일렉트릭 맨’ 전계도(차태현)는 원작에는 없던 캐릭터다. 미 정보국의 지령을 받고 안기부에서 일했던 초능력자들을 차례로 제거하고 다니는 청부살인업자 프랭크(류승범) 역시 새로운 인물이다. 웹툰에서 안기부가 대응하려 했던 주 대상은 북한이지만, 드라마에서는 미국과의 복잡한 관계가 있다는 설정이 추가됐다.
18세 관람가인 만큼 중간중간 수위 높은 폭력 장면들이 있다. 거의 회차마다 짧고 굵게 등장하는 액션 신에 섬세하게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초능력자끼리 싸우는 것이지만 ‘마법 광선’ 같은 비현실적인 소재를 빼고 주먹과 총, 가위 같은 현실의 요소들을 잘 활용했다. 싸움이 벌어지는 공간도 사무실, 헌책방, 미용실, 탑차 안 같은 지극히 평범한 곳들이다. 장르를 한 가지로 단정하기 어렵다. 잔혹한 액션 신만 보면 영락없는 스릴러물인데, 봉석과 희수, 또 다른 초능력을 가진 친구 강훈(김도훈)이 등장하는 학교 장면으로 넘어오면 갑자기 풋풋한 학원물이 된다.
<무빙>의 캐치프레이즈는 “우린 괴물도, 영웅도 될 수 있어”다. 시리즈를 보면 영웅이 되려 하기보다 최소한 괴물은 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평범하지 않은 능력을 갖고 태어나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제작 단계부터 디즈니플러스가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총 제작비가 6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빙>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돈만의 문제는 아니다.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2021년 한국에 진출했다. 마블 세계관을 확장한 시리즈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내세웠지만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도 밀렸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인 <그리드> <형사록> 등도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 <카지노> 역시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기엔 부족했다. <무빙>이 디즈니플러스가 반등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지난 9일 스트리밍을 시작해 20부작 중 9부까지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반응은 좋은 편이다. 첫 공개 후 OTT 검색 및 추천 플랫폼인 키노라이츠에서 1위,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 기준 5개국 디즈니플러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무빙>은 매주 수요일 2회씩 공개된다.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여러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들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하반기에는 <최악의 악> <비질란테> <사운드트랙 #2> <한강> 등이 공개된다. 하이브와 콘텐츠 협업을 한 음악 다큐 시리즈 <BTS Monuments: Beyond The Star>도 있다. 내년에는 <살인자의 쇼핑몰> <화인가 스캔들> 이 공개 예정이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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