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체포안’ 전망 난기류에 국회일정 혼선···민주선 ‘플랜B’ 공방
상반기 ‘방탄 국회’ 공방 때와 입장 바뀐 여야
‘정공법’ 태세전환 李···“제 발로 심사받을 것”
與, 총선 앞두고 민주당 내분 부각시켜야 유리
野, 대표 공백 가능성에 계파 간 ‘동상이몽’만
여야가 8월 임시국회가 소집된 지 일주일이 다되도록 의사일정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31일까지 회기를 진행하자는 국민의힘과 25일 종료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다. 서로 산적한 현안 처리 및 정기국회 준비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복잡한 셈법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윤재옥·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21일 오찬회동을 갖고 8월 임시회 의사일정 논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회동에 동석한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8월 임시회 일정 합의가 안 됐다”며 “다만 오늘 중으로 결론 내는 것으로 국민의힘과 얘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날 중으로 8월 국회 일정 합의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미다.
임시국회 회기를 둘러싼 갈등은 올 상반기에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여야의 입장이 현재와 정반대였다. 민주당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휴일(3월) 및 토요일(4월) 임시회 소집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비회기 기간을 두지 않으려 노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놓고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를 막기 위한 ‘이재명 방탄 국회’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양당의 분위기는 5월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이 대표의 첫 번째 구속영장 사유였던 ‘대장동 의혹’의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법정 진술이 뒤바뀌면서 신빙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재판이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한 민주당 지도부는 5월 31일 하루만 비회기 기간을 둔 데 이어 6월에는 이 대표가 직접 본인의 ‘불체포 권리 포기’ 선언을 했다. 이후에도 7월 첫째 주와 8월 1·2주 등 두 번의 비회기 기간을 더 만들었다.
세 번의 비회기 기간을 만들었음에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자 이 대표는 “제 발로 영장 실질 심사를 받겠다”며 ‘정공법’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이 대표의 영장 심사를 막기 위한 국회 회기를 열지 않겠다”고 말하며 이 대표를 뒷받침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간 ‘방탄 국회’ 프레임을 강조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비회기 기간을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상임위별 결산 심사가 진행 중인 데다 민주당이 8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인 방송법·노란봉투법 강행 처리를 예고한 만큼 ‘필리버스터’를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야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보다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통해 야당의 내분을 부각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올 2월 이 대표의 첫 체포동의안 당시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경험도 이 같은 선택에 힘을 싣게 한다. 특히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 분열로 인한 효과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의사일정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와는 별개로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이르면 9월 중 청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백현동 의혹’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을 병합해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만큼 물리적으로 8월 영장 청구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백현동 의혹은 검찰이 이달 17일 이 대표를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지만 ‘쌍방울 의혹은 아직 소환 조사 일정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표를 향한 영장 청구 시기가 다가오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지도부에서 물러나는 것을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를 비판하는 의견이 분분하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향후 체포동의안에 대해 ‘부결’ 투표를 하자고 주장하지만 여론의 비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명계에서는 플랜B의 일환으로 ‘지도부 총사퇴’ 요구에 이어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입장문 발표 및 토론회 진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본인들의 의사 개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명계의 한 재선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리더십을 흔들어서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느냐”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여야는 9월부터 열리는 정기국회 일정에 대해선 잠정 합의했다. 1일 개회식에 이어 5일부터 나흘간 대정부질문을 진행한다. 18일에는 원내1당인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갖는다. 국정감사는 10월 10일부터 열리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10월 31일 진행하기로 했다.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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