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에서도 되묻는 오염수 해양 방류의 경제성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2023. 8. 2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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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원전 정치경제학<31>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가 이달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지지통신(2023년 8월 19일)은 일본 정부가 22일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도쿄전력 후쿠시마제1원전 오염처리수의 해양방출 시기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20일에 후쿠시마제1원전을 시찰하고 21일에는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 연합회(전어련) 회장을 면담할 예정이며 이달 안에 방류 개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미 워싱턴에서 19일, 기자단에게 “폐로와 후쿠시마의 부흥을 진행시켜 가기 때문에, 방류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라며 “어업에 대한 영향을 가능한 한 억제하는 관점 등을 종합적으로 근거해 국가로서 판단해야 하는 최종적인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지지통신은 지난 18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후쿠시마 부흥을 위해 2024년도 후쿠시마제1원전 오염수 처리 대책 등에 전년도 예산 대비 157억 엔이 늘어난 910억엔(약 840억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오후 어민 단체장과 면담한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2022년 8월 21일 촬영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보관 중인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보관 탱크 모습.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후쿠시마원전의 해양방류가 ‘고비용’이자 ‘메리트가 없다’는 기사가 떠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 여성주간지인 『여성자신(女性自身』 편집부는 8월 22·29일 합병호에 ‘소문피해 대책비에 수출 악영향, ALPS 처리수 해양방류 고(高)비용, 메리트 없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ALPS 처리수의 해양방류의 실행 근거 중 하나인 ‘경제적’이란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초 해양 방출에 관한 제반 비용은 34억 엔으로 다른 4가지 처분 방법에 비해 가장 저렴하고 방출에 소요되는 기간도 약 7년으로 짧다고 했으나 뚜껑을 열어 보니 추산보다 비용은 10배 이상, 방류 종료 기간도 30년으로 늘어났는 것이다. 원전 전문 저널리스트인 마키우치 쇼헤이 씨는 해양 방류를 하게 된 배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13년 말부터 지식인위원회를 열어 삼중수소를 포함한 오염수 처리방법을 검토해 왔는데 34억 엔이란 비용은 자원에너지청이 2016년에 정리한 내용으로 어디까지나 추산이라든가 소문피해 대책이 따로 필요하다는 단서는 있지만 해양 방류의 장점을 강조한 내용으로 여론 유도 의도가 엿보인 것이었다. 실제 이 보고서에 근거한 언론 보도를 통해 단번에 여론이 해양 방류를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걸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원자력시민위원회 위원이자 원전 플랜트 기술자인 가와이 야스로 씨는 이 34억 엔 추정치가 무색할 정도로 해양 방류에 드는 비용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염수의 양이 애초보다 늘어나는 것도 관련이 있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해양방류계획이 너무 허술했어요. 보고서를 보면 일목요연해요. 보고서에 나타난 이미지도에는 바닷물을 끌어들이기 위한 건물과 펌프만 설치돼 있을 뿐이었어요. 비용을 싸게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간략화한 그림이었죠.”

그런데 불안이 적중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일본 정부가 해양방류를 결정한 2021년 4월부터 4개월 뒤인 8월에 해저터널을 파 1km 앞바다 해저로 방출한다는 대규모 계획을 발표했는데 설비 공사에 약 350억 엔. 모니터링 비용 등을 합쳐 2021~24년에만 비용은 약 430억 엔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가와이 씨는 “해저터널은 소문피해 대책으로 먼 바다로 방출하는 것이 방사성물질은 확산되기 쉽겠지만 아무리 희석해도 방출하는 삼중수소의 총량(약 860조Bq)은 변하지 않지요.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처리수라고 부르며 탱크에 보관 중인 저류량의 약 66%에는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물질이 기준치를 넘어 포함돼 있어요. 도쿄전력은 해양 방출 전에 재차 ALPS로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물질은 제거한다고 말하지만 어디까지 정화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요”라고 말했다.

마키우치 씨는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어필하기 위해서 고액의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문피해 대책 기금과 어업인 대책 기금을 합치면 약 800억 엔의 공금이 투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금과 기타 소문피해 대책비에다 해양터널 설비에 드는 약 430억 엔을 더하면 1300억 엔 이상으로. 애초 예산 34억 엔의 38배에 이르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가와이 씨는 “현재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오염수를 멈추지 않으면 영원히 해양 방출은 계속되지요. 비용은 천장부지입니다”고 말한다.

또한 해양 방류에 들어가는 자금의 대부분은 세금이란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와이 씨는 “폐로 비용 등은, 도쿄전력을 파탄시키지 않기 위해서 만든 ‘폐로 등 지원기구’가 필요한 자금을 대신하고 있는데 원자(原資)는 세금이죠. 도쿄전력이 상환의무를 다할지는 모호한데 도쿄전력이나 다른 전력회사가 ‘부담금’이라고 하는 형태로 기구에 자금을 내고 있지만, 일부는 전기요금으로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데 지나지 않죠”라고 말한다.

게다가 일본 국외에서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데 특히 방류계획에 반발한 중국은 지난 7월부터 일본 수산물 검사를 엄격화해 실질적인 금수(禁輸) 조치를 취하면서 많은 일본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으며 적어도 해양방류가 ‘경제적’이라는 전제는 무너져 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실제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방류로 인해 최근 중국 홍콩의 일본 수산물 수입 억제가 일본 수산업계에 미치는 타격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일본 언론보도를 통해 알 수 있다.

『여성 자신』 편집부는 지난 3월 9일에도 ‘처리수의 해양방출에 지역 어민이 밝히는 고뇌 “국가의 보증은 실정을 모른다”는 내용을 특집으로 게재했다.

기시다 수상은 작년 재해지를 방문해 “소문피해는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결의를 가지고, 대책에 범정부적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가 준비하는 방출로 인한 영향에 대한 대책은 현지 어업인의 실정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소마후타바어업협동조합 이마노 도모미츠 조합장(64)은 지적했다. 2015년 국가와 도쿄전력은 관계자의 이해 없이 해양방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들 조합원의 3분의 2는 연안어업을 하는 소형선이고 조업할 수 있는 것은 후쿠시마제1원전이 있는 연안 해역뿐이라고 한다. 해양방류에 영향을 받는 어업자 전용으로 500억 엔의 기금이 창설됨으로써 대응하고 있는 느낌을 내고 있지만, 기금에 의한 보조는 연료비나 어장 개척 등, 먼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대형선에 도움이 되는 것일 뿐, 소형선 연료비를 보조받는다고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소문피해로 수요가 감소했을 때 냉동 가능한 수산물의 일시적인 매입이나 보관을 한다고 하지만 소형선의 주력인 광어나 가자미는 냉동 유통이 불가능하기에 현지 상황을 모른다는 것이다.

홋카이도신문은 지난 14일 ‘가리비 가격 동향 주시 처리수 방출 임박…홋카이도 어업인 중(中) 규제 풍문 우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이 중국 측의 수입 규제 강화와 이미지 피해를 초래해 일본 수산물 가격의 큰 폭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홋카이도어련은 지난해 홋카이도 내 가리비 어획량은 약 42만t이었는데 이 중 중국 수출 양조개만 약 9만t이었다는 것. 도내 가리비 가격은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도에 하락했지만, 그 뒤 수요가 증가하면서 급회복해 지난해는 kg당 265엔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중국 수출도 다시 활발해진 데다 엔화 약세로 가공업자들이 조달 물량을 늘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중국이 지난 7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수산물에 대한 방사성물질 검사를 강화, 방류가 시작되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고 직접 중국에 수출하지 않고 제3국 경유가 늘어나도 가격 영향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홍콩시사는 지난달 11일 ‘홍콩 ‘대량 수산물’ 금수(禁輸)=일본 산지 타격-처리수 방출’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홍콩 정부 수장인 리자차오 행정장관은 7월 11일 도쿄전력 오염수가 해양방류될 경우 일본으로부터의 대량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은 일본 식품 수출처 2위로 일본 수산업 타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홍콩 정부는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계획은 “신뢰성과 합법성을 증명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홍콩은 현재 후쿠시마 등 5개 현산 식품을 수입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수산물에 대해서는 방사성물질 검사증명서를 의무적으로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산 채소와 과일 수입은 중단됐다. 2022년 일본에서 홍콩으로의 농림수산물·식품 수출액은 2086억 엔으로 국가·지역별로는 중국 본토에 이어 2위로 전체의 15.6%를 차지했다. 홍콩에서는 일본 식품이 널리 보급돼 수산물이 일부라도 금수되면 음식점과 소매점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10여년 동안 오염수 처리 문제로 고심을 해왔다. 2013년부터 전문가 소위원회를 설치해 줄곧 검토해왔는데 전문가팀의 기술적 검토를 통해 5개 안이 제시됐다. 수증기 방출, 지지층 주입, 수소 방출, 지하 매설, 해양 방류 등 5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돈이 적게 드는 해양 방류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6년 현재 이들 다섯 가지 방법에 따른 예산은 다음과 같다. ①지층 주입(희석 분리후 지하 2.5km에 주입) 6200억 엔 ②지하 매설(콘크리트화) 2533억 엔 ③수소 방출(전기분해) 1000억 엔 ④수증기 방출(증발처리) 349억 엔 ⑤해양 방출 34억 엔이다. 여기에다 시민전문가가 제안한 탱크보관 후 방출은 10만t 탱크 11기를 건설 반감기 10배인 123년을 곱하면 1기당 30억엔 해서 총 330억 엔이란다(일본 마쓰야다대 장정욱 교수 2016년 6월 정리). 이렇게 보면 탱크 보관 후 방출 방식도 사실은 매우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앞서 해양 방출의 실질적 비용이 1300억 엔이면 수소 방출(전기분해) 방식보다 더 비용이 드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섯 가지 방류 비용의 계산은 80만t을 기본으로 계산으로 한 것이기에 현재 배출 예상량 130만t을 가정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비용이 더 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해양방류야말로 전 세계 해양생태계엔 가장 위험한 방식이다. 그럼에도 해양 방류 결정은 오염처리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일본 정부의 무책임의 극치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19년 3월 일본 공익사단법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의 「속(續) 후쿠시마원전 사고의 국민 부담」이라는 보고서는 완전 폐로를 포함한 후쿠시마원전 사고의 전체 처리 비용이 40년간 35조~80조 엔으로 그 중 오염수 대책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염수 해양 방출 여부에 따라 비용 차이가 엄청나다. 해양 방출을 하지 않을 때 폐로와 오염수 처리 비용이 51조 엔으로, 오염수를 희석해 해양 방출할 때인 11조 엔과는 무려 40조 엔(약 369조 원)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 추산액도 사고 발생 40년인 2050년 이후의 처리 비용은 제외된 것이다. 결국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강행은 후쿠시마 사고 전체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염수 해양 방류로 인한 수산물의 피해는 어느 정도가 될까. 지난 17일 경남도의회에서 경남지식연대 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와 경남’을 주제로 한 2023년 지식연대포럼이 열렸다.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은 토론에서 “일본의 해양 방류로 인한 우리나라 수산물은 연간 양식 227만t, 근해연안 85만t, 원양 40만t, 내수면 4만t 등 총 360만 생산액, 총 9조2400억 원에 이르는데 오염수 방류로 인해 소비를 최소 50% 줄인다고 가정하면 우리 수산업계는 약 4조50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보게 된다”며 “정부 여당은 특별법을 만들어 어민들 피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민변을 통해 일본 어민조합과 함께 일본 정부를 상대로 오염수 방류 금지 가처분소송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지금이라도 오염수가 해양방류될 경우 우리 정부가 최소한 검역에서 전수 검사 선언, 업자들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선언, 피해를 입게 될 어민·수산업계 대책 수립 등이 절실하다.

니혼텔레비뉴스는 지난 19일 ‘체제 27시간 1박3일간 미국 총알 방문 “햇반죽” 회담의 이면’이라는 보도에서 오염수가 논의되지 않는 것은 ‘찰떡호흡’이기 때문이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소개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현안인 ‘처리수’ 문제가 거론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떤 말을 할 것인가 걱정했으나 몇몇 일본 정부 관리들은 회의 전에 오염수가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 측근 인사는 “윤 대통령의 생각을 이미 알고 있고, 회담에서 의제로 올리면 윤 대통령에 대한 한국 국내의 반대가 부추겨질 것이기에 굳이 발언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본 외교부 관리는 “그것은 찰떡호흡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이 향후 한미일 군사훈련 시 우리 동해를 일본해로 부르겠다고 했는데도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서도 일부러 정상회담 의제에 올리지 않은 것이 국내 반대에 부딪힌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미일 정상들의 배려라니 기가 찬다.

이제 방류를 얼마 앞두지 않는 시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 어민들의 피해는 심각하다. 문제는 향후 30년간 이상 해양 방류가 계속되면 수산업계 피해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한두번 보상한다고 될 일인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오게 됐다. 거듭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대통령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은 ‘부작위’에 대해서는 주권자로서 엄중한 심판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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