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정당 인기 예전같지 않지만…탁신 전 태국 총리, 총리 선출일 맞춰 귀국 예고
20여 년간 군부와 정치 권력을 양분해온 탁신가(家)의 수장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74)가 총리 선출일인 오는 22일 귀국을 예고해 혼돈에 빠진 태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탁신은 오랫동안 군부 반대 세력의 ‘정신적 지주’로 여겨져 왔지만, 현재 탁신가 정당인 프아타이당이 주도하는 연정 구성에 국민의 64%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태국 국민 64% “군부와 손잡은 프아타이 연정 반대”
21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이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64%가 제2당 프아타이당의 연정 구성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연정 구성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20%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군부가 장악한 상원의 반대로 총리 배출에 실패한 전진당(MFP)에게서 내각 구성의 키를 넘겨받은 프아타이당이 집권을 위해 보수·군부 계열 정당까지 연정에 포함한 데 대한 부정적 시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태국 18세 이상 13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현재까지 프아타이당은 제1당 전진당을 배제하고 친왕당파와 친군부파 정당을 포함한 11개당으로 연정을 구성했다. 연정이 하원 500석 중 확보한 표는 314표로 알려졌다. 상·하원을 합쳐 375석 이상이 필요한 만큼 상원(254석)에서 61석 이상을 얻는다면 무난히 총리를 배출할 수 있다.
프아타이당은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과 부동산 재벌 출신 세타 타위신 전 산시리 회장(60) 등 3인을 총리 후보로 두고 있다. 이중 세타 타위신이 총리 후보로 나선다. 그러나 마사지 업계 거물인 추윗 카몬위싯이 산시리의 불법 토지 매입, 탈세 의혹을 제기했다고 방콕포스트가 20일 보도하면서, 세타 타위신의 비리 의혹이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15년 간 망명 중인 탁신, 이번에 정말 귀국하나
이런 가운데 탁신 전 총리가 22일 오전 9시 총선 선출일에 맞춰 태국으로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부터 총리를 지낸 탁신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후 15년 동안 해외에서 망명 생활을 해왔다. 그는 지난 5월 총선을 앞두고 귀국 가능성을 내비쳤고, 지난달과 이달 초에도 귀국을 예고했으나 번번이 연기했다.
탁신이 함부로 귀국할 수 없는 이유는 국유지 불법 매입, 미얀마 불법 차관, 통신사 주식 불법 보유 등 4건의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귀국하려면 ‘사면’ 약속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 예고한 귀국 일자가 총리 투표일과 겹친다는 점에서 그가 프아타이당의 총리 배출과 사면을 확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그의 귀국 발표가 프아타이당과 지지자들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의 지지세력 ‘레드 셔츠’는 귀국을 축하하기 위해 방콕 돈므앙 공항으로 집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때 태국 정계를 주름잡았던 탁신 전 총리의 복귀가 향후 혼란스러운 태국 정치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투명하다. 한 정치 전문가는 “탁신의 마법이 정치적 상황이 변한 현재에도 여전히 통할지 확신할 수 없다. 프아타이당은 선거에서 지배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복귀는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고 방콕포스트에 말했다.
의회 청사 주변에서는 전진당 지지자들이 상원과 프아타이당을 규탄하는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22일 총리 선출 투표를 앞두고 시위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의회 인근에 보안 인력이 배치됐다고 타이PBS는 전했다. 의회 주변 50m는 24일 자정까지 출입 금지 구역으로 설정됐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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