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 10년 전 '악동뮤지션'으로 반가운 귀환

추승현 기자 2023. 8. 2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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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감성으로 2년 만의 컴백
'다이너소어' 후 달라진 음악색 이견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방향 굳혀"
[서울=뉴시스] 남매 듀오 '악뮤(AKMU)'. 2023.08.2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각자의 인생과 음악이 결합해서 계속 갈 수 있는 팀이란 게 큰 메리트예요."(악뮤 이수현)

전무후무한 콘셉트의 남매 듀오 '악뮤(AKMU)'가 돌아왔다. 단지 컴백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10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기발하고 독특한 감성으로 대중을 놀라게 했던 '악동뮤지션'의 모습으로 귀환이다.

음악적 성장과 과도기를 반복하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결국 서로의 욕구를 인정하고 접점을 찾았다. 남매라는 특성을 떠나 음악적 동반자로 함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백기였다.

이수현은 21일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열린 네 번째 싱글 '러브 리(Love Lee)' 기자간담회에서 "10년 전으로 돌아가 '200%' 처럼 가볍고 기분 좋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악뮤의 마지막 앨범은 지난 2021년 7월에 발매한 '넥스트 에피소드(NEXT EPISODE)'다. 2년 간 이찬혁은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이수현은 휴식기를 가졌다.

악뮤가 데뷔 초 재기 발랄한 감성으로 돌아온 건 이수현의 강력한 제안에 따른 것이다. 2017년에 발매한 '다이너소어(DINOSAUR)' 이후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낙하' 등 진지하고 무거운 노래를 선보였던 건 이찬혁의 색깔이었다. 반면 이수현은 대중에게 악뮤를 각인시켰던 '다리 꼬지마' '기브 러브(Give Love)'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같은 음악을 선호했다. 이찬혁이 앨범 작업을 진두지휘하기 때문에 이견은 공백기를 만들었다.

이수현은 "이번엔 기필코 내가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더 이상의 도전은 싫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많은 팬들과 대중도 악뮤의 초기 음악을 기다려줬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초기 감성으로 돌아간 이유를 밝혔다.

이찬혁은 '하고 싶은 음악'과 '악뮤의 음악'의 분간했다. 그는 "수현이가 음악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많아진 이유가 내가 음악에 녹이고 싶은 것을 어렵게 밀고 나갔기 때문인가 싶었다. 그걸 내가 늦게 깨달았다"며 "수현이의 슬럼프에는 내 책임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악뮤는 둘이 연구해서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방향성을 굳혔다"며 "(음악적인) 창구가 악뮤라는 것 하나여서 내 음악적인 욕구를 표출해야 하고, 수현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해서 어려웠다. 이제 난 솔로 앨범, 프로젝트로 표출하게 되니 악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걸로 확실해졌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남매 듀오 '악뮤(AKMU)' 이찬혁. 2023.08.2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게 되찾은 악뮤 감성은 '러브 리'로 재탄생됐다. 이찬혁의 말을 빌리자면 '200%'의 2탄 격이다.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리드미컬한 드럼, 이수현과 이찬혁의 장난스러면서도 사랑스러운 보컬이 악뮤의 이전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운율 있는 가사를 나열해 유쾌하게 구애하는 러브송이다.

언어유희가 담긴 제목도 그대로다. 이찬혁은 "'러블리(lovely)'는 내가 근 몇 년 간 달고 다닌 말"이라며 "'ly'가 아닌 'Lee'로 바꾸면서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희야'라는 곡의 의미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의미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씨 남매를 사랑하라'는 것이다. 은연중에 사랑스럽다는 세뇌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록곡 '후라이의 꿈'은 악뮤 초기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노래다. 지난 2014년 콘서트에서 선보였던 이 곡은 달걀 후라이를 의인화한 가사에 위로의 메시지가 녹아있다. 친근한 소재에 악뮤 특유의 독창적인 시선이 더해져 많은 팬들이 음원 발매를 염원했다. 이찬혁이 가수 아이유에게 선물한 곡이었지만, 아이유가 이수현에게 다시 넘겨줬다. 이수현은 뮤직비디오 아트워크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찬혁은 이번 싱글에 '후라이의 꿈'을 수록한 것에 대해 "최근 수현이가 '후라이의 꿈' 같은 삶을 살고 있더라. 그래서 지금 불러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에 이수현은 "내가 굉장한 외향인에서 내향인으로 바뀌게 되면서 이 곡이 이수현의 주제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부르고 발매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남매 듀오 '악뮤(AKMU)' 이수현. 2023.08.2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비로소 제 색깔을 찾은 이수현은 "오랜만에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이수현은 2년 전 한 예능에서 슬럼프를 겪고 은퇴를 고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이찬혁이 전적으로 이수현에게 맞춰주면서, 모든 것에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다른 생각에 신경전을 할 필요도 없었고, 다시 출발선 앞에 선 기분이었다.

이수현은 "슬럼프는 아직 극복하고 있는 상태고, 오빠가 옆에서 조언과 활동을 통해 재미를 찾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줬다"며 "완벽하게 준비가 될 때까지 그때까지 참아야겠다고 하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용기를 심어줄 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번 활동을 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받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음악 방송 무대도 보기 편하고 즐거운 콘셉트다. 이찬혁의 솔로곡 무대에서 뒷모습만 보여주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던 것과 상반된다. 이수현은 "(이찬혁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나는 하고 싶지 않았다. 악뮤는 캐주얼하고 여러분이 보기 쉬운 무대일 것"이라고 예고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찬혁은 사랑스러운 엔딩 포즈를 주목해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악뮤는 KBS2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 최초로 2MC에 나선다. 가수 박재범, 밴드 '잔나비' 최정훈에 이은 세 번째 주자다. 함께 진행하는 것이 처음인 두 사람은 음악적 성장과 더불어 2년간 멈춰 있던 팀워크를 위해 나섰다. 이수현은 "아직 첫 녹화를 하지 않아서 설레면서도 불안함이 크다. 굉장히 안정적인 사람과 독특한 사람이 MC를 보는 것, 항상 게스트가 바뀌는 것은 큰 경험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찬혁 역시 "극과 극의 성향이라 우리가 포용할 수 있는 게스트의 범위가 완전히 다르다. 좋은 시너지가 날 것 같다"고 했다.

악뮤는 내년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더욱더 팬들과 호흡할 예정이다. 3년 만의 단독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이수현은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객, 많은 지역에서 만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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