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 맹주’ 독일이 흔들린다...우크라戰·인플레·고령화 겹악재
“도와주세요, 우리 경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타블로이드 신문인 빌트 자이퉁이 최근 낸 기사 제목이다. 빌트 자이퉁은 올라프 숄츠 총리가 경제 조치를 발표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같은 기사를 냈다. 그만큼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 경제가 침체에 빠져있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 시각) 인구 고령화 등 독일의 고질적 문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금리 상승, 세계 무역 위축으로 인해 악화하면서 독일이 경기 침체에 빠져있다고 보도했다.
컨센서스 이코노믹스가 8월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독일 국내총생산(GDP)는 올해 0.35% 감소할 전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2024년 독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예상한 1.4%에서 0.86%로 낮췄다.
독일 경제는 지난 2분기 동안 침체에 빠졌다.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으면서 타격을 준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 무역 긴장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다 고령화에 따른 숙련된 근로자 부족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여기다 독일 가스 및 전기 가격은 여전히 높다. 에너지 가격은 지난해 이후 하락했으나, 여타 비유럽 국가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그 영향으로 독일의 화학, 유리, 종이와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의 생산은 지난해 초 이후 17% 감소했다.
독일 전통 산업인 자동차 제조 분야 역시 중국의 부상으로 위협받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독일 자동차 시장점유율을 뺏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독일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경제의 침체는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은행 코메르츠방크의 외르크 크라머 수석 분석가는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면 독일 경제의 부진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며 “구조적 문제가 한동안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건비 상승, 높은 세금, 관료주의, 공공서비스의 디지털화 부족이 독일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꼽는다. 미국 씨티은행의 유럽 전문 분석가인 크리스티안 슐츠는 “독일 임금은 유럽연합 여타 국가보다 빠르게 상승했고, 독일 동유럽 공급망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 역시 서구와 비슷하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여기다 독일 세율이 높은 것도 경쟁력 저하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ZEW연구소는 최근 독일을 ‘고세율 국가’로 정의했다. 독일 기업의 실효 세율은 28.8%로 유럽연합(EU) 평균(18.8%)을 상회한다.
독일 정부는 경기 침체에 대비 중이다. 슐츠 총리는 이달 초 독일 ZDF TV와의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노동 공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독일에선 인텔, TSMC이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경제학자들은 단기적인 재정 부양책을 제공하는 것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독일 은행 베렌버그의 수석 분석가는 “투자에 대한 계획 승인을 간소화하고 해외에서 더 많은 숙련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법률이 마련됐다”며 “정부는 이미 몇 가지 주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독일 경제가 반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독일 펀드매니저인 유니온인베스트먼트의 플로리안 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비관론이 지나쳤다”며 독일 경제 성장률이 2025년까지 유로존 평균인 1.5%로 돌아오리라 전망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은행 ING는 “포괄적인 개혁과 투자 계획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독일은 그러지 못했다”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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