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가장 작은 오일장…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강승남 기자 2023. 8. 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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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오감만족 제주]②제주시 조천읍 함덕오일장…넘치는 '정'은 덤

[편집자주] 제주의 '골목과 시장'이 변했다. 조용했던 거리가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고 볼거리가 늘면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거리들과 맞닿아 있는 전통시장(상점가)도 옛 정취에 문화·예술이 더해지면서 이색적인 즐거움을 준다. 제주여행에서 그냥 지나치면 아쉬움이 남을 듯한 그 곳을 소개한다.

제주에서 가장 작은 규모인 함덕오일장 전경./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닷새에 한번 서는 제주의 오일장은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다.

휴대폰은커녕 집에 전화기를 놓고 사는 집이 마을에서 손에 꼽을 정도였던 시절에는 오일장은 사람구경, 물건구경에다 돌아가는 동네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넓은 지역에 여러 마을이 곳곳에 들어선 경우에는 더 그렇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 매월 1일과 6일 장이 서는 함덕오일장. 해안부터 한라산 중산간까지 마을이 형성된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매월 1일과 6일 서는 함덕오일장도 그랬을 것이다.

400평이 안 되는 제주의 오일장 중 가장 작은 규모, 점포수도 40여개 남짓이다.

그렇지만 실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이 알차게 담겨있다.

밭에서 직접 수확한 채소와 과일은 대형마트에 진열된 상품들과 달리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손이 간다./뉴스1

발걸음을 재촉하는 고객도, 그런 고객을 붙잡기 위한 상인들의 호객행위도, 물건값을 흥정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여유롭다.

제주의 여느 오일장처럼 생선을 파는 가게가 많고 가장 붐빈다. 밭에서 직접 수확한 채소와 과일은 대형마트에 진열된 상품들과 달리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손이 간다.

상인들도 판매하는 물건들이 겹치는 경우가 드물어 경쟁보다는 점심도 삼삼오오 모여 같이 먹을 정도로 정겹다.

제주사람들의 넉넉한 '정'을 가득 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행한 온누리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다. 지류형은 월100만원, 충전식 카드형은 월150만원까지 구매가 가능한데 할인율은 지류형 5%, 카드형 10%다.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온누리상품권'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충전카드 등록 및 충전 후에 이용 가능하다.

제주시 조천읍 서우봉에 활짝 핀 해바라기 뒤로 함덕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이 보이고 있다. /뉴스1

함덕오일장 길 건너에는 함덕해수욕장이 있다. 하얀 모래와 에메랄드빛 바다, 맑은 물과 하얀 파도로 '한국의 몰디브'라 불리는 곳이다. 수심이 얕아서 가족 단위 피서지로도 좋고, 수상레저도 즐길 수 있다.

함덕해수욕장은 여름이 아니더라도 백사장 동쪽 넓은 잔디밭과 산책로 등이 있어 사계절 많은 관광객과 도민들이 찾는 명소다.

바로 옆에 자리한 서우봉은 봄이 되면 노란 유채꽃으로 여름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 등으로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서우봉에 오르면 함덕해수욕장과 마을을 한눈에 담을 수 있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한라산과 동쪽 오름들도 내려다볼 수 있다.

서우봉은 고려시대 여몽연합군과 삼별초군의 최후 격전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제가 구축한 진지동굴 20여기가 있고, 4·3 당시에는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다.

조암해안로도에 있는 관곶에서 바라본 제주 노을./뉴스1

함덕리와 조천리를 잇는 조암해안도로. 조천포구와 함덕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도로다. 이 도로 중간 지점쯤에 조천포구로 들어가는 길목이라는 의미의 '관곶'이 있다. 이곳과 육지(해남)와의 거리는 83㎞로, 제주에서 육지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날씨가 좋은 한낮에는 저 멀리 추자도도 선명하게 들어오는 전망도 추천하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노을 명소다. 해가 떨어지면서 불게 물든 하늘은 영주십경 중 하나인 '사봉낙조'(사라봉에서 바라보는 해질녘의 장관)과 견줄만 하다.

신촌리의 닭머루나 조천포구, 앞서 소개산 서우봉에서 바라보는 노을도 일품이다.

조천포구 입구에 있는 연북정 전경/제주도 제공

조선시대 제주로 부임하거나 임기가 끝나 떠는 목사나 판관 등 관리들은 제주성과 가까운 조천포구를 이용했다. 이 조천포구 초입에 연북정이 있는데, 기록에 따르면 1590년(선조 23) 당시의 '조천관'을 다시 짓고 '쌍벽정'이라고 했다가 1599년에 다시 건물을 짓고 '연북정'이라고 바꿨다.

제주로 유배 온 사람들이 제주의 관문인 이곳에서 한양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면서 북쪽의 임금에 대한 사모의 충정을 보낸다 해 붙인 이름이라 한다.

조천만세동산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조천은 제주에서 가장 먼저 항일운동이 일어난 곳이다. 1919년 3월21~24일 대규모 항일운동이 벌어진 곳이 바로 지금의 조천만세동산(미밋동산)이다.

제주도는 이 곳을 성역화해 제주의 항일 독립운동에 관한 역사적 자료와 유물 등을 체계적 수집·보존·전시하기 위해 제주항일기념관을 조성했다.

이 곳에는 또 애국열사 위패를 창열사와 애국선열 추모탑, 3·1독립만세 운동 기념탑 등을 건립했다.

'제주스러운' 전통시장의 정을 느끼고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속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함덕오일장이 제격이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경제통상진흥원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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