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에 왜 혼자 운동하러 갔냐고요?"‥'신림동 성폭행' 유족의 절규

송서영 shu@mbc.co.kr 2023. 8. 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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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으로 중태에 빠졌다 끝내 숨을 거둔 30대 여성.

고인은 개학을 일주일 남짓 앞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

MBC 취재진이 어제 빈소에서 고인의 가족과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i. 이른 출근길에 나섰던 부지런한 사람

사건 당일 오전 고인은 방학 중 진행되는 교사 연수 참여를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연수는 오후 2시였습니다.

하지만 항상 한 시간씩 미리 출근할 만큼 부지런한 성격에다 운동도 좋아했던 만큼, 고인은 그날도 자주 지나다니던 관악산 등산로를 따라 일찍 출근길에 나선 걸로 보인다고 지인들은 전했습니다.

고인과 수년간 축구 동호회 활동을 함께한 지인들도 빈소를 찾았습니다.

지인들은 "아직도 고인이 옆에 있는 것 같다"며 "남한테 피해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해맑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도 도맡아 하는 사람이었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ii. 준비할 틈도 없었던 가족의 마지막

빈소를 지키는 유족들도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반나절이 지나서야 소식을 접한 고인의 오빠.

부산에 사는 고인의 오빠는 당일 저녁 6시쯤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하고 급히 서울로 왔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임종 면회를 준비하라"는 소식을 들었고, 중태에 빠져 있던 고인은 이틀 뒤 숨을 거뒀습니다.

준비할 새도 없이 동생의 마지막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고인의 오빠는 "아직 어머니께 상복도 드리지 못했다"며 "지난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1년 만에 또 딸을 보내게 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가족들을 만난 건 2주 전쯤이었습니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혼자 살아가던 고인.

집에 손 한 번 벌리지 않았던 책임감 강한 동생이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교사 월급 10년 모아서 내년에는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다고도 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고인은 틈틈이 부산에 내려가 가족들을 찾았습니다.

고인의 오빠는 "2주 전 동생을 서울 가는 공항에 데려다 줬다"며 "그때 동생이 '오빠가 늦게 들어오면 엄마가 불안해한다', '전화 자주 해드리라'고 말했다"면서 고인이 가족을 살뜰히 챙겼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끔이라도 서울에 동생을 찾아갔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며 "6년 전쯤 동생이 지금 사는 집에 이사할 때 도우러 간 게 마지막이었다", "이게 제일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신림동 강간살해 피의자 최 모 씨

iii. 증언할 수 없는 피해자‥유족 괴롭히는 '2차 가해'

오빠는 이제 두렵기까지 합니다.

"내 동생은 증언을 못하잖아요."

CCTV도 없는 사건 현장.

고인은 더이상 증언을 할 수 없는데, 가족들은 가해자의 이야기로만 사건이 재구성되는 게 견디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2차 가해도 마찬가지.

"그러게 여자 혼자 그 시간에 왜 운동하러 가냐"는 댓글이 기억에 남아있다며, 이런 반응이 보일 때마다 가족들은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순찰 강화 등 치안 유지에 조금 더 유의할 수 있지 않았냐는 억울함도 남습니다.

사건 현장인 등산로처럼 차량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곳은 도보 순찰에 나섰다면, 또 근처에 경찰 긴급 호출이 가능한 시설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고인의 가족들은 최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을 함께 언급하며 "큰길로 다녀도 사고 나고, 산책하러 나가도 사고가 나고, 제가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무기력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고인은 내일 오전 영면에 듭니다.

하지만 아직 경찰 수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오늘 피해자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고, 피의자의 '계획범죄' 정황과 살인의 고의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수요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송서영 기자(shu@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516411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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