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수놓아 그린 맥주잔…獨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가보니
십자수 놓듯 원자로 그림도 그려
건물 엘리베이터 움직임에도 민감
큐비트 구현해 양자통신에도 응용
포스텍 “세계적 연구소...협력 추진”
기껏해야 수십 픽셀(화소)로 거품 가득한 맥주잔 두 잔이 맞부딪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단순하고 서툴게까지 보이는 이 그림을 방문객들은 명화를 마주하듯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빛으로 원자의 위치를 정밀하게 옮기고 배열해 원자 하나하나를 픽셀로 구현해낸 첨단 양자광학 기술로 만들어진 그림이기 때문이었다.
원자 하나하나를 원하는 위치에 옮길 만큼 실험 정밀도가 높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에마누엘레 디스탄테 MPQ 양자인터넷 연구실 박사는 “건물 전체의 엘리베이터 위치까지 균형을 맞춰야 할 정도로 민감하다”이라고 표현했다. 건물에 있는 엘리베이터 2대가 모두 고층이나 저층에 몰릴 때 지구자기장에 한참 못 미치는 밀리가우스 수준의 미세한 자기장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것만으로도 실험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인터넷 연구실은 이런 원리를 응용해 실제로 양자통신 실험을 하고 있다. 최첨단을 다투는 연구주제에 비하면 66㎡(20평) 남짓한 연구실은 단출하고 투박해 보였다. 실내 대부분을 차지하는 ‘큐게이트’와 관련 장치들은 전선이 복잡하게 연결돼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을 연상케 했다. 큐게이트는 작은 돋보기처럼 생긴 렌즈와 소자(素子) 수십개가 일종의 양자광학 회로를 이뤄 레이저 빛의 방향과 위상(位相) 등을 조절하는 장치다. 이 빛을 통해 다시 초저온, 초진공 장치 속의 루비듐 원자를 제어한다. 루비듐 원자가 가지는 양자정보는 광섬유로 연결된 다른 장치의 루비듐 원자에 전송되는 식으로 원격 통신이 이뤄진다. 박 소장은 “이론상 이 연구실 기술력으로 최장 4㎞ 거리를 통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김연경 ‘식빵언니’인 것 모르는 국민 있나”…전여옥, 이다영에 일침 - 매일경제
- “참기 힘든 놀림과 학교폭력”…서울과고 떠난 ‘IQ 204’ 소년 - 매일경제
- “한번 하는데 500만원 줬다”…20대女 몸속서 발견된 이 놈의 정체 - 매일경제
- 학교간다며 나섰는데…‘연락두절’ 봉천동 여고생 영등포서 찾았다 - 매일경제
- [단독] “2년간 한번도 안쓴 장비에 5300억”…연구개발비는 눈먼돈? - 매일경제
- [단독] LH ‘순살아파트’ 조사마저 부실의혹...“철근있는데 없다고 발표” - 매일경제
- “성묘는 미리 갔다 와야겠네”...최대11일 추석연휴 벌써 풀부킹 - 매일경제
- “대화 중에도 내 몸을”…태국女 음란행위 생중계 ‘나라망신’ 한국 유튜버 - 매일경제
- [단독] “외국인 배우자 있으면 안된대”…인터넷은행 주담대 못받는다 - 매일경제
- 5이닝 비자책 역투...타선 지원 더해지며 2승 달성 [류현진 등판] (종합)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