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중 의식 잃은 5살, ‘비번’ 소방관이 살렸는데…그 뒤 벌어진 일

지난 18일 한림119센터로 배달된 치킨 세트 꾸러미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수영장에서 물놀이 중 의식을 잃은 5살 아이를 비번인 소방관들이 목격하고 응급처치해 생명을 구했다. 아이의 가족은 몰래 소방관들을 위한 간식을 선물했으나, 이 간식이 다시 사회복지시설에 전해져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21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저녁 제주 서부소방서 한림119센터로 치킨 45세트가 배달됐다. 누가 보냈는지 모르는 이 치킨의 출처를 파악해보니 며칠 전 수영장에서 물놀이 중 의식을 잃었다가 마침 현장에 있던 소방관들 덕분에 생명을 구한 A(5)군 가족이 보낸 것이었다.

A군은 앞서 지난 15일 오후 1시 15분쯤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 의식을 잃었다. 그 때 피서차 가족들과 해당 수영장을 찾았던 소방관 2명이 이 모습을 목격, 곧바로 A군 곁으로 달려가 심장충격기(AED)를 요청하고 가슴 압박을 실시하는 등 응급처치에 나섰다.

다행히 A군은 의식과 호흡이 돌아왔고,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가 A군을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 무사할 수 있었다.

A군을 살린 이들은 서부소방서 소속 김태헌 소방위와 이승준 소방교다. A군의 가족은 이후 두 소방관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소방공무원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소방서로 치킨 45세트를 기부했다.

온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부소방서는 기부자에게 연락해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간식을 취약계층을 위해 나누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결국 치킨은 한림읍 내 아동보육시설 등 사회복지시설 6곳에 전달됐다.

기부자는 "소방관들의 신속한 응급처치 덕분에 기적과 같이 아이가 건강을 찾고 퇴원하게 됐다"며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신 것과 더불어 감사의 뜻으로 보낸 선물이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줘 감동했다"고 전했다.

김수환 제주소방안전본부장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생명을 지켜내는 것은 소방공무원의 사명이자 본능으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며 "이번에 전달된 소중한 마음을 깊이 간직해 도민 안전을 위해 값진 땀방울을 흘리며 생명 보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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