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이재명 알았나 몰랐나…이화영 입에 달렸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법정 안팎에서 요동치고 있다. 오락가락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배우자와 법정에서 다툼을 벌어지는가 하면, 변호인이 재판부 기피 및 검찰진술서를 부인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이 전 부지사와 협의 없이 재판부에 제출하고 자진사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검찰이 사실상 물증이나 진술 등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묻어두고,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재명 대표를 겨누는 모습이다.
쌍방울 수상한 자금 쫓던 검찰 어쩌다 이화영 수사로
지난해 2월 검찰의 쌍방울 수사가 시작된 뒤 이 전 부지사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같은해 9월7일이다. 검찰이 그날 이 전 지사가 근무했던 경기도청과 그가 대표로 있던 킨텍스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가 쌍방울에서 2017년 3월부터 1년 남짓 사외이사로 근무하다 퇴사해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쌍방울의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평화부지사 시절인 2018년 민간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공동으로 진행한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쌍방울의 수상쩍은 후원금 2억원이 흘러간 점에도 주목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한달 여 뒤인 지난해 10월14일 이 전 지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당시만 해도 검찰은 이 전 지사가 북한으로부터 희토류 등의 광물을 수입하려던 쌍방울을 도와주는 댓가로 사익을 취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쌍방울, 중국으로 800만 달러 밀반출…돈 종착지는?
쌍방울의 수상한 자금을 쫓던 검찰이 2019~2020년 쌍방울 임직원들이 쪼개기 방식으로 800만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를 찾아내면서 이 전 부지사와 관련된 수사도 전환을 맞았다. 빼돌린 돈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등 대북 경협 지원 사업비라는 취지의 진술이 쌍방울 쪽 관계자에게서 나온 것이다. 이때부터 사건의 성격이 ‘대북송금 사건’으로 바뀌게 된다.
한동안 진척이 없던 대북송금 사건 수사는 해외로 도주했던 김성태 전 회장이 올해 1월10일 태국에서 검거되고, 일주일 만에 국내로 송환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500만 달러는 경기도 요청으로 스마트팜 사업비로 대납했고, 300만 달러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 방북비 명목으로 북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3월21일 이 전 부지사를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건 공범으로 추가 기소했다.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등이 연루된 쌍방울 그룹 관련 사건은 모두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로 배당됐다.
이화영 ‘추가 진술서’ 뭐길래…다시 이재명 겨냥한 검찰
지난 5월23일 3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회장은 “사건 기록을 보지 못했다”며 자신이 검찰에서 진술한 대북송금 관련 증언을 전면 거부했다. 양쪽의 공방은 7월18일 40차 공판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바뀐 진술 내용을 공소장에 추가 증거로 제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전 부지사 쪽(법무법인 해광)은 “이화영 피고인은 스마트팜(500만 달러) 관련해선 (쌍방울의 대북사업 계약금이라는 기존과) 입장이 같다. 다만, 방북 비용(300만 달러)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는데, 방북을 요청한 건 맞는 것 같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후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구두로 보고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전파됐다. 그러자 이 전 부지사는 7월20일 옥중편지로 “이화영은 쌍방울(김성태)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재명 지사의 방북비용을 요청한 적이 없다.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에서 이 지사의 방북도 신경 써주면 좋겠는 취지로 얘기한 바 있다. 이 내용을 이 지사에게 사전 보고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정 파행…이화영 부인 변호인단 해임신청
공판이 파행한 것은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백씨가 전면에 등장하면서부터다. 백씨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변화가 검찰에 유화적인 일부 변호인단의 문제라고 봤다. 이 때문에 41차 공판 하루 전인 7월24일 이 전 부지사가 기소 전부터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해광에 대해 해임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전 부지사 변론은 해광과 법무법인 덕수가 맡아왔다. 하지만 41차 공판 당일 이 전 부지사는 ‘집사람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제 의사가 아니며, 저는 해광에게 계속 도움을 받고 싶다’는 뜻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이에 재판부에 발언권을 얻은 백씨는 “정신 똑바로 차려라. 만약 당신이 해임 철회를 하면 가족으로서 도와줄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달 8일 열린 42차 공판에서 사달이 났다. 42차 공판에 나온 덕수의 김형태 변호사가 검찰과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재판 자체가 파행했다. 김 변호사는 쌍방울 대북송금을 이재명 당시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검찰 조서 내용에 대해 ‘피고인에 대한 회유·압박 및 신체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등에 따라 임의성이 의심되는 피고인의 자백이 포함됐다’는 취지의 추가 증거 부동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이와 함께 재판부 기피 신청서 및 사임서를 제출하고 곧바로 퇴정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증거의견서와 기피신청서를) 처음 들었고 읽어보지 못했다.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증거의견서는 반려되고 재판부 기피 신청서도 철회됐다.
이화영 ‘법정 증언’에 쏠린 관심
증거 능력이 인정되는 ‘법정증언’으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쌍방울의 대북송금을 인지했다는 사실을 확인받으려던 검찰의 구상은 두차례의 공판 파행으로 22일 43차 공판으로 미뤄졌다.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증언에 따라 이 대표를 겨눈 검찰 수사 방향도 달라진다. 이 대표가 인지하고 있었다면 대북송금 주체가 쌍방울에서 경기도로 바뀌고, 수혜를 받는 당사자도 이 대표가 될 수 있어 제3자 뇌물죄가 아닌 직접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의 입에 법정 안팎의 시선이 쏠린 이유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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