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진 지갑 탓?…커피 수입량 5년만에 감소
엘니뇨 영향으로 주요 커피 수출국 생산량 감소도 원인
얇아진 지갑 탓인가? 올 들어 커피 수입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끝없을듯 하던 ‘한국인의 커피사랑’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게 업계의 시선이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지금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5년만에 처음으로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1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커피 수입량은 10만9752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 줄었다. 커피 수입액 역시 6억4673만 달러로 9.5% 감소했다.
지난 수년간 국내 커피 수입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커피 수입량은 지난 2018년 15만8000t에서 2019년 16만8000t, 2020년 17만7000t, 2021년 18만9000t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에는 20만5000t)을 기록하며 20만t 선을 넘었다. 커피 수입액 또한 2018년 6억4000만달러에서 2021년 9억2000만달러로 불어난 데 이어 지난해 단숨에 10억달러 선을 넘어 13억달러로 커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커피 수입이 주춤하더니 감소세로 돌아선 것. 지금의 감소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2018년 이후 5년 만에 커피 수입 규모는 연간 기준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엘니뇨 현상으로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주요 커피 수출국의 커피 생산량 감소로 인한 것이 업계의 표면적인 설명이지만, 최근 고물가의 영향으로 국내 커피 소비량 자체가 감소한 결과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올들어 외식 건당 사용금액은 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대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이 날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카드 고객의 외식업종 건당사용금액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2분기 사용금액은 96.2로 3.8% 줄었다.
특히 20대(93.4), 40대(96.1), 30대(96.5), 50대(96.6), 60대(98.5), 70대 이상(98.8) 등으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대체로 외식 건당 사용금액을 더 많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의 주 소비층인 20·30대의 외식 소비가 줄면서 커피 판매량 역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서민금융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소액생계비 대출’을 이용한 20대 취약계층 가운데 25%가 한 달 8000원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미납률도 20대가 24.5%로 가장 높고 전체 평균 미납률(14.1%)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커피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커피 생산 감소와 함께 차(茶), 건기식 등 다양한 디저트 대체 음료의 증가 때문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주 소비층이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고 있는 사정 역시 수입량 감소의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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