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 예상 보란 듯 깼다… 부동산 위기에도 주담대 기준금리 ‘동결’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8. 2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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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민은행, 1년 LPR 0.1%p↓, 5년 LPR 동결
기업 대출 지원하되 부동산 부양 신호는 ‘경계’
시장 과열 우려 해석… 유동성 111兆 이미 공급
中 증시 일제히 하락세, 韓·日 증시는 영향 적어

중국이 경기 둔화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개월 만에 인하했지만,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주는 중장기 기준금리는 동결했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점쳤던 시장의 예상과 정반대다. 단기 일반대출의 금리를 내려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지원하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경계하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중국의 통화정책이 시장 기대감에 못 미치자 중국 증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8월 대출우대금리(LPR) 중 1년 만기 LPR을 연 3.55%에서 3.45%로 0.1%포인트 인하한다고 21일 발표했다. 지난 6월 이후 2개월 만이다. 다만 5년 만기 LPR은 4.2%로 동결했다. 인민은행이 1년 만기 LPR과 5년 만기 LPR을 분리해 조정한 것은 2021년 12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당시 인민은행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LPR을 20개월 만에 전격 인하하면서도 1년 만기 LPR만 0.05%포인트 내리고, 5년 만기 LPR은 동결했었다.

LPR은 18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 금리의 평균치다. 인민은행이 LPR을 공시하면 모든 금융회사가 대출에 참조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1년 만기 LPR은 신용·기업대출 등 일반 단기대출 상품의 금리에 영향을 준다.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장은 인민은행이 1년·5년 만기 LPR 모두 0.15%포인트씩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중국 인민은행./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5년 만기 LPR 인하에 시장은 기대를 걸었다.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가 금융권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만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인하돼야 투자 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인민은행이 지난 18일 금융감독관리총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함께 은행에 “책임을 지고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공격적인 금리 인하의 신호로 읽혔다.

인민은행이 5년 만기 LPR을 동결한 것을 두고 부동산 시장 부양책의 부작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가 예상보다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존스랑라살의 브루스 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5년 만기 LPR 동결은)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라며 “부동산 부문에 대한 정책은 최적화되겠지만 통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개발업체들의 개별 리스크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지 여부를 지켜보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경제 전문가는 “비구이위안 등의 디폴트 우려는 개별 회사의 유동성 문제이고, 시장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와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으로 보인다”며 “단기 유동성은 이미 충분히 공급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0.1%포인트 낮춘 1.8%로,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0.15%포인트 내린 2.5%로 각각 조정했다. MLF와 역레포 금리 인하 효과를 합치면 총 6050억위안(약 111조원)의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된다.

다만 5년 만기 LPR과 달리 1년 만기 LPR을 소폭 인하한 것은 민영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경제 회복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세 부담을 줄여주는 등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1년 만기 LPR 인하를 시작으로 수개월간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번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동결되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 해소를 위해선 더욱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쉬톈첸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상황으로 보면 50bp(1bp=0.01%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하 또는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추가 정부 지출 및 성장 촉진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도시의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등 지원 정책을 빠르게 도입해야 하고, 더 이상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대형 부동산개발업체들에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는 하락하고 있다. 이날 한국 시각 오전 11시 50분 기준 본토 지수인 상하이지수는 전장 대비 0.38% 하락했고, 선전성분지수도 0.24% 떨어졌다. 항셍지수는 1.36% 하락 중이다. 다만 한국 코스피지수는 0.48%,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73%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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