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정 "6년 공백기, 인생에는 공백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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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아닌 책으로 인사드리게 돼 많이 삐걱거리고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분과 소통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영화 '올드보이'가 20주년을 맞은 올해 강혜정(41)이 배우가 아닌 작가로 돌아왔다.
"외부적으로는 '강혜정 아닌 강혜정'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내가 만든 책이나 영화든 그 역할과 그 물질 하나로 기억되고 싶고 강혜정이라는 사람은, 하루 엄마이자 타블로의 아내인 강혜정은 제 일상에서 그렇게 흐르듯이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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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연기가 아닌 책으로 인사드리게 돼 많이 삐걱거리고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분과 소통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영화 '올드보이'가 20주년을 맞은 올해 강혜정(41)이 배우가 아닌 작가로 돌아왔다.
강 작가는 2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첫 에세이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 출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처음에는 그냥 일기처럼 썼다가 하나씩 쌓이면서 한 권의 책이 됐다"며 "내 안에 있는 말풍선을 엮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에세이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은 영화 '올드보이', '웰컴 투 동막골', '연애의 목적' 등을 통해 스크린에서 만난 '배우 강혜정'이 아닌 삶 속의 강혜정이 담겼다. 19살 무렵 동생과 자전거를 타다 다친 오른쪽 발등이나 소멸 예정 포인트 안내 문자 등 다른 이들과 다름없는 일상의 순간에서 떠오른 생각을 꾸준히 기록한 결과물이다.
"외부적으로는 '강혜정 아닌 강혜정'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내가 만든 책이나 영화든 그 역할과 그 물질 하나로 기억되고 싶고 강혜정이라는 사람은, 하루 엄마이자 타블로의 아내인 강혜정은 제 일상에서 그렇게 흐르듯이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책 출간에는 남편인 래퍼 타블로의 도움도 있었다. 타블로는 자신의 책 '블로노트 2' 출간을 위해 달 출판사와 논의하던 중 출간이 어렵게 되자 아내 강혜정의 글을 출판사에 보여줬고 이내 출간이 결정됐다.
강 작가는 "책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글은 아니었지만 단 하나의 독자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보내줬더니 잘 쓴다고 응원해 줬다. 응원이 무서운 게 그 한마디에 글을 하나씩 더 쓰게 됐다"며 "남편이 그걸 출판사에게 보냈고 출간으로 이어졌다. 내 글이 제2의 독자를 마주했구나 하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성장할수록 발판은 피라미드처럼 좁아지고 있었고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바닥을 두드려볼 틈도 주어지지 않았다. (…) 또 한번의 총성이 울린다면 나는 완주해낼 수 있을까. 어쩌면 스타트라인에 서 있을 용기가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수록작 '스타트라인' 중)
책에는 배우 생활을 하며 느낀 불안감도 담겼다. 수록작 '스타트라인'은 그러한 감정이 드러난 대표적인 글이다. 강혜정은 "나뿐만 아니라 굉장히 오랜 시간 나같은 직업에 몸 담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질 것 같다"며 "다음 작품을 만날 때마다 막막함이 생기고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잘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생기니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게 됐다"고 말했다.
2017년 영화 '루시드 드림'에 조연으로 출연한 후 6년간의 공백기가 생겼다. 강혜정은 이에 대해 "좋은 작품을 만나고 기회가 맞는다면 작품활동을 이어갈 생각이지만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활동을 예고했다.
"공백기 동안은 사실 연기가 아닌 다른 걸 만들어내라 바빴어요. 제 인생에 있어서 공백기가 존재하지 않았죠. 지금은 그 친구(딸 하루)가 건강하게 밝게 크고 있어서 웰메이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 강혜정을 알린 대표작 '올드보이'가 20주년을 맞은 소감도 밝혔다. 그는 "시간이 참 빠르다. 20대 초반이고 영화는 처음이라서 모르는 게 많았던 때였다. 그러다 보니 쉽게 흡수하고 뭐든지 빨리 배우려고 했던 거 같다"며 "대배우, 대감독 사이에서 작업할 수 있었으니까 아무것도 몰랐지만 굉장히 좋았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데뷔 후 20여년 만에 "말풍선 같은 책"을 세상에 내놓은 강혜정은 영화가 아닌 책으로 공감과 위안을 꿈꾼다.
"조금 숨기고 싶은 생각이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당신만이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 피하고 싶고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책을 읽고)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하면 덜 외롭지 않을까요.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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