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놈 이름·목소리 검색 가능… 보이스피싱 예방 앱 똑똑해진다
범죄 사용된 음성, 이름, 전화번호 등 검색
'수상한 연락·문서' 범죄 여부 판단 가능
경찰, 행안부와 협의 중… 내년 초 출시
"2023조사7403 특급 사건. 김OO 등 성매매특별법 및 자금세탁, 불법 명의 도용 사건. 개인명의 도용 피해자라는 것을 스스로 해명해야 함."
아르바이트를 하던 최준성(25·가명)씨는 4월 20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최씨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검찰청 공문이었다. 당황한 최씨가 문자메시지 번호로 연락하자, 박석삼 검사가 전화를 받았다. 박 검사는 최씨에게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사건 내용을 열람하라며 사이트 주소가 담긴 링크를 보냈다. 최씨가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했더니, 성매매 사건에 최씨 계좌가 사용됐기 때문에 공범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씨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박 검사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자신의 금융 정보를 박 검사에게 보냈고, 박 검사 지시로 혼자 모텔에 들어가 자필 반성문까지 썼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점을 증명하려면 특정 계좌로 돈을 보내야 한다는 말에 최씨는 전 재산 700만 원을 보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게 됐지만 시간을 되돌릴 순 없었다. 최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할 거라곤 꿈에도 상상을 못 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기 동두천경찰서 박중현 수사관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심리적으로 완전히 종속돼 사기라고 알려줘도 처음에는 쉽게 믿지 않는다"며 "범죄자들은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을 쓰기에 쫓아가는 수사는 한계가 있다. 예방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하기 전에 범죄자 통화 음성이나 이름, 전화번호 등이 과거 범죄에 이용됐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까. 경찰대 스마트치안지능센터는 이런 기능을 갖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개발한 보이스피싱 차단 앱 '시티즌코난'을 고도화해 디지털 범죄 종합 대응 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행정안전부와 사전 협의 중으로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21일 스마트치안센터에 따르면, 2021년 9월 출시한 시티즌코난은 이날까지 총 280만 건 다운로드 됐다. 이 앱은 스마트폰에서 자신도 모르게 깔린 악성앱을 찾아 삭제해주는 보안 서비스다. 지금까지 악성코드 21만 건을 삭제했다. 다만, 시티즌코난은 악성 앱 탐지·삭제에 기능이 국한돼 다양한 디지털범죄를 예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스마트치안센터는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스미싱(문자메시지를 이용한 피싱)과 로맨스 스캠 (이성적 관심을 이용한 신용 사기)등 디지털 범죄에 종합 대응할 수 있도록 시티즌코난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특히 범죄 피해 발생 전에 피해자가 직접 확보한 통화 녹음이나 문자, 이미지 등을 시티즌코난을 이용해 검색하고 같은 사례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만약 최씨가 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받은 문서와 전화번호 등을 검색했다면 두 달 전 전북 전주에서 동일한 패턴(성매매에 통장 연루 →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조회)의 범죄 신고가 발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씨를 속일 때 이용된 전화번호도 같은 달 서울에서 2건, 대구에서 1건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마트치안센터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디지텀 범죄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했다. 경찰 수사와 112신고 기록을 비롯해 금융감독원이 확보한 보이스피싱 통화 음성 내역도 확보했다. 범행에 이용된 검사 이름과 전화번호, 특정 문서와 사진 등을 검색하는 것을 넘어 보이스피싱 범죄의 대화 패턴까지 분석해 비슷한 사건이 있는지 알려준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사기꾼 음성도 분석해 앞서 동일한 음성이 범행이 이용됐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장광호 스마트치안센터장은 "다른 보이스피싱 앱들은 정보 공유와 재발 방지 목적이지만, 이번 고도화 작업은 범죄 위기 단계를 직접 탐지해 위험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라며 "범인들이 시도하는 범행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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