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앞에 모인 언론단체들 "방송통신위원회 스스로 사망선고 내려"

박재령 기자 2023. 8. 2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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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정부청사 앞 언론단체들 방통위 비판 집회, 야4당도 참여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이사 해임 연달아 처리한 방통위
"합의제 기능 상실하고 윤석열 언론장악 통로 돼… 해체 요구"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尹, 이동관 앞세운 '방송장악 쿠데타'"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TV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이사 해임 등 강행으로 '언론장악' 비판에 휩싸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김효재)가 '방송장악기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업언론단체는 '방통위 해체'를 요구하며 이미 방통위가 합의제 기구 기능을 상실해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인사청문회가 종료된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에게도 '방송통제 쿠데타의 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 21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현업언론·시민단체 총력집회 참가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21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언론단체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방송장악위원회 폭주를 멈춰라> 집회를 열고 “오늘 방송통신위원회는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성희 진보당 의원 등 야4당도 참여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면직 이후 방통위는 김효재 직무대행, 이상인 상임위원 등 정부여당 추천 2인 주도로 TV수신료 분리징수, 이사 해임 등의 중요 안건을 연달아 처리하고 있다. 앞서 남영진 KBS 이사장 등 공영방송 이사 3명이 이미 해임됐고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까지 지난 17일 해촉된 상황이다. 21일 집회 직후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도 해임됐다.

▲ 21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현업언론·시민단체 총력집회에서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통위 해체를 요구한다.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이미 합의제 기구 위상과 기능을 상실하고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통로가 되고 있다”며 “방통위는 더 이상 방통위가 아닌 '방송장악기구'”라고 비판했다. 이날 투쟁결의문에서 언론단체들은 “군사작전처럼 강행해 방송을 쑥대밭으로 만든 방통위의 만행은 민주화 이후 최악의 언론통제와 방송장악 사례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방통위의 해임 '속도전' 이면에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임명에 앞서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을 미리 처리했다는 지적이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이동관 후보자가 들어서기 전에 (방통위가) 꽃길을 깔아주기 위해 두 사람뿐인 기형적인 상태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안을 쿠데타처럼 밀어붙이고 있다”며 “내일 모레면 김효재 방통위원장 대행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제 몫을 다 하고 나가려고 극악무도한 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가 1일 기자들 앞에 선 모습. ⓒ연합뉴스

이동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등을 지냈다. 당시 국가정보원 등을 동원해 언론장악을 이끌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극우 성향 기자 소송 지원 △대통령 'MBC 경영진 교체 및 개혁' 서면 보고서 △VIP 전화격려 필요 대상 언론인 보고 등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언론 장악'뿐 아니라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윤창현 위원장은 “(방통위가) 이동관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쿠데타의 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가 확보한 언론장악 문건만 1000여 페이지가 넘는다. 한 장 한 장 들어가 있는 내용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며 “해직된 언론인들과 돌아가신 이용마 선배를 비롯한 언론인들 피눈물의 역사와 기록이다. 하지만 그 문건마저도 이동관은 모니터링 보고서에 불과하다며 비아냥댔다”고 했다.

▲ 21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현업언론·시민단체 총력집회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1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현업언론·시민단체 총력집회 참가자들이 구회를 외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고민정 의원은 이동관 후보자 아들의 학폭 의혹에 대해서도 “학폭 피해자가 있었던 건 진실이다. 이동관 후보자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후보의 뻔뻔한 대답은 '피해자가 이미 용서했는데 왜 그러느냐'는 것”이라며 “피해 학생들이 왜 말을 못하고 있는지, 담임선생님께서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와 학폭을 무마하려던 부인의 행태들, 지각에 대해 삭제 요청했던 행태들에 입을 열었지만 이 후보는 이 역시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비아냥거렸다”고 했다.

이동관 후보뿐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언론계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이들이 속속 언론계에 복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이사를 지낸 박노황씨는 미디어재단 TBS 이사장으로, YTN플러스 대표를 지낸 류희림씨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류희림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 YTN 해직사태가 벌어졌을 때 인사 담당자(경영기획실장)였고, 박노황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 연합뉴스 사장을 지내 '정권 비위 맞추기 논란'을 일으켰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류희림이라는 인물이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내정됐다. YTN 동지들은 류희림이 누구인지 잘 알 것”이라며 “언론인들을 줄 세워서 아침마다 태극기 조회하던 극우적 인사, 이미 내부에선 언론인 자격이 없다고 결론난 박노황이라는 인물도 TBS 이사장이 됐다. 대한민국 언론 현장을 이념의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이 정권의 무도함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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