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영재 아버지 “몸무게 27→22kg 빠진 아이, 소리 없이 울더라”
“학교에 입학할 때 27kg이었던 몸무게가 현재 22kg에 불과할 정도로 (강현이는) 고통받고 있다. 이건 아동학대다.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는 식의 학교 시스템만 강조한다면 애초에 10살 아이를 왜 선발하셨나.”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자퇴한 영재 백강현(10) 군의 아버지가 한 말이다.
백 군의 아버지라 밝힌 인물은 21일 유튜브 ‘백강현’ 채널에 ‘강현이가 당한 학폭 공개’라는 제목의 7분 58초 분량의 영상을 올리고 백 군이 당한 괴롭힘 정황, 백 군의 실질적인 자퇴 이유 등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백 군은 올해 5월부터 다른 학생들로부터 ‘니가 이 학교에 있는 것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백 군의 아버지는 “조별 과제를 할 때면 ‘강현이가 있으면 한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들었다. 발언권도 없었고 할당 임무도 주지 않았다”며 “강현이는 조별 과제가 있는 날이면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고, 이를 ‘고문받는 시간 같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백군에 대해 ‘백강현 XXXX,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식의 조롱 게시글이 올라왔다는 게 백군 측 주장이다. 백 군의 아버지는 “그때서야 강현이는 이런 일들을 가족에게 털어놨다. 그전까지는 형들에게 귀여움을 받고 있다고 늘상 말해왔다”며 “아이가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 강현이가 느꼈을 고통을 생각하면 죽을 것 같다”고 했다.
백 군의 아버지는 “학교에 학교폭력위원회 소집을 요청하고, 경찰에 고소도 하려고 했다”며 “선생님들과 회의가 있었고, 강현이가 학교를 계속 다니기 위해서는 경찰 고소는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설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해자, 피해자 분리 조치도 없이 조별 과제를 할 때 강현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주겠다는 학교 측의 설득만 철석같이 믿고 학폭위원회도 없던 일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백 군은 집념을 가지고 공부했다고 한다. 2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80등 안에 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개학 후 백 군은 아버지에게 ‘팀별 발표에서 혼자 발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백 군의 아버지는 “담임선생님에게 카톡을 보내고 직접 만났지만 말씀의 요지는 ‘강현 군 한 명 때문에 학교의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다’였다”며 “강현이가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그것을 견디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했다.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다음날 백 군은 아버지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고, 아버지는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백 군의 아버지는 가해 학생으로부터 정식으로 사과받았고 용서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학교 측의 대응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솔직히 학교에서 강현이에게 약속해준 대책에 대해 논의 한번 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는 식의 학교 시스템만 강조한다면 애초에 10살 아이를 왜 선발하셨나”라고 했다. 이어 “머리 좋으면 정신력과 체력도 슈퍼맨일 거라 생각했나. 이런 시련도 다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나”라며 “이렇게 대책도 없이 버리면 한 아이의 장래는 어떡하나 묻고 싶다. 제발 대답해달라”고 했다. 조선닷컴은 학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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