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착륙 실패, 또 실패…뭐가 그렇게 힘들길래?

이정호 기자 2023. 8. 21. 12: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인도, 일본 등도 잇따라 좌절
달 궤도에서 하강하는 ‘감속 기술’ 고난도
루나 실패에는 “러 국제정치적 이유” 진단도
지난 11일(현지시간) 지구에서 발사됐다가 20일 추락한 러시아의 달 착륙선 ‘루나 25호’ 비행 경로

러시아가 쏘아 올린 달 무인 착륙선 ‘루나 25호’가 월면에 충돌한 가운데 최근 잇단 실패에 달 착륙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인도, 일본 등도 달 착륙을 시도했지만 모두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미 약 50년 전 인류까지 수차례 달에 발을 디뎠으나 지금은 무인탐사선 착륙조차 쉽잖은 모습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달 궤도를 빠르게 돌다가 월면으로 천천히 하강하는 감속 기술이 난제에 속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게다가 이번 러시아의 실패와 관련해선 미국과의 달 개발 주도권 경쟁 때문에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착륙선을 무리하게 발사한 게 아니냐는 국제정치적인 의미의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초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계산된 수치와 실제 충격량 변수 간 편차 때문에 루나 25호가 계산되지 않은 궤도로 진입했다”며 “(이 때문에) 달 표면에 충돌해 소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47년 만에 발사한 달 착륙선이 임무 수행에 실패했다는 발표다.

지난 1일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가 공개한 루나 25호 모습. 지난 11일(현지시간) 발사된 루나 25호는 달 궤도까지는 다다랐지만, 지난 20일 달 표면에 충돌하면서 월면 착륙에는 실패했다. AFP연합뉴스

그런데 최근 달 착륙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2019년 이스라엘 민간기업 스페이스일이 만든 달 착륙선 ‘베레시트’, 같은 해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개발한 달 착륙선 ‘비크람’이 월면에 충돌했다. 지난 5월에는 일본 기업 아이스페이스가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토-R 미션1’이 월면에 충돌하면서 임무가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착륙에 실패한 착륙선들은 달 상공까지 이르는 데에는 성공했다. 월면에 사뿐히 내려앉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전문가들은 ‘감속’이 문제였다고 본다. 달 착륙선이 고속으로 달 상공을 돌다가 어느 순간 월면에 안착하기 위해선 비행 속도를 낮춰 월면을 향해 서서히 내려와야 하는데, 이것이 고난도 기술이라는 얘기다.

엔진과 각종 센서 등이 한치의 오차 없이 모두 정상 작동해야 한다. 착륙에 실패했던 이스라엘의 베레시트에선 관성측정장치에, 인도의 비크람에선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있었다.

정상적인 감속을 위한 기계 작동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달 환경이 지구는 물론 태양계 내 다른 행성과도 현격히 다르기 때문이다. 달 중력은 지구 6분의 1이다. 대기는 거의 없다. 양지와 음지의 온도 차이는 수백도에 이른다. 비행 물체 입장에선 극한의 환경이다.

게다가 인류는 1970년대 후반 이후 우주개발의 중심을 달이 아닌 지구 주변으로 옮겼다. 우주왕복선 운영에 집중한 것이다. 달 착륙의 노하우를 쌓을 기회가 적었다.

장영근 전 한국항공대 교수는 “달 착륙선이 월면으로 내려오려면 역추진 로켓 등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걸 정확히 쓰는 게 어렵다”며 “감속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달 착륙선에는 달 주변을 돌기만 하는 궤도선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러시아 루나 25호의 달 착륙 실패와 관련해선 또 다른 측면의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미국과의 달 개발 경쟁을 의식해 무리한 발사를 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루나 25호를 쏜 건 국제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달 개발 주도권이 최근 미국으로 넘어가는 점을 의식해 준비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달 착륙을 시도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2020년대 후반에 달에 유인 상주기지를 짓는다는 목표의 ‘아르테미스 계획’을 한국과, 일본, 영국 등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 교수는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발사체 시장에서도 외면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경제적 지원을 확보할 기회가 적어진 상황에서 무리한 결정으로 루나 25호를 쏜 게 이번 착륙 실패의 한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