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대표단 회의록 입수…‘잼버리 실패’ 이유는? [친절한 뉴스K]
[앵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잼버리.
실패 과정을 잘 분석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면교사로 삼아야겠죠.
오늘 친절한뉴스에서는, 대회 초반 회의록부터 유치 때 정부 심사까지 짚어봤습니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잼버리, 이달 초 시작부터 무더위에 비상이었고요.
일부 국가 대표단들, 대회 중 철수를 결정했죠.
가장 많은 대원 4천 3백여 명을 보냈던 영국은 대회 나흘째인 지난 4일 밤, 새만금에서 철수 결정을 내렸습니다.
뒤이어 미국, 싱가포르 등 철수가 이어졌는데요.
각국 대표단의 속 얘기가 담긴 비공개 회의록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지난 4일 오전 회의니까, 중도 철수 결정을 내릴 때쯤이죠.
먼저, 영국, "샤워장에 사람 배설물이 있었지만, 조직위 답변이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날 밤 바로 철수 결정한거죠.
루마니아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비누가 없다"고 꼬집었고, 남아공은 "엿새간 제기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어 충격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철수 소식 다음 날 회의에서는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만감이 교차한다"며 문제 개선을 약속했지만, 포르투갈 대표단은 "장관이 사람들 떠나는 이유를 이해하고 있냐"며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 브리핑에서 김 장관은 잼버리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김현숙/여성가족부 장관/지난 7일 : "세계 (스카우트) 연맹이 조사한 것에 따르면, 아주 만족하지 못한다는 건 4% 정도라고 나타나고 있어서 청소년들은 굉장히 즐겁게 즐기고 있고…."]
영국 대표단의 어린 대원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실신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내용도 회의록에 담겼습니다.
8월 초면 덥다는 것, 또 태풍이 올 위험도 있다는 것 상식인데요.
사실 100년이 넘은 역사, 25번의 잼버리, 거의 대부분이 여름에 열렸습니다.
환경에 맞춰 제대로 된 대비책이 중요한 거죠.
일정 규모 이상의 국제 행사는 유치에 나서기 전 정부 심사부터 통과해야 합니다.
당연히 '새만금 잼버리'도 그랬습니다.
유치 확정 1년 전인 2016년.
정부는 개최지 적정성을 따지는 심사위원회를 열었습니다.
3월과 7월 두 번이었고, 열 개가 넘는 다른 안건과 함께 논의됐는데요.
회의 시간은 2시간 정돈데 한 건당 10분도 안 되는 거죠.
문제가 된 화장실, 샤워장 계획, 이때 그대로 통과됐습니다.
개영식이 열렸던 대집회장 공사 예산, 아예 반영되지도 않았죠.
2020년, 계획이 대대적으로 수정되는데, 총사업비,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정부가 변경 계획에 대한 간이타당성조사를 맡긴 건 2020년 10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서면 심사 두 번, 요청된 변경안 그대로 통과됐습니다.
객관적 근거 없이, 막연하게 새만금 개발 촉진을 기대한다는 효과 역시 그대로 적었습니다.
2020년에도 변경계획 심사는 졸속이고, 예산만 두 배 는 거죠.
증액 사유였던 사업들은 실행조차 되지 않은 게 많았습니다.
'세심한 배려'라는 항목으로, 화장실 비데까지 공언하며 예산 약 58억 원이 포함됐지만, 공수표였습니다.
30억 원을 배정받은 대집회장은 준공 예정일이 오는 10월입니다.
준공일이 잼버리 이후로 잡힌 공사, 여러 건 더 있습니다.
전라북도는 모든 공사는 대회 전 끝났고 원상복구와 보수 등을 위해 준공 시점만 대회 후로 설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리허설 격인 프레잼버리, 지난해 8월 예정이었는데 열리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이었는데, 세계적인 대형 행사, 미리 개최 연습을 해봤다면 어땠을까요?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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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목 기자 (o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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