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1열에 도착한 꼭 만나봐야 할 '마스크걸'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인기 웹툰 '마스크걸'이 실사 드라마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만나는 '마스크걸'은 명작으로 꼽히는 원작에 고현정, 나나가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주인공 '김모미' 역을 맡아 제작부터 화제였다. 18일 공개된 '마스크걸'은 파격적인 원작을 드라마에 맞게 각색했고, 출연진들이 높은 캐릭터 싱크로율로 웹툰을 본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매미, 희세 작가의 웹툰 '마스크걸'은 소재와 수위 면에서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원작 소개대로 "끝내주게 못생기고 끝내주게 몸매 좋은 여자" 김미모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밤에는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방송 BJ로 활동한다. 어린 시절부터 외모 때문에 놀림과 차별을 받아온 모미의 이중생활은 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극단으로 치닫는다. 사건 후에 성형 수술로 신분을 감춘 도피 생활과 수감 생활에 이르는 모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보는 이들을 충격과 암울에 빠지게 만들 정도였다.
드라마 '마스크걸'의 각색과 연출은 원작과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원작이 모미의 사연을 3부작으로 구성했다면, 7부작인 드라마는 매화마다 주요 캐릭터의 이름을 붙여 해당 인물 중심으로 극을 진행한다. 주인공과 시점이 바뀌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고 풍성해지고, 각 캐릭터가 도드라지면서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룬다. 4화의 주인공인 '김춘애'는 원작에서 모미와 적대 관계인 인물로 드라마에서는 반전을 일으키는 캐릭터로 바뀌었다. 캐릭터 각색뿐 아니라 주제 전달, 재미, 완성도 면에서 4화를 주목할 만하다.
원작의 모미는 독자가 쉽게 마음을 줄 만한 캐릭터가 아니다. 비련의 주인공이지만 성형 후의 행적을 보면 섣불리 동정할 수도 없다. 허영심에 성형 중독에 빠지고 파국을 자초한다. 원작에선 선악으로 구분할 수 없고 신경증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강력한 캐릭터로 남았다. 드라마의 모미는 원작에 비해 독기가 덜한 편이다. 인물의 성격과 상황 설정을 조정해 캐릭터에 최대한 감정이입 할 수 있도록 했다.
주인공 모미를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한 건 탁월한 선택이다. 신인배우 이한별은 성형 전 모미를, 나나는 성형 후의 모미를, 고현정은 40대가 된 모미를 연기했다. 배우 한 명이 분장하고 연기하는 것보다 세 배우가 역할 분담을 하면서 연기한 파급력이 훨씬 세다. 각각 자기애와 자기혐오, 죄책감과 동질감, 모성애를 내뿜는 세 배우의 다른 연기는 우열을 가릴 것 없이 모미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든다. 초반에 몰입을 높이는 이한별, 기세로 밀어붙이는 나나, 표정과 발성으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압도하는 고현정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크다.
여성 서사도 한층 두터워졌다. 모미와 춘애의 관계 변화뿐 아니라 교도소 장면에 등장하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들이 모미의 든든한 아군 역할을 한다. 5화 '김미모'는 모미의 딸 미모(신예서)와 친구 예춘(김민서)의 이야기를 다룬 에피소드로 10대 소녀들의 성장과 연대를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었다. 반항적인 캐릭터와 얄미우면서도 엉뚱한 캐릭터를 능숙한 연기로 소화하며 드라마 한 회차를 이끌어나가는 신예서와 김민서, 두 배우를 주목하게 될 것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용훈 감독은 '마스크걸'을 드라마적 재미가 뛰어난 작품으로 완성했다. 원작을 보지 않았어도 즐길 요소가 다분하다. 장편 데뷔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에서 피카레스크 구성의 범죄 블랙 코미디를 선보여 연출력을 인정받은 감독은 '마스크걸'에서도 장르와 어우러지는 구성, 짜임새 있는 각색, 재치 있는 대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노출과 잔혹성, 폭력성은 수위가 높은 편이다. 고자극 수단이라기보단 주제에 걸맞게 수위를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마스크걸'에서 염혜란의 연기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모미에게 집착하는 직장 동료 주오남의 엄마이자 아들의 복수를 감행하는 광기 어린 캐릭터 '김경자'를 연기했다. 3화에 처음 등장해 수많은 캐릭터를 혼자 상대하며 마지막까지 내달리는 연기 내공은 보기만 해도 후덜덜하다. 염혜란 배우가 모성애 연기에 새로운 획을 긋는 광경을 목격할 것이다. 특수 분장을 뚫고 나오는 연기 디테일은 연기 잘하는 배우의 한계를 어림짐작할 수조차 없게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이어 폭발적인 연기로 압도하는 염혜란의 연기는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웹툰 원작 드라마들 중에서 '마스크걸'은 안정적인 만듦새로 우위를 점한다. 원작과 비교에선 각색의 범위에 따른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것으로 예상한다. 화력이 센 초반에 비해 마무리가 약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화제성을 지키는 데는 성공했다. '마스크걸'의 맨얼굴이 궁금하다면 웹툰 원작과 드라마 모두 보기를 권한다. 서로 다른 매력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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