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 요양원’ 허용에 전문가들이 정색하고 반대하는 이유

김향미 기자 2023. 8. 2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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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연구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등 관계자들이 장기요양시설 임대 허용 추진에 반대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노인 요양시설(요양원)의 사업자 요건 중 ‘건물·토지 소유 의무’를 풀어 ‘임차 요양원’을 허용하려 하자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임차 요양원이 허용되면 요양원을 쉽게 열고 쉽게 닫을 수 있어 결국 노인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이유다.

한국노인복지학회,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한국장기요양학회, 한국건강형평성학회, 한국사회보장학회 등 19개 보건·복지학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은 시설 난립·폐업 증가로 노인들의 주거권이 침해되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7일 보건복지부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도심 등 일부 지역에서 ‘임차 요양원’을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10인 이상 노인이 거주하는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하려면 토지 및 시설을 소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임차 요양원’이 허용되면 쉽게 요양원을 짓고 쉽게 문을 닫는 사례가 빈번해져 노인들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현주 한국노인복지학회 회장(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기자와 통화에서 “굉장히 많은 요양시설이 시장에 들어올 것인데 월세가 밀린다든지 (모기업의) 재정이 악화하면 쉽게 폐업을 하게 되고 그러면 거기 머무르던 어르신들은 갈 데가 없게 된다”고 했다.

2012년 영국에서는 사모펀드가 만든 요양시설 체인(750곳 보유) ‘서던 크로스’가 파산하면서 노인 3만여명이 갑자기 시설에서 나가야 했다.

전용호 사회복지학회 부회장(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기 진입 비용이 낮아져 금융자본의 투기성 요양시설 설립·매매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요양서비스가 돈벌이 수단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도 장기요양기관의 83.6%는 개인이 운영한다. 정부는 요양기관 설립 등은 이미 시장에 맡겨 놓고 관리·감독만 한다. 보건·복지 학계는 정부가 장기요양기관 시장화의 폐해를 줄이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또 성명에서 “노인요양은 시설보다는 재가 서비스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며 “정부가 시설의 과대 공급을 유인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입소인원과 입소기간을 늘리려는 시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서울 지역 같은 경우 시설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2만4000명(중증) 정도 계신 데 시설 정원은 1만6000개에 불과하다”며 “특히 새로운 (교육·경제수준이 높은) 베이비부머 같은 분들이 지역 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임차 (요양시설)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호 교수는 “서울에서 공급이 부족한 곳은 지대가 높은 용산과 강남 3구밖에 없다”며 “일부 지역에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 전체 요양서비스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인복지학회,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는 오는 28일 국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연다. 남현주 교수는 “보건·복지학회들이 복지 이슈에 이렇게 한목소리를 내는 건 이례적인데 그 만큼 우려가 큰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한 저희도 계속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 “요양원 임차 허용은 돌봄 시장화”···‘깜짝’ 공청회에 오간 고성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7191548011


☞ 4년 뒤 노인장기요양수급자 145만명…재가급여 인상하고 요양보호사 돌봄인원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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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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