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이렇게 던지는거야", RYU 명품 투구에 100마일 강속구는 '쥐구멍'을 찾았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현존 최강의 제구력 투수임을 부인하기 더욱 힘들어졌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여 간의 재활을 미치고 돌아온 그가 평균 90마일도 안 되는 '느린 공'을 가지고도 살아남으려 하는 건 바로 제구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류현진은 21일(이하 한국시각)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4안타 2실점(비자책)의 호투를 펼치고 10대3 승리를 이끌었다.
1회를 12개의 공으로 삼자범퇴로 요리한 류현진은 5-0으로 앞선 2회말 수비 실책 2개가 겹치면서 2실점했다. 선두타자 스펜서 스티어에 3루 강습 내야안타, 1사후 크리스티안 엔카니시온-스트랜드를 우전안타로 내보내 1,3루에 몰린 류현진은 노엘비 마르테를 좌익수 뜬공으로 잘 처리했다. 그러나 3루주자 스티어의 홈 쇄도를 막기 위해 좌익수 돌튼 바쇼가 던진 공을 커트한 3루수 맷 채프먼이 1루주자의 2루 진루를 막기위해 던진 것이 우중간 외야로 빠지면서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당연히 류현진의 책임이 없는 비자책점이다.
이어 TJ 프리들이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실책으로 출루해 한꺼번에 무너질 뻔했지만, 류현진은 후속 루크 메일리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리고 3회부터는 별다른 위기없이 제 임무를 충실히 소화하며 5회까지 책임졌다.
이날 류현진의 직구 스피드는 최고 89.6마일, 평균 87.4마일로 복귀 후 평균 구속인 88.7마일에 1.3마일이나 미달했다. 하지만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코너워크와 다채로운 완급조절을 통해 신시내티 타선을 무력화했다.
속도가 95마일 이상, 즉 하드히트 타구는 2회말 스티어의 내야안타와 메일리의 우익수 플라이 2개 뿐이었다. 평균 타구 속도는 84.6마일로 이전 3경기 평균 87.4마일보다 훨씬 느렸다.
MLB.com은 '류현진이 완벽하게 돌아왔다(Hyun Jin Ryu is all the way back). 오늘 경기는 전성기의 류현진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다른 투수들처럼 빠른 강한 공을 던지지도 않고 감탄을 자아내는 구위를 갖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그는 영리하다. 상대 타자의 스윙과 욕심을 누구보다 잘 읽기 때문에 젊고 공격적인 타자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투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구력과 타자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 완급조절이 발군이라는 뜻이다. 이게 바로 '빈티지 류(Vintage Ryu)'다.
상대 선발 헌터 그린(24)이 최고 100.3마일, 평균 98.4마일의 강속구를 던지고도 3이닝 10안타 3볼넷 9실점으로 붕괴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뤘다. 그린은 엉덩이 부상에서 벗어나 2개월 만에 갖는 복귀전이었다.
그린은 현역 선발투수 가운데 공이 가장 빠르다. 이날도 100마일 이상 2개를 포함해 99마일 이상의 공을 16개를 던졌다. 하지만 토론토 타자들의 배트에 정확히 맞아나갔다. 그린은 1회초 1사 3루서 브랜든 벨트에 이날 가장 빠른 100.3마일(161㎞) 직구를 던졌으나, 땅볼이 2루수 실책으로 외야로 흘러 3루주자가 홈을 밟아다. 2회초 무사 3루서 또다시 벨트에 던진 99.4마일 직구는 우월 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그린이 내준 타구 17개 중 하드히트는 무려 11개였다. 2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친 내야안타의 속도는 110.2마일로 이날 가장 빨랐다. 그린이 류현진의 투구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 지 짐작이 간다. 그린은 패전을 안아 시즌 2승5패, 평균자책점이 3.93에서 4.72로 악화됐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 타자들이 매우 공격적일 거라고 생각해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했다. 그게 오늘 경기의 키포인트다. 초반에 타자들이 많은 점수를 뽑아줘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MLB.com은 '토론토 로테이션이 개막전 선발투수의 몰락에도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건 믿기 어렵지만, 류현진이 많은 사람들이 스트링트레이닝 때 기대했던 것보다 빨리, 그리고 안정적으로 돌아왔다'고 논평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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