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악화 속 기준금리 인하·지방채무 조정 나섰지만…시장 기대에는 못 미쳐
경제 악화 우려 속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두 달만에 다시 일부 인하하고,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지방 정부 채무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특별 재융자 채권을 발행키로 했다. 각종 경제지표 악화 속에서 유동성을 확대하려는 경기 부양책의 일환이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민은행은 1년 만기 LPR을 3.55%에서 3.45%로 0.1%포인트 인하한다고 21일 밝혔다. 인민은행은 지난 6월에도 1년 만기 LPR과 5년 만기 LPR을 각각 0.1%포인트 인하했었다. 다만 이번달에는 5년 만기 LPR을 동시 인하하지 않고 4.2%의 종전 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LPR은 명목상 시중은행의 대출 동향을 취합해 발표하는 것이지만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1년 만기 LPR은 일반대출의 기준이 되고,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된다.
이번달 인민은행의 LPR 인하는 이미 예상돼 온 것이다. 지난달 생산과 소비, 물가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된 데다 최근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채무불이행 위기가 부동산 시장을 넘어 금융권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앞서 지난 15일에도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와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 인하해 시장에 6050억위안(약 11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은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지방 채무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1조5000억위안 규모의 특별 재융자 채권 발행을 허용키로 했다. 21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인민은행·금융감독관리총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화상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르면 톈진·구이저우·윈난·산시·충칭 등 12개 성(省)·시(市)·자치구가 특별채 발행 대상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선 것이지만, 시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4월 말 현재 지방정부 채무 잔액이 37조위안(약 6644조원)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공식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숨겨진 지방정부 부채’는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숨겨진 부채를 포함해 중국 지방정부의 총부채가 약 23조달러(약 3경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당장 이번 LPR 인하 폭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 조사를 토대로 인민은행이 이번달 1년 만기 LPR을 0.1∼0.15%포인트 낮추고, 5년 만기 LPR도 0.1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특히 인민은행이 5년 만기 LPR을 동결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달 5년 만기 LPR도 인하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당국이 결국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이는 당국이 금리 인하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을 우려하는 동시에 부동산 시장 부양에 신중함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전문 매체 포렉스라이브의 이코노미스트 이먼 셰리던은 “5년 만기 금리를 전혀 인하하지 않은 것은 충격적”이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당국이 놀랍게도 5년 만기 LPR을 유지했다”면서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고 주택 구매자의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높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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