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목적인데 ‘너클’ 끼고 상상초월 폭행?…살인 고의성 명백”

이혜영 기자 2023. 8. 2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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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미필적 고의’ 아닌 ‘확정적 고의’…최씨, 죄책감 없는 모습”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최아무개씨가 8월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출근 중이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서울 신림동 등산로 사건 피의자가 애초에 성폭행만이 아닌 살인까지 염두에 두고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폭행을 목적으로 '너클'을 구매한 뒤 범행했다는 피의자 진술과 배치되는 것으로 경찰은 살인 고의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신림 강간살해 피의자 최아무개(30·구속)씨가 '살인' 목적을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했다. 

승 연구위원은 최씨의 범행에 대해 "피해자는 양손에 낀 범인의 너클로 머리 주변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폭행 당했고 그 폭행에 의해 현장에서 심정지가 올 만큼의 충격을 받은 것"이라며 "이것은 '미필적 고의'가 아니라 '확정적 고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필적 고의는 '만약 너클을 갖고 사람을 때려서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 '그래도 하는 수 없어' 정도의 느낌이면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이와 다르다고 진단했다. 

공격용 무기를 미리 준비하고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잔혹 폭행, 결국 사망에 이르도록 한 최씨의 범행이 성폭행만을 노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승 연구위원은 이어 "너클은 호신용 물건이 절대 아니다"며 "공격용 무기"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너클) 앞이 빼쭉빼쭉한 이유가 뭐겠나. 공격하기 위한 용도고 그래서 너클로 피해자를 공격했다면 넉넉하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고도 남는다"며 "만약에 판사가 '이 사람은 미필적 고의가 없어, 강간치상이야, 치사야' 이렇게 얘기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걸 갖고 사람을 정신을 잃을 정도로 폭행 했다는 건 분명 과잉"이라며 "이 부분을 경찰과 검찰에서 밝혀야 한다"고 했다. 

승 연구위원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그렇고 이번 근린공원 사건 최씨도 피해자를 완전히 정신 잃게 하고 성폭행을 하겠다는 의도를 이야기 하는데 보통은 피해자가 완전히 정신을 잃을 때까지 폭행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강간살해범 최아무개(30)씨가 8월17일 범행 전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캡처

승 연구위원은 최씨의 범행 전후 모습에서 죄책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인격성 장애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최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과정에서 보인 태도에 대해 "보통 사람이 진짜 사과를, 마음에 아픔이 있으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렇게 얘기하지 (딱딱한 어조로) '죄송합니다' 이렇게 얘기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음에 죄책감이 없는 모습"이라며 "그 안에 있는 마음이 전혀 영혼이 담기지 않는 목소리"라고 평했다. 

승 연구위원은 최씨가 평범한 복장에 슬리퍼를 신고 대상을 물색하며 차량 뒤에 몸을 숨기고 산책로 입구를 반복적으로 살피는 모습, 머리를 긁적긁적 하거나 거울을 보는 등 범행 직전 보인 여러 행동에 대해서도 "소스라치게 놀랐다"며 "그냥 평상시 모습인데 주머니에는 흉기, 너클이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엄청난 범행을 앞두고 있지만 당시 복장이나 걸음걸이, 태도 등은 지극히 평범했고 영장심사 출석 과정에서도 반성이나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승 연구위원은 이를 종합할 때 "인격 해리성 장애 같은 느낌"이라며 "전혀 앞뒤가 분간이  안되고 천지가 분간 안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거듭 "도대체 왜 (최씨가) 이런 과잉적인 폭행을 통한 성폭행을 하려 했는지에 대해 분명히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 연구위원은 "범인을 살펴보니 매일매일 PC방에 갔고, 포렌식을 하니 나와 있는 건 음식 배달한 것밖에 없고 친구들하고 통화한 것은 극히 드물다. 단절돼 있는 모습"이라며 사회적 교류가 거의 없었던 상황이 범행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최씨가) 혼자 자기 성을 분명히 쌓았을 것 같다"며 "PC방 뿐 아니라 집에 있는 PC도 확인해 부적절하거나 불필요한 영상을 봤다면 그런 부분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 번 보는 게 아니라 한 3년, 4년, 계속 24시간 중에 20시간 이상 그런(성폭력물을 비롯한 부적절한) 영상만 봤으면 분명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그런 것이 과잉 공격의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는 것,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최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8월18일 오후 전날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둘레길 모습 ⓒ 연합뉴스

관악경찰서는 전날 최씨의 혐의를 성폭력처벌법상 강간등상해에서 강간등살인으로 변경했다. 경찰은 범행 당시 상황을 정밀히 재구성하고 이전 행적을 분석해 성폭행뿐 아니라 피해자 A씨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는지 규명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A씨는 최씨 영장심사가 끝난 직후인 20일 오후 3시40분께 끝내 숨졌다. 

최씨는 지난 17일 오전 관악구 신림동 한 공원과 연결된 야산 내 등산로에서 A씨를 무차별 때린 후 성폭행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최씨가 범행 4개월 전 금속 재질 흉기인 너클을 구매한 점, 금천구 독산동 집부터 신림동 야산 등산로까지 2시간 가까이 도보로 이동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점, 피해자를 뒤따라가 폭행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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