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의 마지막 서식처’ 금호강 팔현습지 망치는 공사 중단해야”…환경단체 등 반발
대구 도심의 하천 습지에서 이뤄지는 산책로 공사 등에 대해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멸종 위기종이 다수 발견된 생태 보호구역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공사주체 측은 조사해 볼 문제라는 입장이다.
환경단체 등이 연대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동구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야생동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다양한 멸종 위기종들이 대거 서식하고 있는 도심 속 습지에 공사가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산책로가 완공되면 이용객들이 늘어 야생동물의 생존 및 서식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대책위는 공사 예정지가 하천과 수변부, 육상, 산지의 절벽에 이르는 구간으로 지금까지 ‘인위적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곳으로 분석했다. 생태계의 횡적 연속성이 유지돼 온 만큼 수리부엉이 등 상위 포식자까지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전문가들도 생태계의 전체 구조가 매우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공사를 강행하면 야생동물을 내쫓게 되고 생태 회복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산책로 조성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에 팔현습지에 서식하는 법정보호종 9종 가운데 6종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조사를 통해 얼룩새코미꾸리·수리부엉이·담비·수달·삵·원앙·남생이·흰목물떼새·황조롱이 등의 존재가 확인됐지만, 평가서에는 수달 등 3종만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는 팔현습지에 대한 면밀한 생태조사와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는 “이날 오전에도 고라니와 수달의 배설물이 확인될 정도로 이곳은 야생동물의 마지막 남은 피난처라고 볼 수 있다”면서 “생태를 보호해야 할 환경부가 앞장서 도심에 남은 자투리땅까지 개발하겠다는 건 잘못된 처사”라고 말했다.
앞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 모두 281억원을 들여 수성구 매호동에서 동구 효목동 인근 금호강까지 약 3.9㎞ 구간에 제방구축 등의 하천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현재 공정률은 10% 정도이다.
환경청은 약 1.5㎞의 자전거 도로 및 산책로도 개설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공사 예정지가 멸종 위기 야생동물의 서식처라며 반발한 반면 인근 주민들은 산책로 개설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환경청은 계획 변경을 이유로 산책로 공사를 잠정 중단했고, 현재 공사 설계를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환경청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보다 교각을 적게 건설하고 어류 이동통로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제방 건설 공사는 다음달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멸종 위기종의 집단 서식 여부 등은 전문가 의견을 듣고 판단할 문제”라면서 “환경단체 등과 소통해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 방향으로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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