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의 IT프리즘]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통신서비스의 미래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작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통신시설이 망가진 가운데 저궤도 위성인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 단말기를 통한 인터넷이 전시 작전 수행에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전쟁과 재난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저궤도 위성이 큰 역할을 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인공위성은 크게 저궤도(300~1500km), 중궤도(8000~1만2000km), 정지궤도(3만6000km 이상)로 구분된다. 정지궤도 위성은 다른 인공위성처럼 지구 주변을 공전하지만 항상 같은 곳에서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지구와 멀리 떨어져 공전하기 때문에 커버리지는 넓지만 통신 속도는 느리다. 반면, 저궤도 위성통신은 지구와 가까이 공전해 통신 속도는 빠르지만 커버리지는 좁다.
또한 정지궤도 위성의 경우 무게가 1톤이 넘고 크기도 5m 이상이기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들고 먼 거리까지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 안테나와 많은 전력이 필요하지만, 반면 저궤도 위성 크기는 2m 이하가 대부분이며, 30cm 길이의 소형 위성도 개발되고 있다. 이에 더해 저궤도 위성 발사 비용도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의 지연율은 0.025초로 정지궤도 위성(0.5초), 해저광케이블(0.07초) 대비 현저히 낮다. 이렇게 낮은 이유는 지상에서 가까운 낮은 궤도에서 움직이며 전파 왕복 시간이 짧아 손실도 적기 때문이다.
이처럼 효율적인 송수신 성능, 소형화・경량화, 저렴한 비용 등을 갖춘 저궤도 위성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정지궤도 위성을 통한 음성 및 저속 데이터 서비스가 주류였으나, 최근 저궤도 군집 위성을 통한 고속 데이터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전쟁, 재난 시는 물론 유선망, 지상 이동통신 기지국으로는 통신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산간, 도서 지역 등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저궤도 위성통신은 커넥티드카 서비스와 6세대(G) 통신 시대에 필요한 핵심 기술로 UAM(도심항공교통)이나 자율주행 차량에 활용될 수 있다. 5G에선 지상의 기지국만으로 통신이 가능했지만, 6G는 기지국만으로는 커버하기 어려워 지상망과 위성통신 간 연결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저궤도 위성통신에 가장 앞서가는 기업이 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X이다. 2019년 이후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저궤도 통신 위성 ‘스타링크’는 4500개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활성 위성의 절반이 넘는다. 스페이스X는 2027년까지 1만 2000여 개의 통신위성을 운영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장기적으로 4만 2000개의 위성을 띄워 지구 곳곳에 끊김 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한국에서도 위성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선 스페이스X의 한국 자회사인 스타링크코리아의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완료했다. 즉, 스타링크코리아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와 위성 사물인터넷서비스(IoT) 제공을 목적으로 2023년 1월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신청했고,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제6조에 따라 재정 및 기술적 능력, 이용자 보호계획 등 등록 요건을 검토한 후 5월 12일 등록을 완료했다.
그러나 국제 위성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기간통신사업 등록 외에도 기간통신역무의 국경 간 공급(cross-border supply of telecommunication service) 협정의 체결과 이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기간통신역무의 국경 간 공급이란 국내에 사업장을 두지 아니하고 국외에서 국내로 기간통신역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역무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는 같은 기간통신역무를 제공하는 국내의 기간통신사업자와 기간통신역무의 국경 간 공급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여야 한다. 이에 미국 스페이스X는 한국의 스타링크코리아와 기간통신역무의 국경 간 공급협정을 체결하고, 과기정통부에 협정 승인을 요청했다. 과기정통부는 서비스의 안정적인 제공 가능성,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 보호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여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데, 당초 예상보다 늦은 2023년 하반기에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럼 과연 저궤도 위성통신이 기존 통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스타링크의 강점은 오지에서도 통하는 빠른 인터넷이지만 한국의 인터넷에 비해 가격은 높고 속도는 느린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비행기 내 와이파이 사업이나 선박 간 통신 등 기업 간(B2B) 영업을 제외하면 유무선 통신망이 잘 갖춰진 한국에서는 큰 영향을 끼치기는 쉽지 않다고 할 것이다. 또한 악천후 등 기상 환경, 건물이 밀집된 도심 및 지하 공간, 건물 안 등에서는 위성과의 직접 연결을 통한 통신 제공이 어려워 도심 권역에 밀집 거주하는 국내 환경에는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지상 통신망의 보조재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 내 위성 사업자와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기존 이동통신 단말기를 이용한 위성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정지궤도 위성용 별도 단말기가 아닌 이용 중이던 스마트폰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기존 이동통신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위성-스마트폰 직접 통신 도입 시에는 여러 효과가 기대된다. 먼저 인구 기준 커버리지 99.9% 수준을 더욱 발전시켜 국토 면적 기준도 음영지역 제로화(Mobile Dead Zone Zero)를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예상하기 어려운 화재, 지진 등으로 인한 이동통신 서비스 중단을 원천적으로 방지하여 국민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강원도 고성 산불로 이통3사 기지국이 전소된 사례 등과 같이 극한 상황에서도 서비스 중단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국도 저궤도 위성 기술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글로벌 기업에 의한 국내 위성통신 시장 잠식을 방지하고, 기간통신망의 해외 위성통신 의존을 탈피하기 위해 국내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특히, 위성과 연계된 6G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지만, 현재 한국 기업은 기술력과 우주검증이력 측면에서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정부는 5,700억원 규모의 6세대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을 추진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에 탈락했고 올해 7월 다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향후 위성망-지상망 통합/연동 기술을 확보하는 등 위성기술에서 앞서 있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위성기술 및 서비스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저궤도 위성 지원 주파수의 경우 국내 위성통신 용도로 분배되어 있지 않은 만큼, 미국 FCC와 같이 실험용 허가 필요하다. 미국 SpaceX(T-Mobile), AST(AT&T)는 FCC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국내도 상용화전 실험국 운용을 통해 기존 서비스와의 간섭 등 기술적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전 세계적으로 위성을 사용하는 통신서비스가 임박해 있는 만큼 한국도 위성통신 관련 정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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