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문가 연봉 몇억씩 준다는데…문과인 우리들은 ‘이생망’인가요 [미라클레터]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교. 한 번쯤 들어보셨죠? ‘의대’로 유명한 대학이에요. 국내외 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유능한 의사를 소개할 때 ‘존스홉킨스대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많이 따라붙습니다.
실제로 존스홉킨스대는 미국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입니다. 지금까지 노벨상은 총 29명이 받았는데요, 이 중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25명에 달합니다(여기).
존스홉킨스대학이 최근 신규 교수 110명을 채용한다고 발표했어요. 이 교수들은 신설되는 연구소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연구소의 이름은 미정인데, 가르치는 학문은 정해졌습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에요. 존스홉킨스대 교수 수가 1500여명 인만큼, 10%에 가까운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것으로 보여요. 엄청난 투자입니다. 존스홉킨스대는 왜 이 같은 투자를 하는 것일까요.
AI 시대라고 합니다.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인재’입니다. AI 전문가들의 몸값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인데요, 업계에서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AI 인력은, 나아가 SW 인력은 왜 항상 부족한 것일까요.
이번 레터에서는 AI 업계에 몸담고 있는 개발자, 스타트업 대표, 비개발자 분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AI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많은 분을 만나고 통화했는데요, 대화체로 풀어나가는 게 이분들의 이야기를 있는 현장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제가 만나고 통화한 분들의 이야기가 업계 전반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커버하기는 힘들 거예요. 다른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이번 레터 시작하겠습니다.
AI 스타트업 대표(대표1) 미국서 스타트업 창업한 대표(대표2) 대기업에서 AI개발하는 연구원(연구원) AI 스타트업의 비 개발자 직원(비개발자) : 반가워요.
원 기자 : 7일 오전에 미국 구인 구직 사이트에서 AI 엔지니어, 머신러닝 엔지니어 연봉을 살펴보다가 ‘현타’가 왔습니다. 평균 18만달러(2억3600만원)이네요. 한국은 8만 달러(1억500만원)고요(여기). 연봉이 상당하네요.
대표 1 : 케이스 바이 케이스에요. ‘AI 개발자’도 여러 분야로 나뉘거든요.
대표 2 : 상위 1%에 해당하는 AI 개발자 연봉은 100만 달러가 넘어요. 미국의 인플레이션, GDP(8만 달러)가 높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상당한 수준이죠. 한국은 그에 비하면 조금 낮은 편이고요. 전 미국 연봉이 너무 높아서, 한국에도 법인을 설립했어요.
원 기자 : 그런데도 사람이 없어요? 제가 하면 안 될까요? 지난해 말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개발자들이 많이 나왔다고 하는데, 그래도 AI 전문가가 부족한가요?(기사)
연봉이 2억인데, 사람은 없다
대표 1 : 구조조정 당한 사람 중 개발자들은 다른 직장을 찾았을 거예요. 그런데 그 인원을 고려해도 업계는 부족하다고 해요. 그러던 중 변화가 생겼는데 바로 챗GPT에요.
대표 2 : 동의합니다. 챗GPT 등장으로 AI를 활용해 ‘매출’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예요. AI가 ‘매몰 비용’에서 ‘투자 비용’으로 전환됐죠. 큰 변화입니다.
연구원 : 기초과학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 연구가 돈이 되겠는데? 응용과학으로 넘어갈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게 된 시기라고 해야 할까요.
원 기자 : 그런데, 챗GPT의 등장이, 그러니까 생성형AI의 등장이 AI 인력 구조에 영향을 미쳤나요. 전 그게 궁금해요.
대표 1 : 당연하죠. AI를 연구만 하다가 이제 비즈니스로 넘어간다고요. 2017~2019년에는 AI Researcher 수요가 많았죠. 제 생각에는 이 기간 몸값이 주춤했다고 봐요. 지금은 AI 엔지니어 중에서도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아요. AI로 서비스를 제공해보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본 사람을 기업은 원합니다.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부족하죠(기사).
대표 2 : 최근 프롬프트 엔지니어 수요가 많다고 하죠(기사). 미국에서는 연봉 4억을 주면서 사람을 찾는 기업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AI 조련사라고도 불려요. 3~4년 전과 확실히 달라진 거죠. 기존에는 없던 분야잖아요.
대기업 개발자 : 따라서 저는 오히려 코딩을 못 해도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봐요. 이제는 연구가 아니라 활용해야 하는데 코딩 능력 보다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알고, 창의적이고, 그런 분들이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처럼요.
비개발자 : 제게도 기회가 생긴 걸까요.
대표 2 :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해본 사람이 없으니 전문가는 당연히 부족해요. 프롬프트 엔지니어도, 언젠가는 몸값이 떨어질 거에요. 즉 10년 뒤에도 AI 전문가는 부족할 거예요.
대표 1 : 당연한 걸 물어보셨잖아요. 일단 제가 낸 숙제 하셨나요. 2000년 이후 ‘SW 인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언제 많았는지 말이에요.
원 기자 : 네. 기사 검색을 해봤어요. 2002~2003년, 2010~2012년, 그리고 2015년, 2016년, 최근에 다시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대표 1 : 2000년대 초반에는 이공계 기피 현상과 함께 IT 시대를 이끌어갈 사람이 없다, 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10년 이후에는 스마트폰의 성공과 함께 “우리는 왜 아이폰을 ‘먼저’ 만들지 못했나”라는 말이 나왔죠. 그 이유는 “SW 개발자가 없다” “SW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어요.
대표 2 : 2011년에는 삼성이 ‘소프트 드리븐 컴퍼니’가 되겠다고 선언하면서 SW 인력 확충에 나섭니다. 개인적으로는 삼성이 움직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 생각해요.
대표 1 : 2015년도에는 정부가 ‘SW 중심사회’를 주창하면서 초등학교 때 SW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죠.
원 기자 : 2016년은 알아요! 알파고였죠.
대표 1 : 이때부터는 SW 개발자보다는 ‘AI 개발자’ ‘AI 연구원’이라는 표현을 썼죠. ‘한국판 알파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학이 AI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등 여러 주장이 나왔고요. 20년 동안 떠들었지만 우리 사회는 한 번도 SW 인력이 넘친 적이 없어요.
연구원 : 고급 인력은 부족해요. 심지어 이제 코딩은 챗GPT가 해주는 시대가 됐잖아요. 모든 분야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숙련된 고급 인재는 항상 없어요. 2018년도에도 그랬고(기사), 2019년도에도 그랬어요(기사). 미국만 부족할까요? 중국도 부족하고(기사) 인도도 부족해요(기사).
사물과 대화하는 미래... 언어는 코딩
원 기자 : SW가 정말 중요한가요?
연구원 : 컴퓨터와 대화를 하는 시대에요. 컴퓨터와 의사소통해야 하죠. 영어를 배우듯, 그들의 언어인 코딩을 알아야죠. 그래야 대화할 수 있으니까요.
원 기자 : 당장 학원 다녀야겠네요.
대표 1 :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나요. 코딩 몰라도 잘 먹고 잘사는 사람 많아요. 3개월 속성반, 6개월 속성반 하면 기계적인 인력은 나올 수 있어도 우리가 원하는 창의적인 인재가 나오기 힘들어요.
대표 2 : 전 생각이 달라요. ‘삽질’을 직접 해보는 게 SW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SW가 이런 거구나, 느끼고 나면 ‘개발자 괴롭히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 생각만 해도 우리 사회가 SW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고 생각해요.
비개발자 : 인식은 많이 변한 것 같긴 해요. 옛날에는 프로그래머, 라고 하면 머리 안 감았을 것 같고, 찢어진 흰 티에 회색 츄리닝 바지 입고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댄디한 느낌이 떠올라요. 연봉이 높아서 그런가.
대표 1 : 근무 환경은 글쎄요. 나아지긴 했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다 같이 나아진 거지, 특히 우리 분야만 더 나아졌다고 보지 않아요. 자동차, 정유사, 화학사 들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근무 환경은 다 나아졌죠.
대표 2 : 어찌됐든 앞으로 SW 수요는 더 늘어날 겁니다. AI는 이제 IT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니까요. 의료, 자동차, 은행... 전 분야로 퍼질 거예요. 이제는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지 고민해야겠죠.
대표 1 : 어쩔 수 없죠. 재미없는 얘기니까요. AI의 흐름을 쫓아서는 절대로 고급 인력이 될 수 없죠. 챗GPT가 이렇게 뜰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나요. 인재 만드는 방법은 딱 하나라고 봐요. 모든 지식 전반에 AI를 넣는 거예요.
원 기자 : 이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에요?
대표 1 : 존스홉킨스대가 하려는 게 바로 그거에요. 챗GPT가 유행한다고 생성형AI 전문 인력만 양성하면 급변하는 세상에서 이들의 몸값이 유지될 수 있겠어요? AI, 나아가 SW에 유연한 인간을 만드는 거죠. 그게 바로 존스홉킨스대가 하려는 거예요(존스홉킨스대가 하려는 것).
연구원 : 동감합니다. 개발자를 뽑아보면 극명하게 나뉘어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발자, 자기가 하던 것만 하는 개발자. 환경에 적응하는 개발자를 만들려면 저런 교육이 필요합니다.
원 기자 : 저런 교육이 뭔데요 대체. 저도 좀 받아봅시다.
대표 2 : 존스홉킨스대는 AI, 데이터 교수를 뽑고 연구소를 만든다고 발표하면서 이런 말을 해요. 신경과학, 정밀의학, 기후, 사회과학, 인문학 등 전 분야에 데이터의 적용, 수집 등을 전파한다고요. 새롭게 만드는 연구소가 대학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한다는 거죠.
대표 1 : 말 그대로 학문을 배우고 연구할 때 AI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거죠. 의학을 전공하는 분이 AI의 적용을 보고 참여한다면 이분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의학연구에 AI를 적용해 본 개발자도 마찬가지고요. 모두에게 ‘윈윈’이죠.
연구원 : MIT가 1조원을 들여 설립한 ‘MIT 스티븐 슈워츠먼 컴퓨터대학(홈페이지)’과 비슷하죠.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계 학생들이 써야 하는 ‘언어’로 ‘AI’를 이야기하는 곳이에요. MIT의 첫 단과대죠. MIT 총장이 이런 말을 했어요. “모든 전공 학생이 AI라는 언어를 배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이죠(기사).
대표 2 : MIT와 존스홉킨스대의 도전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AI 전문가는 부족할 겁니다. 하지만 저들은 더 나은 인재가 되어 세상으로 뛰쳐나올 거예요. 우리도 저런 교육이 필요해요.
원 기자 : AI시대를 준비한다고 제가 이 나이에 수능을 다시 볼 수 없잖아요. MIT나 존스홉킨스대학에 가는 것은 불가능하고요. 대체 뭘 해야 할까요.
대표 1 : 말씀드렸다시피 꼭 AI 배우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점점 도태될 뿐이죠. 하하하.
원 기자 : 저도 프로그래밍 해봤어요. HTML과 CSS 정도는 다룰 줄 아는데요. 뭘 더 배워야 하죠?
연구원 : 뭐라고요? 하하하하
대표 1 : 하하하하하
대표 2 : 하하하하하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대표 1 : 정말 AI시대에 살아남고 싶다면 관련 책을 가볍게 읽어 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시중에 AI 관련 책들이 가득하니까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면 C언어나 파이썬 등을 배워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원 기자 : 결국 학원 다니라고요?
대표 2 : 학원 안 다녀도 돼요. 유튜브에 얼마나 좋은 동영상이 많은데요. 서점에서 관련 책 하나 구입해서 하루에 30분씩 따라 해봐요. 익숙해지면 자신이 하는 일에 적용해볼 수 있고, 기자니까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서 ‘특종’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연구원 : 문과 출신 개발자 후배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뒤늦게 컴퓨터에 빠져 살았더라고요. 실력이 엄청났죠. AI 관련 박사와도 지지 않고 대화할 수준이었으니까요. 결국 ‘재미’가 답 같아요. 컴퓨터에서 재미를 찾는 거예요.
대표 1 : 공감합니다. 스마트폰, 얼마나 활용하고 계세요? 통화, 카톡, 촬영. 이거 말고 안 하시죠? 스마트폰부터 활용해보세요. AI 비서에게 말도 걸어보고 매뉴얼을 펴놓고 몰랐던 기능을 하나하나 실행해보세요. 모두가 AI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우리 주변의 전자기기와 친해지기만 해도 전 AI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고 생각해요.
대표 2 : 맞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해보셨어요? TV에 연결할 때 HDMI를 선택하죠. HDMI가 뭐지? 궁금해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가끔 ‘외부입력’을 누르면 이상한 화면이 뜨기도 해요. 그럼, 외부입력은 뭐지?하고 찾아보세요. 스마트폰과 TV를 연결해 보셨어요? 연결해서 이것저것 눌러보세요. 요상한 단어가 뜨면 찾아서 읽어보고요.
🤨연구원 : 새로운 SNS 플랫폼이 나오면 가입해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기능을 실행해 보세요.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전자기기가 꽤 많을 거에요. 한 번 연결해보고 원격으로 작동시켜 보고... ‘난 옛날 사람이야’라고 신문이나 책을 찾지 말고 ‘e북’을 사서 책을 다운로드 받고 읽어보세요. 이 모든 일이 AI와 친해지는 방법입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이것저것 해 보세요. AI시대에 적응력 있는 인간으로 거듭날 것이라 믿습니다.
자바도 모르고, 파이썬도 모르고, HTML을 ‘프로그래밍’이라 생각했던 저는 작금의 변화가 너무 두려웠거든요. “HTML도 프로그래밍 언어 아니야?”라는 제 말에 한쪽 입꼬리가 실룩거리며 올라간 AI 개발자의 표정을 잊지 못합니다(가만 안 두겠습니다).
우리는, 컴퓨터를 모르는 우리는, 비전공자인 우리는 뭘 해야 AI시대에 생존할 수 있을까요.
AI와의 공존은 불가피한 일이 되었습니다. 모두 AI 개발자가 될 수는 없어요. 그러니 전문가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AI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조언을 해줬습니다.
조언을 새겨듣고 아내에게 “플레이스테이션 사자”라는 말을 해보려 합니다. AI시대에 적응은 필수니까요.
또한 미라클레터도 구독자님들의 옆에서 AI시대에 적응을 도울 수 있는 글을 써나가겠습니다.
이번 주는 휴일이 껴 있습니다. 휴일을 생각하며 힘든 월요일, 기분 좋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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