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만에 돌아온 투수라고?"…놀라지 마라, 류현진은 이미 7%의 기적도 일군 불굴의 에이스다
[OSEN=조형래 기자]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온 류현진(36)이 나날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물론 구위에서는 평균적인 메이저리그 투수들에 비해 한참 못미친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제구력과 커맨드를 바탕으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류현진은 또 한 번의 기적을 쓰고 있다.
류현진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83구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점) 쾌투를 펼치며 팀의 10-3 대승을 이끌었다. 류현진은 시즌 2승을 달성했다.
이날 류현진은 지난 8일 부상으로 강판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4이닝 무실점)부터 14일 시카고 컵스전(5이닝 2실점 비자책점)에 이어 3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 14이닝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갔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89까지 끌어내렸고 타선이 일찌감치 홈런 5방을 터뜨리는 등 화력을 지원해주면서 2승을 손쉽게 달성했다.
포심 38개 체인지업 18개 커브 16개 커터 11개의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89.6마일(144.2km), 평균 구속은 87.4마일(140.7km)을 기록했다.
포심의 구속은 낮았지만 류현진은 구속보다 더 중요한 게 커맨드와 제구력, 완급조절과 볼배합 이라는 것을 알렸다. 투구의 정석을 보여줬다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신인급 선수들이 많은 신시내티 타자들의 특성을 알고 볼배합을 펼친 게 주효했다. 아울러 커브 활용도를 극대화 해서 위닝샷으로 활용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신시내티 타자들이 공격적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볼카운트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게 오늘 경기의 주요 포인트였고 이를 제대로 수행했다”라고 설명하면서 “오늘 나의 커브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다”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현지 언론들도 극찬 일색이다. ‘토론토 스타’의 마이크 윌너 기자는 자신의 SNS에 ‘류현진은 최근 14이닝 연속 비자책점 호투를 펼치고 있다”라며 “토미존 수술에서 14개월 이상 재활을 한 선수가 이렇게 훌륭한 제구력과 커맨드를 보여주는 게 놀랍다. 보통 그런 것들은 가장 마지막에 돌아오게 된다”라면서 류현진의 회복력에 놀라워 했다.
MLB.com 역시 ‘류현진은 다른 많은 투수들보다 더 강한 공을 뿌리지 않고 멈춰서서 ‘와우’라고 감탄사를 할 정도의 공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는 똑똑하다. 류현진은 타자의 스윙와 열의를 누구보다 잘 읽을 수 있으므로 젊고 공격적인 타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존재”라면서 이날 류현진의 영리한 피칭을 평가했다.
아울러 개막전 선발 투수였던 알렉 마노아의 마이너리그 강등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이 돌아오면서 선발진에 숨통이 트였다는 점도 상기시키며 “로테이션의 개막전 선발 투수의 몰락을 지금까지 지탱한 것도 놀랍지만 류현진은 스프링캠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좋은 모습으로 복귀했다”라고 설명했다.
토미존 수술은 비교적 성공적인 복귀 사례가 많은 수술이다. 투수에게 치명적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토미존 수술의 사례가 많아질수록, 스포츠 의학과 재활이 발달할 수록 성공적인 복귀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다만 수술 빈도가 높아지면 성공적인 복귀 확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인천 동산고 2학년 시절이던 2014년 첫 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016년 9월 왼쪽 팔꿈치 괴사 조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복귀했다. 복귀 이후 구속이 수술 이전처럼 완벽하게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수술 이전보다 확연하게 나아졌다. 구속도 나아질 여지가 있다고 풀이할 수 있고 류현진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있다.
무엇보다 복귀 후 빠르게 페이스를 찾고 있는 류현진에 대해 현지 언론들도 연일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미 더 희박한 복귀 확률을 딛고 성공적으로 복귀한 선수였다. 류현진은 팔꿈치 수술에 앞서 2015년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수술 당시만 하더라도 류현진의 재기 확률은 7%에 불과했다.
이후 정상 궤도를 되찾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마운드로 다시 돌아왔고 2019년 올스타전 선발 투수, 그리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3위에 올랐다. 이후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의 프리에이전트(FA) 잭팟까지 터뜨리면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토론토와 4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류현진이다. 복귀 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류현진 입장에서도 중요한 시점이었다. 류현진은 이제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기적같은 재활의 성공기를 써 내려가려고 하고 있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