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50년 주담대’ 중단… 막차 수요자 상담 늘어

당국 눈총에 2달여만에 종료
다른 시중은행들도 예의주시
소비자 “오락가락 신뢰 잃어”

금융당국이 폭증하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주요 관리 대상으로 지목한 가운데, NH농협은행이 해당 상품 판매를 오는 8월 말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발표 다음 날인 20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 출입구에 붙어 있는 주택 관련 대출상품 홍보문. 연합뉴스

국내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으로 손꼽혀온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국내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돼 뭇매를 맞은 후 NH농협은행이 관련 상품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50년 주담대 판매를 중단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오락가락’ 정책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혼합형)’ 판매를 이달 말을 기해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농협은행이 지난달 5일 해당 상품 최대 만기를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 적용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농협은행은 특판 한도를 달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농협은행의 50년 주담대 중단 배경으로는 한도 소진과 함께 정부 영향도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068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로 불어난 가계대출을 두고, 50년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로가 되고 있다고 지목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과 달리 지난달부터 주담대 상품 만기를 50년으로 늘려 판매 중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여타 시중은행은 현재까지는 관련 상품 취급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체 가계대출에서 50년 주담대 상품 비중이 크지 않아 판매 계획에 변동은 없다”면서도 “판매 중단에 동참하는 은행이 또 나올지 지켜보고 있고,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추후 내놓는 가계대출 가이드라인에 따라 여타 시중은행들도 50년 주담대 상품 판매 전략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50년 주담대 상품의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은행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들의 상담이 크게 늘고, 중장년층을 중심으로는 나이로 역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한 40대 대출자는 “농협은행에서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가 중단되는 소식을 듣고, 다른 은행도 연령제한이나 판매 중단에 들어가기 전에 금리가 낮은 곳을 찾아 막차를 탈 계획”이라면서 “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정부 말 한마디에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 금융 신뢰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