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AG 개막까지 한달···야구 대표팀 투수들 ‘공’ 어떤가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가 임박했던 지난 6월초의 얘기로, 그 당시로는 미래의 일이었다. 대표팀 선발 관련 관계자는 “대회 개막에 임박해 선수들 컨디션이 중요할텐데 야수보다는 투수 컨디션이 더 중요할 것”이라며 “타자는 며칠 단위로라도 사이클이 바뀌지만, 투수들은 그렇지 않다. 페이스 고저의 주기가 짧지 않기 때문에 그 즈음이면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관계자들이 내다봤던 그 시간으로 접어들고 있다. 오는 9월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거의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아시안게임 야구경기는 10월1일 시작하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는 준비 시간이 더 있다.
다만 대표팀 투수들의 페이스는 눈여겨볼 시간인 것은 분명한데, 기대만큼 흐름이 좋지는 않아 보인다.
사실상 토너먼트로 벌이는 대표팀 경기에서는 보직 구분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불펜 및 마무리 요원이 선발로 나서는 경우는 없다. 일단 선발 투수 그룹에는 곽빈(두산), 문동주(한화), 이의리(KIA), 구창모(NC), 원태인(삼성), 박세웅·나균안(이상 롯데)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고우석·정우영(이상 LG), 박영현(KT), 최지민(KIA) 등 전문 불펜 및 마무리투수들이 이름을 올려놓았다. 아마추어 투수 장현석(마산용마고)도 가세한다.
이 가운데 선발투수들의 페이스가 들쭉날쭉한 것이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관계자들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곽빈과 박세웅, 원태인이 선발 등판했는데, 대표팀 선발군 가운데서도 에이스로 분류되는 곽빈이 잠실 NC전에서 3.2이닝 7안타(2홈런) 4실점으로 부진했다. 곽빈은 올시즌 피안타율이 0.199에 불과하다. 볼넷 없이 이처럼 대량 실점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후반기 들어 평균자책 4.97에 피안타율도 0.248로 올라갔는데 구위와 밸런스 점검을 할 타이밍으로 보인다.
박세웅은 고척 키움전에서 6이닝 4안타(1홈런) 3실점(1자책)으로 그런대로 잘 버텼다. 그러나 후반기 6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 4.99로 내용은 썩 좋지 않다. 또 다른 와일드카드 투수 구창모가 부상으로 9월 중순에야 1군 실전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표팀 코칭스태프로서는 아직은 경기별 선발을 선택하는데 확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원태인이 대구 KIA전에서 우천 중단으로 2.2이닝 2안타 무실점만 기록하고 강판했다. 후반기에는 6경기 1승1패 평균자책 4.13으로 무난한 수준이다. 또 지난 19일에는 부상을 털어낸 나균안(롯데)이 고척 키움전에서 5이닝 6안타 3실점의 복귀전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후반기 5경기 평균자책 3.08의 문동주(한화), 후반기 4경기 평균자책 3.91의 이의리(KIA)는 그래도 나쁘지 않은 흐름을 타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중용될 여지가 있다.
과거 국제대회의 실패에는 늘 투수들의 페이스 관리 실패가 동반됐다. 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투수들의 훈련 속도 문제가 대표팀이 발목을 잡힌 결정적 화두가 됐다. 역사적 참패로 남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시즌 뒤 주력 투수들의 페이스 관리 실패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8월을 지나 9월로 넘어가면,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투수들의 페이스 확인에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금메달을 다툴 대만전, 일본전 선발을 선택하는 일이 대회 성패의 핵심 관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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