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고 시골 갈테야”...아버지 전화 안오네요, 왜 그럴까요 [매부리레터]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3. 8. 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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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비율 높아지는 서울
비싼 집값에 젊은층은 외곽으로
고령자들은 “서울 못 떠나”
은퇴자들이 서울 안떠나는 이유
사진은 서울 반포자이 전경. 【연합뉴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씨(42)는 요즘 아버지의 전화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씨의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퇴직하면 (서울)집 팔고 너네한테 조금 나눠주고 우리는 시골가서 살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외벌이로 서울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이씨는 아버지가 집을 팔면 조금이라도 돈을 보태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1년전 퇴직한 아버지는 여전히 서울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이씨에게 “서울에 친구들도 많고 너희 엄마가 이사 가지 말자고 한다”면서 “엄마 마음이 바뀌어야 시골에 내려갈 것”이라면서 서울살이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아버지의 마음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생활비 부족해서 “일자리 많은 서울 못떠나”
“은퇴했다고 서울 집 왜 파나요? 늙을수록 도시에 살아야죠.”(63세, 박모씨)

은퇴자들의 도시 선호가 강해지면서 서울은 고령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높은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경기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서울에 터를 잡은 5060은 서울살이를 고집하면서 서울 거주자의 연령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서울은 인구는 줄고 고령자 비중은 늘고 있습니다. 2019년 2분기 기준 서울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약 14%가량(145만 1564명)입니다. 전체인구는 1004만1574명인데 이중 65세 이상 인구는 145만1564명이었습니다. 그런데 3년만에 서울 인구는 1000만명 이하로 쪼그라들었고 노인 인구 비율(16.8%)은 올랐습니다. 서울 전체 인구는 972만5417명으로 축소됐지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64만1813명으로 증가했습니다.(2022년 2분기 기준)

서울의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1700만 명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1955년~1974년생)들이 속속 은퇴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은퇴를 맞이하고 있는 1960년대생들은 시골을 택하기보다 서울에 머물며 일을 하길 원합니다.

63세 박모씨는 “은퇴했더라도 계속 일을 하고 싶다. 하다못해 아이돌보는 일을 구하더라도 서울이 일자리가 많다”면서 “젊을 때 연금을 적게 들어놔서 생활비가 빠듯하다. 자식에게 손 안벌리려면 일해야하는데 일자리가 서울에 많으니 떠나고 싶어도 떠날수 없다”고 했습니다.

주택연금으로 서울 거주하면서 생활비 마련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연금으로 노후대비를 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거주하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어서 굳이 서울집을 팔지 않아도 됩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고령층이 본인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겨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매달 수령하는 제도입니다. 기존에는 공시가 기준 9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오는 10월부터 가입 요건이 공시가 12억원 이하로 완화됩니다. 공시가 12억원 주택을 소유한 가입자가 만 55세부터 주택연금을 수령할 경우 매월 181만400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도권 집을 팔지 않고도 노후대비가 되기때문에 가입자가 늘고 있습니다. 국회 최승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810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1% 급증했습니다. 주택연금 신규가입 건수도 지난해 6923건, 올해 8109건으로 2년 연속 늘고 있습니다.

한 60대 은퇴자는 “선배님들 중에 서울 집팔고 프랜차이즈 했다가 망한 사람 많이 봤다. 집값은 오르고, 가게는 힘들고 정말 노후 거지가 됐다”면서 “집을 안팔고 깔고 있으면서 연금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굳이 집을 팔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빅5 상급 종합병원 몰려 있는 서울
나이들수록 건강과 쾌적한 환경을 중시하는 은퇴자들은 병원 인프라가 몰려있는 서울을 더 선호합니다. 통상 상급종합병원 빅5는 서울에 몰려있습니다. 서울에 살아야 택시 30분 거리 내에서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빅5(진료비 청구액 기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은퇴자 박모씨는 “젊을때야 아픈 곳이 없어서 건강의 소중함을 모른다. 퇴직하고 나서 운동하고 식단 조절해도 슬슬 아픈곳이 생기기 시작한다. 병원갈일이 많아지는데 병원이 가까운게 얼마나 안심인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서울 집값과 지방 격차 커져 “절대 못팔아”
서울과 지방의 집값 차이가 확연히 벌어지면서 재테크 측면에서 학습효과로 많은 사람들이 “서울 집은 절대 팔면 안된다”고 각인된 영향도 있습니다.

은퇴자들 사이에서는 “서울집 팔고 시골 간 사람들 다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서울집 팔고 교외나 지방 타운하우스로 갔다가, 나중에는 서울 집값이 뛰어 서울로 못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서울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12억9490만 원입니다. 기타 지방의 평균 아파트값은 2억6557만 원으로 서울 아파트와 지방 아파트의 가격 차는 10억2933만원입니다. 서울 아파트가 지방보다 5배 이상 비싼 셈입니다.

경제만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료=경제만랩
이러한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차는 해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입니다. 부동산R114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의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2억382만 원, 지방은 6551만 원으로 그 차이가 1억3831만 원이었습니다. 서울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동안 지방은 상승세가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6대 광역시여도 서울 집값 상승을 못 따라갑니다. 부동산 정보 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5월 서울과 6대 광역시 중형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각각 8억326만원, 3억3608만원으로 두 곳의 아파트 가격 격차는 4억6718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 중형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6억1059만원으로 급등했고 6대 광역시는 6억441만원으로 나타나면서 매매 가격 격차가 10억618만원으로 벌어졌습니다. 6대 광역시 아파트값이 더디게 오르는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급격히 오르면서 가격 격차가 커진 셈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임모씨(53)는 요즘 퇴직후 인생을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임씨는 “회사 선배님중에 반포 집 팔고 일산로 가신분이 있는데 인생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땅을 치고 후회하신다. 자식들도 그집 왜 팔았냐고 원망한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서울 집이 아직 대출도 많지만 아내랑 웬만하면 퇴직후에도 서울 살자고 이야기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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